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세상에는 오후 네 시에만 열리는 문이 있다.
3시 59분, 공기가 한 번 접힌다.
초침이 잠깐 머뭇하고, 손등에 얇은 빛이 얹힌다.
4시가 되면, 문과 문 사이에 아주 얇은 틈이 생긴다.
그 사이로 몇 가지가 새어 나온다.
막 갈아낸 원두의 향이,
구름 사이에 줄을 건너뛰는 바람이,
떠나기 전 강렬한 빛을 발사하는 해가.
문은 오후 네 시에만 열린다.
그때 들어가면
빚 갚은 일은 한 잔에 녹고,
미리 빌린 용기는 오늘의 아주 작은 행동으로 갚을 수 있다.
대신 대가는 작고 분명하다.
우리는 그 틈을 통해 조금 늦게, 조금 가볍게 지나간다.
누군가는 카페에서 첫 모금을, 누군가는 게이프 앞에서 마지막 보내기를,
또 누군가는 구름 아래에서 줄 서지 않는 법을 배운다.
틈은 같지 않지만, 지나가는 동안 하루가 한 칸 늘어난다.
문이 열린다.
향이 먼저 나와 길을 만든다.
우리는 그 길을 따라, 오늘의 끝까지 걸어간다.
괜찮아. 오늘은 여기까지.
나머지는 내일의 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