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J는 오늘도 스트레스 +1을 획득했습니다
‘면역력 높이기’를 검색하면 무조건 나오는 네 가지.
1. 잘 먹고, 2. 잘 자고, 3. 꾸준히 운동하고, 4. 스트레스받지 않기. 그중 가장 어려운 건 단연 4번 ‘스트레스 받지 않기’다.
우선 내 소개부터 하자면 참 쓸데없는 걱정과 후회가 많은 INTJ다. 거기에 뭐하나 한다 치면 계획을 ‘완벽히’ 세워놔야 마음이 편해진다. 일단 계획을 완벽하게 세우는 것부터가 잘못된 걸 안다. 하지만 플랜을 세울 때 엔도르핀이 샘솟는 INTJ는 행복 회로를 돌리며 열심히 할 일 리스트를 작성한다. 휴일 이틀간 할 일이 10개가 생겼고, 이걸 어찌어찌 다 끝내야 본전인 것이다. 만약 하나라도 못 끝낸다면? 그때부터 스트레스 도돌이표가 작동한다. ‘난 왜 이렇게 게으르지’. ‘항상 이런 식이야. 계획을 제대로 지킨 적이 손에 꼽혀.’ 등등 내 살 파먹기 잘하는 스타일이다. 아무리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더라도 거슬리는 것이 하나라도 있다면 누구보다 땅을 잘 팔 수 있다.
거기다 기억력까지 좋아서 과거에 내가 했던 행동들과 말, 그때의 날씨, 분위기, 소리 모든 것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떠오른다. 생생한 기억은 유치원 때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친구들은 그걸 어떻게 다 기억하고 있냐며 놀랄 때가 많다. 그래서 누구보다 좋았던 순간들도 잘 기억하지만 그만큼 후회하거나 화났던 순간들을 쉬이 놓지 못하고 손에 쥐고 있는 것 같다.
매일 밤이면 내가 놓치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내가 당신에게 무심하진 않았을까. 내가 생각 없이 툭 내뱉었던 말에 상처 받진 않았을까. 혹여라도 내가 했던 미운 생각들이 당신 곁을 맴돌진 않을까. 소중한 사람들이 늘 그 자리에 건강히 있어주길 바라는 마음이 누구보다 간절해서 가끔은, 아니 늘 불안하다. 주변인의 행복과 건강을 항상 염려하며 산다. 덕분에 나는 늘 과거의 스트레스, 현재의 스트레스, 미래를 생각하며 얻는 스트레스까지 고루 포용하고 있다. 쉴 때도 늘 무언가를 고민하고 후회하고, 상상한다.
그렇다고 나를 늘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히스테리 부리는 사람으로 상상하면 곤란하다.
나에게는 나름 수년간 터득해 온 스트레스 관리법이 있다. 스트레스가 발생하는 것 자체는 막지 못하지만 스트레스를 유연하게 흩뜨려준다.
1) 나와 다른 유형의 친구들 만나기
2) 긍정적인 영화/드라마/책 보기
3) 노래 들으며 걷기(최소 3km)
4) 명상
5) 요가(홈트)
지금 내가 느끼는 딱딱하고 딥한 것들과 다른 색과 질감의 것들을 만나면 이내 내 감정도 뽀얘진다. 내 생각의 재질을 보다 유연하게 만들어 주고, 내가 가진 스트레스가 티끌만큼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중 효과가 가장 빠르고 확실한 건 단연 1번이다. 그래서 내 주위에는 밝고 긍정적인 시각을 가진 친구들이 많다. 그들은 힘든 일이 일어나도 금세 훌훌 털고 일어난다. 열심히 고민하고 결정한 선택에 후회가 없고, 지금 현재에 충실한다. 열심히 그리고 환하게 살아가는 친구가 있어 참 감사하다.
그리고 혼자 있고 싶은 상황이라면, 3+4번 세트를 순서대로 진행한다. 게*린 만큼이나 묵직한 효과를 느낄 수 있다. 3km 이상 빠른 보폭으로(평균 시속 1km) 걷다 보면 몸에 열이 오르고 땀이 난다. 엔도르핀이 샘솟는 게 느껴진다. 그리고 집으로 와 샤워하고 개운한 상태로 누워 명상을 한다. 모든 명상의 중심 주제와 결론은 ‘현재’와 ‘감사함’으로 통한다. 이 두 가지만 진행해도 그 순간 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된다.
짧더라도 더 자주, 많이 행복하기
나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단기간의 효과만 보증한다. 다시 다음날 혹은 몇 시간만 지나도 새롭게 생성되는 스트레스에 숨이 턱 막힌 적도 있다. 하지만 생각도 기분도 모두 습관이란 말에 동의한다. 짧더라도 행복해지는 시간을 더 많이, 자주 가지면 스트레스가 쉬이 끼어들지 못하지 않을까? 마지막에 웃는 사람보다 더 많이 웃는 사람이 이기는 거라고 했다.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자주 행복하자!
사건을 해석하지 말자(감정에 탐닉하지 말자)
어떤 사건이 생기면 나는 그 원인을 분석하고 결과를 해석한다. 인과관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너무 과한 것도 문제다. 분석이 과해지면 집착 수준으로 내 감정이 개입되고 억측이 시작된다. ‘나’여서 이 일이 일어난 거 아닐까, 내가 이때 이렇게 안 했다면 이 일이 안 생기지 않았을까 등등. 일어난 일은 그냥 일어난 일이다. 지하철이 오고, 바람이 불고, 해가 뜨고 지는 것과 같은 사건일 뿐이다. 내 감정과 엮어 판단하지 말자.
단순하게 생각하자
세상은 이미 복잡하다. 그만 복잡하자. 생각이 과하면 늙는 것 말고는 빨리 해결되는 것도 없다.(진짜 어린아이 같은 면을 가진 주변인들이 공통적으로 동안이다. 신기해.) 좀 더 어린아이처럼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게 내 심신 건강에 좋다. 진심으로 기뻐하고, 즐거워하고, 실컷 슬퍼하고, 다시 기대하고. 단순하게 생각하면 현실의 것들을 100% 느낄 수 있다.
앞으로의 행복해지기 훈련을 통해 스트레스 없는 심신 건강한 내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