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사진 출처: 한로로 - 시간을 달리네, 유튜브 뮤직비디오 중)
오랜만에 맞이하는 여유로운 아침이다.
모두 바쁘게 저마다의 공간으로 이동한 뒤에 남은 평일 아침 11시의 공기는 평화로우면서도 미련이 남아있다.
간단히 아침 겸 점심 식사를 해먹고, 나갈 체비를 한 뒤에 집을 나섰다.
어느새 3월의 중간까지 왔다.
3월의 날씨는 공기는 아직 차갑지만 벌써 따뜻해질 기대에 부푼 해는 햇빛을 내리쬔다.
기분 좋은 3월의 날씨에, 목적지까지 걸어가려던 마음을 자전거를 타고자 바로 잡았다.
따릉이를 타고자 발길을 돌렸다.
나는 자전거를 탈 때 그 시원함을 매우 좋아한다.
나와 마주하는 바람이 나를 간지럽히며, 나의 길을 터주는 느낌이다.
나를 막는 방해물 없이 시원하게 달릴 수 있는 그 길이 참 좋다.
사실 우리 인생만 해도 나를 막는 것들이 투성이다.
잘 되나 싶다가도 나를 가로막고,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을 것 같을 때도 당당히 나의 앞길에 장애물을 놓는 것이
인생인 듯하다.
그런 삶 속에서 이런 속시원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은 매우 큰 기쁨이다.
당당히 나의 길을 가게 될 오늘의 노래 선곡은
“시간을 달리네 - 한로로”
한로로의 곡들은 가사가 서정적이라서 좋아한다.
하지만 ‘시간을 달리네’라는 노래를 오늘 처음 들어보았다.
오늘 같이 햇빛이 따스하고 바람이 나를 적당히 스쳐지나가며, 평화로운 평일 오후에 듣기 딱 좋은 노래이다.
특히, 자전거를 타고 거리를 달리고 시간을 달리고 있는 내가 듣기에는 더욱 알맞은 노래였다.
혹시 과거의 자신을 아직 꺼내오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지 묻고 싶다.
다시 말해, 아직도 과거의 어떠한 경험이 생생해서 그 곳을 지나기만 해도 그 시간 속에 내가 빨려들어간 경험이 있는가?
나는 그랬다.
오늘 자전거를 타고 가는 길은, 내가 성인이 막 되었을 때 알바를 하고자 밥 먹듯이 다녔던 거리였다.
오랜만에 이 길을 혼자 따뜻한 오후에 지나치니
그때 출근하던 20대 초반의 내가 그곳에 서있었다.
그때의 내가 있기에 지금의 내가 있고,
지금의 내가 있기에 그때의 내가 있다.
자전거를 타고 그 과거의 내가 생생히 있는 거리를 달리면서 한로로의 ‘시간을 달리네’를 들었을 때,
이 노래는 애인, 짝사랑에게 하는 노래가 아니라,
다름 아닌 ‘나’ 자신에게로 가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이 곡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멈춰버린 시간 속에 네가 서 있어.
아무도 모를 추억 틈에 너와 내가 있어.
아무도 모를 추억 틈에 있는
과거의 열심히 돈을 벌던 나와
현재의 자전거를 타고 달리고 있는 나.
그 둘을 위로하고 대화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서로일 뿐이다.
그래서 이 노래의 마지막 후렴은 이렇다.
마침내 너에게 다가가 사랑해
외치기 위해 오늘도 시간을 달리네
아무도 몰라주는 그 시절의 나에게 사랑한다고 외치기 위해
나는 오늘도 시간을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