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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베이글 창업주 '료'의 철학

치열하게 고민하는 사람의 이야기

by Lablife

얼마 전 Philosophy Ryo, 료의 생각 없는 생각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나는 처음 '료'라는 사람을 노홍철 유튜브를 보고 알게 되었다. 모두가 한 번쯤 들어갔던 런던베이글을 창업한 사람이 저렇게 생긴 사람이었구나! 를 영상으로 처음 알게 된 후 내 알고리즘에 가끔 '료'에 관련한 영상들이 뜰 때마다 찾아봤다. 그때 그 영상의 파편으로만 본 그녀는 정말 나른 다른 사람이었다. 정말 많은 부분이 달랐지만 특히 달랐던 지점은 스스로를 아끼는 마음이었다. 나는 나 스스로를 아끼지 못하고 자학하는 반면 '료'는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나와 이름이 같은 친구 중 이 사람과 정말 비슷한 친구가 있다. '료'라는 사람을 보며 그 친구가 제일 먼저 떠올랐다. 그 친구는 자기 자신을 제일 아끼는 사람이다. 내가 편의점에서 두유를 하나 사 먹어도 그 두유가 '국산 두유'인지를 본 뒤 국산 두유를 사게끔 유도했다. 음식점에 가면 중국 김치는 손도 대지 않았다. 그 친구를 보며 처음엔 '참 유별나게 군다',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섬세한 이 친구는 그렇게 섬세하게 자신을 아끼며 집 안의 공간도 자신의 취향에 맞게 섬세하게 꾸며나갔다. 그리고 사업도 똑같이 했다. 자기 자신이 고객이라고 생각하니까 제품의 퀄리티에 엄청나게 집중했다. 느리지만 천천히 제품의 퀄리티에서 만큼은 절대 타협하지 않았고 자신의 취향에 맞춰 사업을 지속해 나갔다. 지금은 어느 정도 사업이 안정 궤도에 들어와 늘 행복해하며 일을 지속하고 있다. 오래 걸리더라도 자신의 방향을 찾은 것이다.


처음 이 친구가 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친구의 아버지가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이 있어 다행이다."라고 말했다고 하는 것이 기억난다. (우리 부모님이라면 "사업 그게 얼마나 힘든지 아니? 취업했으면 좋겠다."라고 얘기했을 것인데 ㅎㅎ ) 친구의 아버지 역시 사업가였고 친구가 사업을 시작하기 전 딸에게 이렇게 얘기했다고 한다. "나도 자리 잡는데 15년이 걸렸다. 조급해하지 말고 해 나가면 된다." 멋진 아버지와 멋진 딸의 모습이었다.


갑자기 친구의 이야기로 이야기가 새어나갔는데, 나는 이 친구와 '료'라는 사람이 정말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지점이 바로 이 지점이다. 남들의 속도가 아니라 자신만의 속도로 나아가며 자기 자신을 고객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근데 나는 자기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 어쩌면 제일 어려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남들과 비슷하게 살아가는 것이 어찌 보면 제일 쉽다. 그 기준과 평균선에 맞춰 살지 않으면 "왜?"라는 질문이 들려오고 괴짜 취급을 받는다. 그리고 평균 속도에 맞춰 살지 않으면 스스로도 두렵고 불안하다.


반면 자신의 기준을 갖고 살아가려면 그 두려움과 불안을 안고 가야 하는 것이다. 동시에, 끊임없이 자기가 좋아하는 건 뭔지 묻고, 성찰하고, 사색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책은 그런 '료'의 생각이 담겨있는 책이었다. 런던베이글은 하루아침에 급부상하며 우리에게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창업주 '료'는 하루아침에 탄생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의 이 지점까지 오기까지 어떤 철학과 생각을 갖고 이 길을 걸어왔는지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리고 그 고민의 포인트가 내가 하고 있는 고민들과 참 닮아있어서, 그래서 책이 정겹게 느껴졌다.




그녀라고 마냥 의류 사업에 종사하다가 46살에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카페'창업의 길을 간다는 것도 그녀에겐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의류 사업도 잘 성공시켰으니 카페 사업도 덩달아 잘하는 것 아닌가?라고 처음엔 생각했는데 그 과정으로 가면서도 스스로 정말 많은 의심과 방향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결국 자기가 선택한 길이었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 마음속 또 다른 자아를 어르고 달래며 그렇게 하루하루 치열하게 고민하며 나아온 결과였다. 설령 그것이 좋지 않은 결과로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을 경험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었기 때문에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을 하는 '료'


그녀는 책을 출간하며 이렇게 말했다.

"남들과 같아지지 못해서, 남들의 기준에 맞지 못해서 불안해하시는 분들이 책을 읽고 더듬더듬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이 책은 그녀의 의도대로 기준을 잡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있는 나에게 큰 울림을 준 책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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