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맞는 방향이 더 중요하다.
31살의 워홀러 분과 함께 일을 했었다. 나이가 조금 있으신 만큼 열심히 일을 하셨지만, 영어는 잘하지 못해 일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었다. 나도 영어를 못했지만 일을 하고 있어서 정말 열심히 도와드렸지만, 주문만 받으면 머리가 백지가 되고 영어 울렁증으로 번번이 실패하셨다. 주문을 받지 못하면 일을 할 수 없었기에 결국 1달 정도 후 일을 그만두게 되셨다.
당시 충분한 교육 후에 실전으로 들어가는 시스템이 아니라 설거지를 하고 있다가 갑자기 주문을 받아보면서 실전으로 배우는 시스템이었다. 근데 사실 주문이라는 건 모든 메뉴와 포스기를 파악하고 있어야 가능한 건데 메뉴나 메뉴얼이 숙지도 안 되어 있고 바로 옆 사장님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원어민에게 영어로 주문을 받는 건 정말.. 멘붕이다. 그래서 더더욱 어려웠을 것이다.
그때 당시에는 난 버티지 못하는 것은 나약하고 결국 포기하는 거로 생각했었다. 그래서 스스로 더욱 엄격해지고 몰아붙였던 거 같다. 퇴근할 때면 눈물을 머금고 어깨가 축 늘어져 갔던 퇴근길과 두통이 잦아 두통약을 달고 살았던 과거의 내가 생각난다.
그때를 돌이켜 보았을 때, 과연 심한 영어 울렁증이 있는 사람이 당장 원어민의 주문을 받으면서 매일매일 스트레스를 겪으면서 버티는 게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본인의 의지는 아니었지만 단지 지금은 이 일과 자신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앞으로 영어를 좀 덜 사용하는 일을 찾거나, 영어 실력을 늘리거나, 기술을 배워 새로운 일을 하실 수도 있고 자신과 좀 더 맞는 방향으로 가면 된다.
결국 사람마다 속도나 능력이 폭발하는 시점 그리고 적성도 다 다르다. 그래서 지금은 버티지 않는 것이 포기하는 것이 아니고 자신이 덜 힘들면서 보다 맞는 길을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속도보단 방향”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