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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가을 Feb 05. 2021

이 세상에 둥근 것만 가득하길 기도했다

2020.03.07


이 세상에 둥근 것만 가득하길 기도한 적이 있다. 집도, 차도, 책상도 이 세상 모든 것이 둥글고 말랑해서 아무도 다칠 일 없길 바란 적이 있다. 서로가 부딪혀도 상처 나지 않고, 상처 내지 않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계속 삶을 걷다 보니, 그런 세상은 오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게 된다. 뒤꿈치를 떼고 살며시 걸어도, 제자리에 가만 멈춰 있어도 작은 생채기들은 내 몸에 달라붙었다. 개 중 내가 스스로 내는 상처의 수도 적지 않았다.


상처의 대부분은 관계에서 비롯되는 것이었고, 해가 지날수록 새로운 이들과 관계 맺는 일에 두려움이 앞섰다. 서로 호감을 느껴 가까이 지내다가도 기대했던 것과 다른 모습을 발견했고, 오해와 침묵이 쌓여 관계는 곧 단절이 되고 말았다. 이는 친구뿐만 아니라 사회생활, 각종 모임 활동 등 어떤 관계에서도 적용되는 문제였다. 배려라고 생각했던 나의 침묵은 오해가 됐고 억측들이 쌓여 관계는 비틀어졌다.


요즘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 놓치고 싶지 않은 인연을 만나면 최대한 자세하게, 또 바로바로 내 생각을 공유하려 한다. 나에 대한 기대가, 또는 환상이 사라지더라도 나 자신과 생각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상처를 받더라도, 극단적으로는 내가 좋아하는 누군가가 내 곁을 떠나게 된다 하더라도 남을 위해 나를 숨기고 감정을 숨겨 내 손에 쥐고 있는 것이 나 자신보다 중요할 리는 없다.


그냥 단순하게 나를 보여주고 나로 대화하고, 그게 당신과 맞지 않는다면 반대로 내가 당신과 맞지 않는다면 서로 보내주면 된다. 사랑받는 것에 욕심부리지 않고 나대로 만족하며 사는 것이 제일인 것을. 물론 이 모든 것은 내가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한다는 전제가 있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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