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07. 03
PMS(월경전 증후군)... 다른 말로 멘탈 조져지는 날. 보통 조져지는 멘탈은 나의 것이다.(연애 중일 때는 둘 다의 것일 때도 종종 있다). 매달 돌아오는 그 일주일은 지옥을 경험하고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9년간 받았던 상처들은 기억 한구석에 처박혀 있다가 이 기간만 되면 서프라이즈 선물 마냥 내 마음속에 후두둑 떨어진다. 그 기억들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건 ‘말’이다. 기억도 안나는 누군가가 지나가며 흘렸던 무심한 말들이 회오리처럼 돌아 반복 재생되며 내 마음을 휘갈겨 구멍을 낸다. 왜 이럴 때면 벅차게 사랑받았던 기억은 어디로 자취를 감추는 걸까. 내가 나를 파괴하기로 결심한 듯 잔인한 기억들만 떠올린다. 아니 작은 스크래치도 뻥튀기처럼 각색해서 더 크고 요란하게 만들어버린다. 무엇이 문제일까. 한순간에 나는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사람으로 전락해버린다. 눈에 보이고 생각 나는 모든 이들과 나를 비교하고, 과거의 일을 꺼내 자책하고 또 후회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좋았던 기억만큼이나 상처 받았던 순간들도 어쩔 수 없이 쌓여간다. 문득 나중엔 이 기억이 나를 통째로 덮쳐버리는 건 아닐까 두려워진다.
보통 이 시기에 의식의 흐름은 이렇게 흘러간다. “왜 나는 얼마 전에 일처리를 잘못한 후배를 혼내지 못했을까. 왜 따끔한 말 한마디 하지 못했을까.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은 욕심을 아직도 못 내려놓은 건가? 말할 때는 정확하게 똑 부러지게 말하는 사람이 되기로 결심하고선 이렇게 바보같이 굴다니. 남자친구에게 서운한 건 왜 하루가 다르게 늘어만 가지? 내가 욕심이 많은 걸까? 내 위주로 생각하는 걸까? 싸우기 싫어 참는 게 과연 맞는 것일까? 하지만 그렇다고 구남친들에게 했던 것처럼 으르렁거리고 물어뜯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 지금 이 사람과의 관계를 데자뷔로 만들 수는 없다. 그렇다면 가장 현명한 방법은 뭘까? 내 연애경험과 살아온 햇수가 무색할 만큼 좋은 방도가 떠오르지 않는다. 이런 고민을 하고 있어야 하는 이 상황도 싫다. 주위 사람들은 다 알아서 잘 살고 있는 것 같은데 왜 나는 모든 게 다 힘들지. 언제까지 힘들어야 하는 거지. 회사도 밉고 남자친구도 밉고, 세상 사람들도 밉다.”
대부분 흘러가는 과거의 기억이나 부정적인 생각들을 하나씩 잡고 늘어지게 되는 날, 마음이 위아래로 격하게 출렁거릴 때 어플을 확인하면 99% 확률로 PMS 주기가 맞다. 나는 지금껏 많은 사람들에게 벅찰 만큼의 사랑을 누구보다 많이 받았는데, 그 작은 상처 무덤이 나를 휘청거리게 만든다. 의식적으로 사랑받았던 기억을 끄집어내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