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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계 방랑자 Apr 15. 2024

현실과 타협하지 못한 20대의 여행

백수 생활 3개월 차

2023년 08월 18일


"언니 나 다녀올게."

"몸 조심하고, 사람 조심하고. 한 달 뒤에 보자."

세상 복잡한 얼굴로 내가 출국장에 들어가는 순간까지도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언니의 모습을 뒤로 한채 치앙마이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그때 날 바라보던 언니의 모습이 아직 잊혀지지 않는다. 내가 무사히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길 바라며 걱정스럽기도, 대견스럽기도한 그런 표정이었다. 내가 떠나기 전 외국에 혼자 가는 게 무섭지는 않냐고 물었던 언니 말이 생각났다.


 무섭다라.. 이 질문을 언니만 한 것은 아니었다. 주변 지인들이 한 번씩은 물어봤던 질문이다.

"무섭지는 않아?"라는 질문을 받을 때면 나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뭐가 무서워?" 어디나 다 똑같이 사람 사는 동네인걸. 외국어야 뭐 스마트 시대에 언어의 장벽이 높아 봤자 얼마나 높겠어. 멍청한 행동만 하지 않는다면 위험한 일도 없을 거라도 생각했다.


 나는 평소 겁을 상실했다거나 안전불감증 같은 건 아니었다. 걱정이 많고 어떠한 일이 일어나기도 전에 지레 겁을 먹기도 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던 한국에서의 막막한 나의 삶이 더 무서웠기에 혼자 외국에 간다는 것에 대한 무서움은 느낄 틈이 없었다.

 그 당시 치앙마이는 나에게 희망찬 미래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희망찬 미래를 무서워할 일이 뭐가 있었겠는가.


 치앙마이 한 달 살기를 결심하고 준비를 하며 매일 다짐했었다. '치앙마이에서의 한 달이 내 인생 반환점이 되길, 다녀오고 나면 전과 같은 삶을 살지 않길, 더 멋진 사람이 되길..'


떠나기 전 매일 다짐했건만 막상 비행기에 오르니 비행기표를 끊기 전 두려웠던 감정들에 휩싸였다. 치앙마이 한 달 살기를 끝내고 돌아왔을 때 내가 살게 될 삶이 “현재와 다름없음 “으로 지속될 것에 대한 두려움. 내가 지내게 될 치앙마이 한 달을 현실에서 도망친 것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도망친다는 것은 한 달 후 현실로 돌아왔을 때 두려웠던 무언가가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았다. 겁이 많고 소심한 편이었지만 회피나 도망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고 싶었다.


'나는 거지 같은 현실에서 치앙마이로 도망친 게 아니야.'

'나는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면 더 멋진 삶을 살게 될 거야.'

구체적이지 않고 막연한 상상만을 하고 있는 곧 서른의 철없는 어른이었다.



이세계 방랑자의 치앙마이 한 달 살기 이야기 start




치앙마이에 가면 제일 먼저 해보고 싶은 게 뭐야?

길거리에 파는 팟타이 먹기!



태국에서의 첫 팟타이 한줄평

- '한국에서 먹던 팟타이가 더 맛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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