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생활 3개월 차
<1,830,014> 내 통장에 찍혀있는 숫자다.
나에게 남은 전재산이라고는 대략 180만 원. '한 달에 30만 원씩만 쓰면 6달은 놀 수 있는 건가?'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여전히 누워있다. 3개월만 쉬어 본다더니 너 일할 생각이 전혀 없구나?
"엄마 태국 치앙마이 알아? 나도 해외에서 한 달 살기 해보고 싶다."
"갔다 와~"
예상치도 못한 엄마의 쿨한 대답이었다.
나는 일주일을 치앙마이행 항공권만 검색하며 '갈까? 갔다 오면 바로 취업해야겠지? 그냥 가지 말까? 안 가면 못해도 23년도는 그냥 놀 수 있으려나? 한 달 살기 하면 얼마나 쓸까? 혹시 돈이 부족해서 나 치앙마이에서 굶고 있는 거야 아니야? 다녀오면 돈 다 쓰고 취업하고 싶어 질 것 같기도 하고.. '
"엄마 나 치앙마이 가도 괜찮을까?"
"갔다 오라니까. 아직도 고민 중이야?"
사실 저런 돈에 대한 고민들보다 치앙마이를 다녀온 후의 내 미래가 어떻게 될 지에 대한 걱정으로 쉽사리 비행기표를 끊을 수가 없었다. 다녀온 후에도 같은 걱정을 하며 전과 다르지 않은 인생을 살까 봐 두려웠다.
2023년 8월
"엄마 나 비행기표 끊었어."
"언제 출발이야?"
"8월 18일. 이제 숙소 알아보려고"
"꼼꼼하게 잘 알아봐. 한 달이나 지낼 곳인데."
이것저것 따지다 보니 숙소에서부터 예산 초과다. '한 달이나 지낼 건데 무리 한 번 해?!'라는 생각을 가진 이 철없는 인간아.. 제발 이성의 끈을 놓지 마..
본인 쓰기 나름이겠지만 치앙마이에서 한 달 살기를 많이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저렴하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물론 쓰기 나름이겠지만.
치앙마이 한 달 살기 숙소 렌트 비용은 최저 20만 원에서 30만 원대 정도, 100만 원이 넘어가는 곳도 있었다.
20만 원은 귀신 나올 것 같고 60만 원대는 비용 빼고 다 마음에 드는데 벌이도 없는 백수 주제에 무슨 사치냐. 적당히 30만 원 정도로 나의 이성과 타협을 봤다.
그날 저녁 아빠가 나를 불렀다.
"숙소는 알아보고 있어?"
"응. 가장 합리적인 곳으로 알아보고 있어."
"가장 안전한 곳으로 알아봐. 수영장도 있고 24시간 경호도 있는 곳은 한 달에 얼마 정도 해?"
"거기 비싸. 치앙마이에서 제일 비쌀걸. 방 구하기도 어렵대. 한 60?"
"엄마랑 이야기를 해봤는데 숙소는 아빠가 결제해 줄게. 더운 나라 가는데 수영도 실컷 하고 안전한 곳이 최고야. 거기 방 있는지 알아봐."
그날의 행복에 벅찬 감정을 잊을 수가 없다. 나는 망나니 못난 딸인데 왜 저한테 항상 잘해주세요..? 난 아무것도 해드린 게 없는데.. 어디 가서 자랑할만한 딸도 아니고..
2023년 8월 8일
치앙마이 한 달 살기 D-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