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이 있다.

한 대 처맞기 전까지는 ... 마이클타이슨

by Lablife


사람일이 참 나의 일처럼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계획을 세운다.

그 계획이 철썩같이 들어맞을 거라는 희망을 갖고 말이다.

안정적으로 집을 팔고 내년에 이사 갈 집을 구해야 했다.

지금 살고 있는 직장 근처의 14평, 작은 집은 아이를 낳고 키우기엔 너무 작았다.

그래서 지금 전세 껴놓고 갖고 있는 집을 팔아야 하는데 최저가로 내놓은 지 꽤 시간이 흘렀음에도 팔리지 않았다.

이상해서 어제 또 시간을 잡고 여러 부동산에 연락을 돌렸다.

근데 생각지도 못한 소식을 접했다.


"근데요 사모님, 그 집.. 혹시 알고 계세요? 그 집에서.."

순간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우리 집에 2년 전쯤 세를 들어온 세입자 부부는 신혼부부였다.

근데 결혼한 지 1년 남짓 되었을까, 남편의 부고 소식이 전해졌다.

경황이 없을 그 와중에도 아주 짧은 일면식만 있던 우리에게까지 부고장을 날렸던 새댁을 보며 우리는 당연히 이 남편이 젊은 나이에 사고로 사망했다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었지만)


그로부터 며칠 있지 않아 새댁이 이사를 나가고 싶다고 얘기했다.

전세 계약 기간이 아직 많이 남았지만 그 집에 더 이상 있고 싶지 않을 것 같아 집을 빨리 매도하는 방향으로 결정했다.


그로부터 8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처음부터 부동산에 내놓은 가격은 최저가였는데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팔리지 않았다.

이상해서 여러 군데 부동산에 전화를 돌렸을 때에도 별 얘기가 없었다.

그저 손님이 없다는 얘기 외엔.

몇몇 사장님들이 전화를 안 받는다는 것 외에는 이상한 점이 없었다.


근데 어제 매물을 내놓지 않았던 부동산 사장님께 전화를 드리니,

이런 얘기를 초장에 꺼내시길래 등골이 서늘해졌다.


설마...

"혹시 세입자 남편분 집에서 자살하신 건가요?"

그러자 맞다는 대답이 들려왔다.


근데 어제 매물을 내놓지 않았던 부동산 사장님께 전화를 드리니,

이런 얘기를 초장에 꺼내시길래 등골이 서늘해졌다.

설마.......

"혹시 세입자 남편분 집에서 자살하신건가요?"

그러자 맞다는 대답이 들려왔다.


눈앞이 아찔해졌다. 이 사실을 8개월이나 지나서 알게 되다니.

부동산 사장님들이 내 전화를 받지 않았던 사실들도 이해가 되었다.

내가 이걸 속이고 팔려고 한다고 이해하고 계셨구나.

집에서 자연사가 아닌 흉사가 일어나면

다음 집을 매수하거나 임차할 사람에게 법적으로 고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렇기에 집의 재산 가치는 하락한다. 그것도 많이.


그 긴 시간 동안 그 흉사에 대해 몰랐다는 사실도 충격이었고

이 사실을 오랫동안 숨김 임차인에게도 순간 화가났다.

하지만 당장 눈앞에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였다.

심지어 지금도 손해를 보고 파는 금액이었는데

더 큰 손실을 감내하고서라도 팔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던 것이다.

이런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여러 부동산에 연락을 돌리고 부동산에 대해 조언을 구할 수 있는 동료에게 문의를 넣었다.

그리고 급하게 네이버 엑스퍼트 변호사를 찾아 해당 사건에 대해 자문을 구했다.


폭풍 같은 오전을 그렇게 보냈다.
회사로 걸어가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게 내 뜻대로 될 거라는 믿음은 결국 오만이구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나는 신이 아니라 그저 오늘을 사는 인간일 뿐이다.


과거에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면,
그걸 되짚고 다음엔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면 된다.
나는 벌써 몇년 동안 과거의 결정을 후회하며 하루를 시작고 있다.

매일 아침 과거에 내렸던 결정을 후회하는 일은 그만하고 싶었다.


결정이 옳았는지는 지나고 나서야 알 수 있다.
모든 건 결과론이다. 그래서 지금은 내가 옳다고 믿는 결정을 내릴 뿐이다.
다만 예상은 금물이다. 그저 결정을 내리고, 다음 상황에서 또 다음 결정을 내리면 된다.


모르면 묻고,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고,
혼자 끙끙대지 않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게
결국은 지나고보면 가장 현명한 길이었다.


다행히 내 주변엔 늘 손 내밀면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다.
걱정 말라며 위로해주는 부동산 사장님들,
자기 일처럼 나서주는 동료들,
그리고 흔들리는 나를 단단히 잡아주는 남편이 있다.


나쁜 일이 폭풍처럼 한 번에 몰려들어도 그저 감사한 것들만 생각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저 결정하고 나아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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