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결혼랩소디 3

DONE

by 윤한별

저렴한 건 둘째치고 결혼이라는 게 이렇게 간단하게 진행된다는 거에 믿을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우리 둘은 서로 결혼에 대한 진중한 대화조차 진행한 적이 없었다. 나는 그래서 계약을 한번 무르는 방향으로 기울고 있었지만, 나의 예비 배우자는 '나는 자기랑 결혼할 건데, 어차피 결혼할 거면 파기하고 재계약해서 더 비싸게 계약하는 거보다는 지금 이 계약을 유지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는 프러포즈 아닌 협상 제안으로 장장 2년간의 결혼준비가 시작되게 된다.


다만, 인생을 길게 보면서 몇천만 원으로 몇십 년을 서로에게 지옥이 되지 말자고 참지 말자고 협의했다. 무엇보다도 웨딩홀도 안 잡혀있는 상태기 때문에 고작 몇십만 원 아까워서 서로의 족쇄가 되지 말기로 약속했다. 지금생각해도 참으로 단순하고 허탈하게 결혼준비를 시작했다.


우리가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었냐고 하면 전혀 아니다. 나는 그때 막 대리 직급을 달고 천오백만 원 정도 모아놨었고, 예비 배우자는 모았던 돈이 전부 나와 만나기 전 당첨되었던 청약으로 인해 집에 전재산을 부어놨던 상태였다. 그리고 이것은 나비의 날갯짓이 되어 전매제한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나의 출퇴근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배우자의 집으로 거주지를 합치게 되면서 부득이하게 차를 구매하게 되었고, 나의 모은 돈은 전부 자차구매에 들어갔다.


사실상 결혼 준비기간 동안 서로의 월급에서 쪼개면서 준비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막대한 빚을 지고 결혼한 것도 아니다. 결혼은 절대 돈 있는 사람들의 축제가 아니다. 대중매체에서 호들갑 떨고 커뮤니티에서 안 해본 사람들이 지레 겁을 먹고 신포도라며 왈가왈부할만한 주제가 못된다. 정말 생각보다 별것 없다. 결혼은 돈보다 멘탈싸움이다.


우리가 결혼하는 게 가능했던 이유는 우리는 서로 결혼하고자 하는 마음이 같았기 때문이다. 서로의 대한 확신보다 기본적으로 결혼이 마음에 전제로 있어야 서로의 대한 확인을 한다. 양쪽이 결혼주의자일 때, 결혼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남자의 마음가짐이다. 연애는 여자가 선택하고 결혼은 남자가 선택한다는 말이 있는데, 이건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 한 기본적으로 깔고 가는 말일수밖에 없다.


내가 결혼이 하고 싶다면, 남자와 여자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성호르몬 자체가 남녀를 구분하는데 어떻게 근본적으로 똑같다고 할 수 있겠는가? 나와 다른 가치관에게 설득하려고 이런 말을 나열하는 게 아니다. 결혼주의자들이 결혼을 하고 싶다면, 남자와 여자가 다르지 않다는 가치관을 고수하는 거보다는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결혼까지의 진행이 좀 더 순탄해진다.


남자가 결혼할 결심이 확실하게 있다면 여자는 남자가 밀어붙치면 성사율이 높아진다. 그렇지만 남자는 결혼에 대한 결심이 없으면 곧 죽어도 결혼 안 한다. 여자가 밀어붙치는 결혼은 정말 남자를 기절시켜서 혼인신고서에 지장 찍을 각오로 임해야지 할 수 있다. 이 와중에도 결혼에 자체에 대한 결심은 남자마다 조건이 조금씩 다르다.


여자는 보통 남자한테 의지할 부분이 있을 때 결혼할 생각이 든다. 그렇다 보니 밀어붙치면 가능성이 생기는 이유가 여기 있다. 보통 이렇게 남자가 결단력 있게 행동하면 여자는 남자가 믿음직하다고 느껴지게 된다. 남자는 보통 여자한테 본인이 필요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 같이 살아야겠구나 확신이 든다. 내가 봐왔던 대부분은 그랬다.


여기서 조금 웃긴 점은 여자는 이 사람에 대한 확실한 이유가 보통 있다. 나 같은 경우는 만난 기간이 짧아도 내 앞에서 한 번도 나에 대한 사랑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에 결혼을 진행할 수 있었다. 그런데 남자는 막상 그 사람과 결혼하는 이유가 뭐냐고 물어보면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남자는 무의식 속에 마일리지가 있다. 이 마일리지를 최대한 안 깎아먹고 쌓아나가다 보면 이 사람에 대한 확신이 된다. 그래서 보통 생각해 보고 수많은 마일리지 이벤트 중에 가장 점수를 많이 땄던 이벤트를 꼽는다. 배우자는 내가 마이너스 였던 적이 없어서 2년간 단 한 번도 확신이 흔들린 적이 없다고 했다.


우리는 이렇게 서로를 믿었다. 비록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결혼식을 준비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적절한 협의를 걸쳐서 부족하지는 않았던 결혼식을 한 것 같다. 겁내지 않아도 된다. 막상 시작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거에 겁먹고 있었다 싶을 정도로 허탈할 정도라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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