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에만 열리는 카페

2부. 오후 네시의 문

by 박나킨

전자시계의 숫자가 16:00으로 바뀌는 순간,

문패가 CLOSED에서 OPEN으로 뒤집히는 소리가 났다.

딸칵,

공기가 한 번 접히고, 문과 문 사이에 손바닥만 한 틈이 생겼다.

나는 그 틈을 지나, 오후 네 시에만 열리는 카페로 들어갔다.


이곳은 오후 네 시에만 열린다.

몸이 나른해졌을 때, 뇌의 각성이 필요할 때, 마음이 노곤해졌을 때.


메뉴판엔 이런 글자가 적혀 있다.


용기프레소

미루기 아메리카노

사과 라테(거품 많음)


나는 사과 라테를 고른다.

바리스타는 말이 없다.

사과를 붓고, 거품을 올리고, 잔을 내밀며 손가락으로 표식을 가리킨다.

잔 가장자리에 아주 작은 점.

여기까지 마시면 됩니다.


첫 모금.

거품이 입술에 묻는 순간, 핸드폰 화면 위의 미루던 메시지 제목이 살짝 흔들린다.

'미안해'라는 단어만 남기고 나머지가 거품처럼 꺼진다.


두 모금.

'잠시 통화 가능할까?'가 스르륵 올라왔다.

컵 벽을 타고 내려가는 물자국이 얇다.


카페 안에는 4시에만 들리는 소리가 있다.

문 바깥에서 줄을 건너뛰는 바람 소리,

누군가 '보내기'를 누르는 아주 작은 클릭 소리,

나도 그 소리를 따라 손가락을 움직인다.

'보내기'


문 앞 전광판이 눈을 깜빡인다.

시계는 16:04.

나는 점까지 마시지 않는다.

반 모금을 남기고 잔을 받침대에 내려놓는다.

바리스타가 고개를 끄덕인다.

영수증은 없다.

대신 문손잡이에 작은 무게가 덜컥 얹힌다.


문을 나서자 향이 먼저 길을 만든다.

문자 하나가 남는다.

'괜찮아, 내일 이야기 해.'

나는 주머니에서 손을 빼고, 발을 한 박자 늦춘다.

문은 16:07에 닫힌다.


유리 너머로 카페가 다시 고요해진다.

내일의 문손잡이는 분명 한 톨 무거워질 것이다.

그래도 오늘,

빚 같은 일이 한 잔에 녹았다.

길가의 그림자가 길어지고,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든다.


괜찮아, 오늘은 여기까지.

나머지는 내일의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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