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를 흘리는 사람들에게 박수를 쳐주는 사회
2020.03.08
인간은 수천, 수만 년에 걸쳐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발전해 온 생명체다. 생존 욕구는 생존 확률이 높은 유전형질만 살아남게 했다. 개체들의 이타적인 행동도 결국은 유전자의 번영을 위한 이기적 행동에 불과하다고 한다.(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결국, 인간의 모든 행동과 생각은 생존을 위한 본능이라는 것.
인간은 지금도 진화를 하고 있으며, 이러한 유전자의 성향도 현재 진행 중일 것이다. 따라서 인간은 어쩔 수 없이 본능이 이끄는 대로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한다. 본인이 우위에 있는 혹은 열위에 있는 부분을 자꾸 찾아낸다. SNS는 자꾸만 후자를 강요한다.
요즘 SNS의 폐해를 누구보다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아무나 가지지 못하는 재능과 많은 부 같은 것들도 물론 부러움의 대상이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집착하게 되는 건 외모.
아무리 신경 쓰지 않고 살아가자 결심해도, 사회는 물론 일상에서도 비교와 평가는 어딜 가나 따라붙고 더 예쁘고 더 돋보이는 것이 가산점을 받기 마련이다.
인스타 피드를 내리다 눈에 띄는 예쁜 외모를 가진 셀럽을 발견했다. 피부에서는 반짝반짝 빛이 나고, 도톰한 입술은 앵두 같다. 코는 어쩜 이렇게 오똑한지. 그리곤 유튜브에 접속해 그 셀럽이 얼마 전 했다는 피부과, 성형외과 시술 정보와 후기를 찾아본다.
사람들은 획일화된 미의 기준에 본인을 욱여넣는다. 턱을 자르고 눈을 째고 귀를 잘라 코에 붙인다. 사회는 그렇게 피를 흘린 사람들에게 박수를 쳐준다. 그 모습을 보며 환멸을 느끼다가도 SNS 속 예쁘게 다듬어진 셀럽의 사진을 보면 다시 유혹에 빠져버리곤 한다. 거울을 보며, 여기가 조금 들어갔더라면 여기에 볼륨감이 있었더라면… 그리곤 또 고개를 흔들며 시름한다.
이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요즘. 이런 나의 모습에 회의감이 들어 임시방편으로나마 SNS 어플을 숨김 처리해본다. 현대 사람들은 어떤 이상을 두고 살아가는 걸까. 본능에 이끌리기보다 초월적인 무언가를 목표로 살아갈 수는 없을까. 동그라미와 네모, 그리고 빨간색, 노란색. 존재하는 모든 모양과 색깔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