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포레스트 검프 리뷰
엄마는 늘 얘기했어요.
인생은 초콜릿 상자 같은 거라고요.
어떤 초콜릿을 먹게 될지 모르니까요.
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떠올리면 유명한 이 대사를 떠올릴 것이다.
벤치 앉아, 초콜릿 상자를 열면서 말하는 이 장면.
우물우물 초콜릿을 씹으며 약간은 어눌하지만, 또렷이 말하는 대사, 나도 참 좋아한다.
예측 불가능한 삶.
영화는 그 단순한 메시지를, 어리숙한 남자의 인생에 던져놓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요즘 세상은 그 확실성을 견디지 못한다. 아니, 그렇게 두지 않는다.
AI가 내 취향을 정밀하게 읽어내고, 음악, 영화, 음식, 연애까지 알고리즘이 골라준다.
더는 모르는 맛이 없다.
어떤 초콜릿을 먹게 될지, 무슨 맛일지, 어떤 모양일지, 다 볼 수 있고 고를 수 있다.
이미 만들어 놓고 정해져 있는 상자 속에서만 살고 있다.
이 영화를 보는 순간,
포레스트 검프의 '멍청한 단순함'이 숨통을 틔웠다.
검프는 바보가 아니다.
다름이 괴롭힘으로,
도망치기 위한 달리기가 대학입학이 되고, 군대가 되고, 훈장이 된다.
탁구 한번 쳐볼까, 가 국가대표가 되고 훈장이 된다.
새우잡이 배를 산 건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지만, 결과는 부와 명예였다.
심지어 무심코 투자한 회사가 '애플'이었다.
허무맹랑한 판타지 동화 같지만, 난 포레스트의 인생이 부럽고 질투가 났다.
왜 저 사람은 그냥 했는데 다 잘 될까,
그냥 달리고 싶어서 달렸을 뿐인데.
사람들에게 희망을 준다며
추종하고,
따라 뛰고,
방송에도 나와 유명세 떨친다.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가, 물어보면
"그저 달리고 싶었다."라고 대답한다.
오히려 단순 명쾌해서 맞은 뒤통수는 명징하게 더 아팠다.
그냥 하라, 해서 했다.
나를 고문하고 상처 내며 스스로를 주저앉혔던 수 만 가지 걱정, 고민, 생각들.
'될까, 안될까, 실패할까, 성공할까, 누가 무시할까...'
'포레스트 검프'를 보기 하루 전,
열일하는 알고리즘에 갑자기 박진영 영상이 떴다.
13년 전 나왔던 '힐링캠프'였다.
"전 지독하게 운이 좋았다. 억지로 피아노를 배우고, 억지로 영어를 하고, 2년 반 동안 유학을 갔어요. 거기서 마이클잭슨을 알았고, 디지털과 아날로그 경계에 태어났고, 김형석과 방시혁을 만났다. 그 수많은 운들이 모여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다. 지독한 운으로 여기까지 오게 됐다. 그래서 더 겸손할 수밖에 없고 감사할 따름이다."
과연 하나라도 삐끗하거나 어긋났더라면, 그 지독한 운과 우연이 없었더라면...?
그래도 박진영은 했을 것 같다.
생각하고 행동하고 바로 잡았을 것이다.
물론,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우연과 기회를 발견했기에 그렇게 행동했을 것이다.
나는 제니에 더 가까웠다. 날아가고 싶지만, 제자리에서 맴도는 삶.
떠나도 보고, 시도도 해봤다.
그러나 허우적댈수록 더 깊고 넓은 자기 비하에 빠지는 기분이었다.
포레스트와 박진영의 교집합은 단순하다.
생각보다 행동. 그 단순함이 기적처럼 보일 뿐이다.
내 일기의 마지막 장에 이렇게 적고 싶어졌다.
그저 달리고 싶었다. 그래서 그냥 달렸다.
https://www.youtube.com/watch?v=zpWfafVodv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