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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DBD Apr 18. 2023

영원한 기억, KODAK

Brand dict.

"사랑하는 사람에게

영원한 기억을 선물하세요."




* 문화의 아이콘.

* 버튼을 누르면 나머지는 저희가 해드립니다 (You press the button - we do the rest)

* 연필처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음식도, 문화도, 패션도 모두 레트로를 향해가는 요즘 그 선두주자를 달리는 브랜드가 있다. 아마 몇 년 전부터 다시금 꾸준한 유행을 탔던 만큼 모두가 잘 알리라 생각하는 코닥이다.


쉽게 촬영하고 쉽게 보고 쉽게 출력하는 요즘의 카메라 (스마트폰을 비롯하여) 는 참 쉽다. 모든 과정에 있어 어려울 게 하나도 없다. 오죽하면 5살 먹은 아이들을 비롯해 처음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어르신들마저 문자는 어렵더라도 예쁜 꽃 사진을 비롯해 등산 기념 촬영을 위한 카메라 기능만큼은 확실히 알고 있는 시대답다.


반면, 코닥은 참 느리다. 1888년 조지 이스트먼이 '버튼을 누르면 나머지는 저희가 해드립니다'라는 슬로건으로 처음 코닥의 카메라가 출시되었는데 당시 전문 사진작가가 아닌 이상 제대로 된 촬영이 어려웠던 시대인 만큼 개인이 가지고 다니며 원할 때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란 혁신 그 자체였다. 물론 그 시대에는 전혀 느리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거다. 오히려 빠르면 빨랐지.


이스트먼은 '연필처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라는 목표를 가지고 브랜딩 했고, 결과적으로 그 마케팅은 완전한 성공을 이뤄냈다. 1888년에 시작된 카메라가 현재까지 꾸준한 유행을 타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현대의 코닥이 유행을 다시 선두하는 데에는 이스트먼의 목표와는 조금 다른 결을 보인다. 앞서 말했듯이 현대의 속도로 보았을 때 코닥은 참 '느리기' 때문이다.




요즘은 길거리만 걸어도 '차라라라락' 하는 셔터 음 소리가 흔하게 들린다. '찰칵'이 아니라 '차라라라락.' 우리는 너무 쉽게 스마트폰 카메라로 연사한다. 어떻게 보면 가장 손쉽게 찰나를 포착하는 똑똑한 방법일지 모른다. 현대의 모든 것들이 '패스트(Fast)'를 중심으로 움직이듯이 말이다.


하지만 느림의 미학이라는 말이 있듯이 빠르기만 한 세상은 오히려 매너리즘을 불러온다. 우리의 일상에 맞닿은 모든 것들이 너무도 패스트다. 패스트푸드, 패스트패션, 패스트 트랙, 패스트 샴푸 등. 이 흐름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기에 더 조화롭게 녹아드는 게 바로 코닥의 정신이다.


코닥의 대표 상품을 꼽으라면 단연 필름 카메라다. 필름 카메라는 많아야 36장을 찍을 수 있는데 이조차 모든 컷을 다 찍고 인화하기 전까지는 결과물을 확인할 수 없다. 개수 또한 제한이 있는 만큼 연사하던 것과는 달리 한 장 한 장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지루할 수 있는 이 레트로한 감성이 바로 코닥의 결정적인 경쟁력을 만들어냈다.


카메라 산업이 DSLR로 완전히 넘어간 이후에도 코닥은 '레트로 폴라로이드' 등의 신제품을 출시하며 '레트로'라는 포지셔닝에 충실했다. 그만큼 브랜드가 지향하고, 소비자들이 지향하는 컨셉에 부합한 브랜딩을 하고 있다. ‘영원한 기억, 코닥’이라는 슬로건처럼 쉽게 찍고 쉽게 삭제할 수 있는 카메라와는 다르게, 24매 혹은 36매를 다 사용해야만 완성본을 확인할 수 있는 점 또한 신중한 한 컷에 담는 영원한 기억이라는 이미지를 잘 구현하고 있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해본다. 코닥이 다른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DSLR 사업에 뛰어들었다면? 결과를 장담할 순 없지만 지금과 같은 명성을 이어오지는 못했을 거라고 짐작한다. 코닥이 1888년부터 현재진행형으로 성장 추이를 꾸준히 유지하는 비결은 완벽한 브랜딩으로 이루어낸 브랜드 덕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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