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결혼주의자가 된 이유
나는 청소년 때부터 나에 대해 깨달았다. 나는 혼자서 뭘 할 수 없는 사람이다. 혼밥, 혼영, 혼코노는 물론이고 쇼핑, 여행 무엇이 되든 혼자서 못한다. 게임도 그렇다. 나는 항상 길드에 소속되어 활동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러한 내 성향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도 않고, 극복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그렇지만 혼자서 뭐든 척척 해내는 친구는 매우 존경스럽다.
하지만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나에게는 사교성이 없다. 사람과 관계를 이어나가는 것이 매우 어렵다. 그럼에도 나에게 매력을 느껴 오랜 시간 친구로 지내는 사람도 많았지만, 그만큼 나를 싫어하고 배척하는 사람도 많았다. 짧은 인생에서 나는 빠르게 한 가지를 캐치했다. 나는 결혼을 해야 한다. 최대한 빠르게 말이다. 이걸 나는 중고등학생 때 알게 되었다.
내 목표는 20대 초였다. 그렇지만 나의 매력이 뭔지도 모르고 사교성이 뭉개져있는 나는 고등학교 후반에나 첫 연애를 해보게 된다. 물론 100일도 못 채웠지만 말이다. 그 이후로도 그렇게 많은 연애를 하지는 못했다. 나는 시끌벅적하고 사람이 많은 모임이 부담스럽다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이성만남이 쉽지 않았다.
그러면 보통 내 조건이 까다로울 거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남자이고 백수가 아니고 다정하면 일단 좋은 관계를 시작할 의향이 있었다. 그런데도 왜 이렇게 내 연애사업이 안 풀릴까 자책했다. 그런데 결혼하고 보니까 그냥 내 인연을 못 만났던 거였다. 보통 사람들은 인연을 이야기할 때 자기와 딱 받는 조각이 있다고 얘기하지만, 내 인연은 나와 퍼즐조각이 딱 들어맞는 사람이 아닌, 내 조각에 맞춰주는 슬라임 같은 사람이었다.
물론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다고 나와 맞는 퍼즐조각이 굴러들어 오지 않는다. 그리고 억지로 내 조각을 잘라낼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퍼즐조각이 갈라지고 뜯어지는 걸 그냥 두어서도 안된다. 기본적인 자기 관리는 하지만, 내 노력에도 인연을 만나기 어렵다고 너무 자책할 필요가 없다.
그렇지만, 요즘 비혼과 딩크가 유행처럼 퍼지면서 덩달아서 휩쓸리지는 않아야 한다. 결혼할 사람이 없어서, 자금이 부족해서, 결혼에 대한 생각이 없어서 결혼을 안 하겠다는 건 비혼이 아니다. 결혼할 사람을 만나게 되거나 자금이 생기면, 어떤 이유든 결혼할 상황이 되어서 손바닥 뒤집듯 뒤집힐 가치관은, 정말로 나는 타인과 살 수 없는 인간이라고 깊게 고뇌하고 통찰해서 비혼으로 결심한 사람에게 실례이다.
그렇게 깊게 고뇌하고 통찰했다고 생각했는데, 30대 중후반에서 외로움을 느끼며 그제야 결혼하고 싶다고 사무치게 후회하는 사람들도 상당하다. 남녀를 떠나서 30대 중후반부터는 다들 체력이 떨어지고 호르몬분비가 어릴 때처럼 폭발적이지 않아서 혼자 잘 놀던 사람들도 예전만큼 내가 즐기던 취미가 재밌지 않다. 이건 굉장히 중요한 요점이다. 혼자서도 재밌던 취미활동들은 거짓말같이 체력과 함께 옛날처럼 재밌지 않게 된다. 이 틈에서 외로움은 피어오른다.
물론 조급하게 결혼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있자는 말은 아니다. 결국 좋은 사람들은 좋은 사람들이 금방 알아본다. 시간이 지날수록 선택권이 줄어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좋은 물건은 다이소에서도 품절대란이 일어난다. 공산품도 이러는데 하물며 사람은 어떻겠는가?
나는 95년생이다. 그리고 연구개발 계열에서 일하고 있다 보니 기본적으로 초혼평균이 높다. 내가 20대 초에는 한창 결혼하고 싶은 사람을 바보처럼 취급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내 가치관을 위해서 활동했고, 지인 중에서는 상당히 결혼을 빨리하게 되었다.
20대 중후반이 되면서 하나둘 결혼얘기가 나오기 시작하며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결혼을 못하는 사람들이 점점 측은함의 대상이 돼 가고 있다. 비혼이 대중적인 사회는 아마 내가 죽기 전까지는 절대 안 올 것이다. 단언컨대 80%의 사람은 결혼이 필요하다.
사교성의 문제가 아니다. 아무리 외부활동과 사교모임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코로나 시대에 몇 년 동안 외부활동을 금지당하니 집에서 튕겨 나오는 사람들이 수두룩했다. 인간은 혼자 살 수 없고, 본인이 혼자가 좋고 사람들이 싫다는 사람들도 아이러니하게 SNS나 커뮤니티에서 사람들에게 자신의 가치관을 나열한다.
그분들을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시류와 분위기에 휩쓸려서 때를 놓치고 지나간 인연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더 이상 많아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혼자가 괜찮지 않은 사람인데 혼자라도 잘 살 수 있다는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 마지막 기회까지도 흘려보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결혼은 생각보다 별거 아니지만, 인생의 분기점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결혼생각이 없는 사람이 내 글을 읽을 확률은 현저히 낮겠지만, 어쨌든 결혼에 대한 나의 생각은 이러하다. 나는 결혼주의자이지만, 그렇다고 결혼식에 대해 긍정적이진 않다. 그래서 아무것도 안 찾아보고 귀찮기만 했던 결혼식을 올리게 되면서 알게 된 결혼식준비과정과 여러 가지 사건들을 풀어나가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