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준비 4개월차
결혼하고 나서 ‘자연스럽게’ 임신이 될 거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나도 소식이 없으니, 마음 한켠이 슬슬 조급해졌다.
주변에서 “병원 가서 배란주사 한 번 맞아봐”라는 얘기를 들었다.
검색을 해보니 ‘배란유도주사’라는 것도 있고 ‘배란주사’라는 것도 있더라.
이름이 비슷해서 같은 건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완전히 다른 주사였다.
배란유도주사는 말 그대로 난포가 잘 자라도록 돕는 주사다. 난포는 난자가 들어 있는 작은 주머니인데, 보통 한 달에 하나씩만 제대로 자란다. 배란이 잘 안 되는 사람이나 다낭성난소증후군이 있는 경우, 혹은 시험관 시술처럼 여러 난포를 한꺼번에 키워야 할 때 이 주사를 쓴다. 배란 유도 주사를 맞으면 난포가 여러 개 자라서 쌍둥이나 세쌍둥이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 이건 주기를 시작하면서 며칠 간격으로 여러 번 맞아야 하고, 용량 조절이 필요해서 보통 병원에서 놓는다. 일부는 자가 주사가 가능하지만, 초반에는 병원에서 맞는 경우가 많다.
배란주사는 역할이 조금 다르다. 난포가 충분히 자라면 ‘이제 터질 시간’이라고 신호를 주는 주사다. 맞고 나면 보통 36~40시간 후에 난포가 터지면서 난자가 나온다. 그래서 배란 시점을 정확하게 맞출 수 있다. 주말부부나 출장 많은 부부처럼 날짜 맞추기 힘든 경우에 특히 도움이 된다. 배란주사는 배에 피하로 놓는 주사라, 병원에서 한 번 배우면 집에서 스스로 맞을 수 있다. 병원에서는 “며칠 몇 시쯤에 맞으세요” 하고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는데, 그 이유가 배란 시점을 맞추기 위해서다.
나는 이걸 맞아야할지 모르겠어서 병원에서 검사까지 해봤다. 결과는 배란 주기 정상, 난자 나이 괜찮음, 남편 정자 상태 양호. 의사 선생님이 “지금은 주사 안 맞아도 된다”라고 했다. 배란이 정상적으로 되고 있다면 배란유도주사는 굳이 필요 없고, 배란주사도 ‘타이밍 조절’이 목적이지 임신 확률을 무조건 높여주는 건 아니라는 거다. 심지어 어떤 연구에선 자연 배란을 기다린 쪽이 임신율이 더 높았다는 결과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결론은, 당분간은 배란테스트기랑 초음파로 시기를 확인하면서, 자연 주기로 계속 시도해 보기로 했다. 몸이 스스로 잘 하고 있는 걸 굳이 건드리고 싶지 않다. 특히
혹시 나처럼 몇 달째 임신 준비 중인데 배란이 규칙적인 사람이라면, 무조건 주사부터 생각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조금 느긋하게, 내 몸의 리듬을 믿어보는 것도 괜찮다. 적어도 나는 아직까지 그렇게 믿고 싶다. 임신 준비하는 모든 분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