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8
그러니까 벌써 16년 전,
가을의 길목에서 딸 INFP가 우리에게 왔다.
갓 태어난 딸의 쭈글쭈글한 얼굴을 보고 친형이라는 인간이 지나가듯 말을 건넸다.
'왜 이렇게 못 생겼냐?'
뭔 소리여? 눈물 나게 아름답기만 하구만!
산후조리원에서 며칠 동안 살이 오르니 그 아름다움이 더욱 만연했다. (아빠의 기억임)
동그랗고 커다란 눈망울과 다양한 얼굴 표정들...
아빠 INFP를 닮은 딸이 우리에게 왔다.
생명의 신비!
신비라는 언어는 이럴 때 사용하는 것임을
처음으로,
온몸으로,
삶으로 깨달았다.
딸 INFP가 고등학교를 입학하고,
요즘 부쩍
아빠 INFP는 딸의 옛날 사진과 영상을 찾아본다.
도대체 언제 이렇게 큰 거야?
코로나 때문인지,
내 기억력 때문인지,
마냥 초등학생 같기만 하던 우리 딸,
딸은 갑자기 성인이 된 것 같다.
아빠 INFP의 소원 중 하나가
포장마차에서 딸과 술 한 잔 기울이는 것인데,
이제 별로 안 남았다. 조금만 기다리면 된다.
비가 오는 날,
포장마차에 앉아
아빠 INFP가 좋아하는 청하 한 병과 갖가지 안주 조금씩 시키고
딸 INFP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싶다.
으레 떠오르는 술 취한 아빠의 주정이 아니라,
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아빠의 시간을 상상한다.
이상하네?
입에 침이 먼저 고인다.
못 기다리겠다.
오늘은 혼자라도 청하 한 병 사서 집에 가야겠다.
딸 INFP 이야기 학교 이야기 들으며 나라도 한 잔 해야겠다.
글작가 들불호수
그림작가 바라봄
#MBTI
#INFP
#아빠와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