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서지 않은 구름

2부. 오후 네시의 문

by 박나킨

버스 정류장 위,

구름 하나가 줄을 서지 않았다.


사람들은 번호표처럼 한 줄로 서 있었고,

구름은 하늘 속에서 옆으로 서 있었다.


오후 네 시,

한숨을 길게 내쉬자 구름이 줄을 옆으로 비켜 준다.

그때 길이 두 갈래로 생긴다.

모두가 조금씩 앞당겨진다.


나는 가슴속 공기를 천천히 모아, 길게 내보냈다.

후ㅡ.

줄 서지 않던 구름이 미끄러지듯 옆으로 이동했다.

그늘이 두 갈래로 갈라지고,

발끝 아래 바람이 얇게 바뀌었다.


정류장 전광판이 동시에 깜빡였다.

버스가 살며시, 조심한 속도로 들어왔다.

사람들이 서로 눈짓을 주고받으며 두 줄로 나뉘었다.

새치기는 없었다.

줄이 스스로 자리를 바꿨다.


나는 반 걸음 앞당겨졌다.

그 반 걸음 덕분에, 오늘의 피로가 한 칸 가벼워졌다.

의자에 앉자 창밖으로 줄 서지 않은 구름이 따라왔다.

먼저 가라며 천천히 옆으로 비켜서 있는 모양으로.


버스가 출발했다.

누군가는 자리에 앉았고 누군가는 창문에 이마를 맞댔다.

모두의 시간이 아주 조금 앞당겨졌다.

하늘의 구름은 여전히 줄을 서지 않았다.

대신 길을 만들었다.


내일은 반 박자 더 서둘러야 할 테지만,

괜찮아. 오늘은 여기까지.

나머지는 내일의 나에게.



월, 수, 금 연재
이전 08화대출 연체 중인 용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