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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DBD Apr 18. 2023

페얼스 PAIRS, 여름을 닮은 브랜드

Brand dict.

브랜드마다 닮은 계절이 있다. 대표적으로 목도리가 가장 유명한 아크네의 경우 겨울을 상징하고 트렌치코트가 매력적인 버버리는 가을을 상징한다. 그중에서도 이미 지나가버린 여름을 닮은 브랜드가 있다. 여름 중에서도 시원한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그릴 수 있는 하와이의 색을 닮은 페얼스다.



여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물론 현실의 여름은 빼고서! 미디어가 알려주는 여름은 낭만 그 자체다. 청량하고, 상쾌하고, 시원하고, 가만히 있어도 상큼한 과일의 느낌처럼 기분 좋을 것만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우리는 잘 안다. 한국의 여름은 습하고, 덥고, 찝찝할 뿐이라는걸... 그런 우리에게 상상 속 여름을 선물해 주는 브랜드가 있다. 페얼스는 로스앤젤레스와 하와이를 사랑하는 CEO의 이념을 바탕으로 우리가 꿈꾸던 여름의 이미지를 그리는 곳이다.


보통 브랜드라 함은 고객들의 니즈를 반영해서 상품을 만든다. 하지만 여기는 그 과정이 뒤바뀌어 있다. 페얼스의 방향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브랜드를 따라가고 있다. 어쩌면 주객전도라고 할지 모를 이 브랜드의 방향성은 오히려 굳건하게 브랜드의 정체성을 성립할 수 있게 한 배경이 되었다.


로스앤젤레스의 여름은 맑고 화창하다. 하와이 역시 마찬가지다. 시원한 푸른 파도를 배경으로 너울거리는 강렬한 태양, 그리고 서퍼들까지. 우리가 생각하는 영화 속 낭만적인 여름의 이미지를 빼다 박은 고장에서 페얼스는 영감을 얻는다. 실제로 페얼스는 자체 제작 상품이 아니고도 로스앤젤레스와 하와이의 지역 샵들의 물건을 소개할 때가 있다. 단순히 브랜드의 판매율만을 따지지 않고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을 잘 따라와 주는 사람들에게 공유하는 셈이다.


그래서일까? 페얼스에서 취급하는 물품은 상당히 다양하다. 보통 의류 매장이라고 한다면 옷과 기껏해야 액세서리 종류가 전부인 곳이 많다. 하지만 여기는 음반과 도서, 그리고 빈티지 제품까지 고루 갖추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와 하와이의 낭만적인 여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선호할 법한 디자인과 음악이 가득한 곳이기에 이곳을 처음에 아는 건 어렵더라도 한 번 알고 난 이상 헤어 나오기가 쉽지 않은 셈이다.



©디자인프레스


해외에서 직접 바잉 해오는 물품과 자체 제작한 물품 사이에서 내가 구매해 본 건 바로 깔끔한 화이트 배경에 푸른 글씨로 PAIRS라고 적힌 핸드폰 케이스였다. 29cm를 둘러보다가 한눈에 시선을 사로잡은 이 케이스는 당시에는 몰랐지만 페얼스의 대표 상품 중 하나였다. 내구도 자체는 평범하다. 일반 하드케이스처럼 매끄러운 표면에 선명하게 적힌 페얼스 로고. 취향에 맞는 사람이라면 바로 구매를 외칠 만큼 무난하고도 깔끔한 제품이다. 처음 이 케이스를 구매하며 생각했다. 누가 해외에서 직접 바잉 해오는 걸까?


그 해답은 한 부부가 말해준다. 페얼스를 운영하는 CEO는 심수지, 김대현 부부다. 부부는 서로 닮는다고 했던가? 서로 같은 취향을 가진 두 사람이 하나의 브랜드를 운영하는 방법은 깔끔 명료했다. 아내는 자체 상품의 디자인과 액세서리 브랜드를 도맡고 있으며 남편은 디자인 셀렉과 바잉을 담당하고 있다. 닮아있는 한 부부의 취향이 이토록 청량하고 매력적이라니!


페얼스의 정체성을 잘 알고 싶다면 로고만으로 쉽게 설명할 수 있다. 홈페이지를 들어갔을 때 바로 보이는 시원한 푸른색은 페얼스가 어떤 컬러와 분위기를 기반으로 제품을 셀링하고 바잉 하는지 한눈에 볼 수 있게 한다. 여름을 담고 있다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페얼스의 전 제품은 특히 여름에 어울린다. 특히 최근에는 수영복까지 업데이트하면서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해가고 있다.



©29cm


페얼스를 찾게 하는 또 다른 매력은 물건이 꾸준히 바뀐다는 점에 있다. 특히 음반의 경우 항상 고정적으로 준비되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원하는 음반이 있다면 최대한 빠르게 창덕궁으로 달려갈 필요가 있다. 사실 물건이 자주 바뀐다는 것은 가게의 정체성이 잘 확립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오너가 부지런한가를 답해주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마리끌레르와 함께했던 인터뷰에서 그런 말을 하기도 했다. '귀한 걸 왜 파느냐고 하지만 나는 다니면서 잘 찾는 편이라 괜찮다.'


사실 맨 처음, 핸드폰 케이스를 구매할 때만 해도 페얼스의 무드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하와이와 로스앤젤레스의 여름을 담은 물건이라니. 그곳의 여름이 특별한가? 여름은 결국 모두 같은 여름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지금의 내가 그 질문에 답한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여름은 같지만 같은 여름에도 특별함을 부여하는 건 누군가의 정성이 들어간다'라고.


직접 브랜드를 창립해 본 사람들의 초심은 모두 같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더 넓게 펼치고, 모두가 나의 취향에 공감해 주길. 하지만 흔히 말하는 '팔이 피플'이라는 종족이 생겨났듯이, 처음의 마음과 반대로 내가 좋아하는 것을 뒤로하고 그저 트렌드에만, 또 추세에만 끌려가는 곳들이 분명 있다. 하지만 페얼스는 본인의 취향과 트렌드 사이에서 우직하게 줄다리기하며 처음 가져오던 로스앤젤레스와 하와이의 여름을 곧 다가올 겨울에도 선보여줄 것이다.


본인만의 취향이 잘 묻어있는 브랜드는 특별한 슬로건 없이도 방향을 잃지 않고 나아갈 곳을 향해 잘 걸어나간다. 이번 글을 위해 페얼스의 홈페이지에 방문해 봤지만 어디에서도 페얼스의 슬로건은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슬로건 없이도 페얼스의 방향성은 업로드되어 있는 물건 몇 개만 보더라도 바로 알 수 있다. 우리가 꿈꾸던 이상 속 여름을 상품화하고 브랜딩 하는 곳. 계절에 관계없이 푸르른 여름의 열기를 만날 수 있게 해주는 브랜드의 매력은 남의 취향을 고려해 우왕좌왕하지 않고 고집 있게 나의 취향을 다짐해나가는 것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한 잡지에 수록된 페얼스를 향한 인상 깊은 한 문장을 마지막으로, 내년 여름을 기다리게 만들어줄 페얼스를 향해 인사를 건넨다. 쌀쌀해지는 가을에도 여름을 그리게 만드는 햇빛 찬란 명랑 무드 페얼스 안녕!





페얼스샵엔 왠지 매끈하고 세련된 것, 장식적이고 요란한 것들보다 편하고 자연스러운 것, 햇빛 찬란한 명랑 무드가 만연하다.


아레나 옴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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