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결혼식, 출산 - 사람이 성장하는 세 가지 스테이지
결혼 협상 이후로 눈에 띄게 바뀐 게 있냐고 물어본다면, 답변은 놀랍도록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너무 더운 건 싫고, 한겨울도 싫어서 적당히 11월에 진행하고 싶어서 플래너님에게 카톡으로 파기 없이 진행하고 24년 11월 예정일 것 같다고 연락드린 후 정말 놀라울 정도로 아무 일도 없었다. 이때는 23년 4월이었다.
사실 결혼이란 게 굳이 그렇게까지 빨리 준비할 필요가 없다. 마음만 먹으면 3개월 만에도 결혼식 올릴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1년 정도 잡고 하는 게 좋다. 코로나 시기를 버티지 못한 웨딩홀들이 폐업하면서 웨딩홀 선택권 자체가 매우 협소해졌다. 웨딩홀은 보통 예약을 1년 전부터 받는데, 이렇다 보니 여러 가지 이유로 인기 좋아서 살아남은 웨딩홀들은 1년 전에 예약 오픈런을 해야 원하는 날짜와 시간대로 예약이 가능하다.
여기서도 우리끼리 문제가 생겼는데, 우리 둘은 모두 수도권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고 친인척들이 대구와 부산이라는 지역에 있어서 교통이 편리해야 하고 황금시간대(토요일 점심)가 아니면 불가능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지역은 광명, 시간은 오후 1~2시로 선택권이 아예 없었다.
결혼식날짜는 누가 들으면 정말 웃기겠지만, 나는 본가에 밥 먹으러 들렸다가 소파에 누워서 소거법으로 진행했다. 2월, 11월 중 어떤 달이 낫냐, 11월이면 첫째 주 가능하냐? 안되면 다음 주는? 이렇게 단 세 번의 질문으로 결혼날짜를 잡았다. 배우자는 내가 정해온 이 날짜가 어떠냐고 전화로 확인받았다.
물론, 절대 우리처럼 이렇게 자기 멋대로 하면 안 된다. 우리는 상당히 운이 좋았던 편이다. 양가에서 지원받을 금액이 좀 있다면 당연히 좀 더 깊게 이야기해야 하고, 양가에서 한 명이라도 사주팔자나 무속신앙을 믿는 분이 계시면 택일을 받아야 한다. 우리가 이렇게 간단하게 정할 수 있었던 것은 양가가 모두 우리 뜻을 존중해 주셨고, 공식적으로 지원을 받지 않기로 했다.
그렇다면, 전체적인 예산은 어떻게 잡아야 할까? 솔직히 이야기하면 우리는 정말 생각지도 못하게 결혼준비를 시작했고 모은 돈이 아예 없었다고 볼 수 있었다. 사실 예산을 잡고 지출했던 것도 아니고 매달 월급으로 충당하며 할부를 최대한 이용했다.
무엇보다도, 우리 같은 경우는 둘 다 결혼식에 대한 로망이 없었다. 멋진 예복도 예쁜 드레스도 필요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정말 최저가로 진행이 가능했는데, 이렇게 최저가로 진행해야 23년 계약기준으로 홀스드메 2500만 원 정도 들었다. 대충 이야기를 들어보면 25년 기준으로는 거의 1.5~2배 정도 생각해야 한다. 아무리 최저가로 한다고 해도 3000만 원 이상 잡아야 한다. 그리고 나도 내 기준으로 얼추 말하는 거지 정말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솔직히 평균값이 너무나도 무의미하다.
이렇게 금액적으로 이야기하다 보면 꼭 결혼식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하거나, 스몰웨딩이야기가 꼭 나온다. 결혼한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다들 콧웃음을 친다. 스몰은 규모가 스몰이지 금액이 스몰이 아니며, 결혼식의 유무는 부부의 뜻이 아니고 부모님의 뜻이 합쳐져야 한다.
그리고 물론 부모님들의 축의금 회수 목적도 있지만, 1차원적인 문제를 떠나서 나의 자녀들이 가정을 꾸린다고 공표하는 날인 것이다. 이 부분은 부부에게도 마찬가지다. 나 또한 회의감이 있었으나, 내 인생을 통틀어서 내가 알고 지내며 인연 있었던 사람들을 한 번에 모아서 인사하며 식사대접할 수 있는 날은 결혼식 말고는 장례식밖에 없다고 생각하니 조금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렇지만 정말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좋은 기억만 남긴다 해도 다들 결혼식이 끝나면 재혼식을 올리는 사람들을 리스펙 한다. 인생에서 두 번 할 이벤트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부부가 돈독해진다. 그리고 나는 작은 일이 아니기 때문에 결혼식을 통해서 사람이 한층 성장하는 것을 경험했고, 이래서 어른들이 아직도 결혼을 해야 어른이 된다거나 철이 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