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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DBD Apr 18. 2023

클래식은 영원하다, 크로우캐년

Brand dict.

근 3-4년 전부터 카페에 가면 유독 자주 보이는 식기들이 있다. 흔히 말하는 감성 카페라고 한다면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 바로 크로우캐년이다. 크로우캐년이라고 말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아무래도 독특한 마블 디자인이다. 어떻게 보면 너무 간단한 디자인이고, 또 어떻게 보면 이 간단한 디자인으로 사람들을 매료한 브랜드의 능력이 대단하다고 볼 수 있다.


처음 유행이 되었을 때 브랜드들이 거치는 단계가 있다. 몰랐던 사람들이 보는 '인지' 단계. 인지한 후에는 트렌드인 만큼 괜히 더 예뻐 보이는 '동조' 단계. 동조 단계까지 거쳤다면 이후 구매까지 이어지는 '행동' 단계로 넘어간다. 하지만 이례적으로 크로우캐년은 이 일반적인 단계를 꽤 늦게 거쳤다. 어찌 보면 흔하고 평범하다고 느낄 수 있는 디자인이라는 인식이 호불호를 극명하게 나눴다.


사실 나 역시 처음에는 크로우캐년의 식기 디자인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마블이라는 소재 자체가 중학교 미술 시간만 하더라도 접해볼 수 있는 간단하기 그지없는 기법인 만큼 그리 특별하다는 생각을 못 한 거다. 불호로 느꼈던 사람들의 대부분은 이와 같은 이유였다. 여러 가지 대체재가 많은 시장에서 디자인만 보고 지갑을 여는 세상인데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디자인을 내민다니, 무모하고 대담한 시도라고 느껴졌다.


크로우캐년은 그러한 클래식을 모토로 움직이고 설계된 브랜드다.




크로우캐년은 1977년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베이스를 두고 만들어진 브랜드다. 시간만 보더라도 꽤 오래전부터 브랜드의 역사를 쌓아왔음을 알 수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크로우캐년은 '클래식' 그리고 '내구성'을 중심으로 브랜드를 키워가고 있다. 디자인을 얘기하기에 앞서 먼저 제품 자체에 대한 이야기부터 하자면, 크로우캐년의 초기 제품은 마블이 아닌 그저 컬러만 입힌 평범한 식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그때부터 모든 상품은 3가지 이념을 꼭 지키며 만들어지고 있다.


durable (내구성이 좋은)

eco-friendly (환경친화적인)

safe to use (안전하게 사용하는)


크로우캐년


이 세 가지 규칙은 '법랑'이라는 크로우캐년의 제조법에 따라 지켜지고 있다. 법랑은 금속 표면에 유리로 코팅하여 금속의 단단함과 유리의 내식성을 한 번에 느낄 수 있는 제조 유형이다. 실제로 크로우캐년의 컵을 들어보면 두께에 비해 가벼워 금속 같고, 겉은 반질반질하게 코팅이 잘 되어 유리 같다는 느낌이 든다. 여기서 크로우캐년은 durable이라는 첫 번째 규칙을 지켰다.


그렇다면 왜 금속이면 금속, 유리면 유리. 한 가지 재료로 만들지 않았을까? 이 물음의 해답도 세 번째 규칙이 답해준다. 깨지지 않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식기라니! 살면서 한 번쯤 주방 식기를 깨뜨려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얼마나 중요한 포인트인지 알 거다. 실수로 떨어뜨렸을 때, 땅에 닿기까지의 숨 막히는 심리와 떨어진 후의 쨍그랑- 하는 무시무시한 소리... 마지막으로 손 다치지 않게 조각 하나하나 처량하게 그걸 주워 담고 있는 나의 모습까지. 깨질 확률이 현저히 낮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장점이 된다. 실제로 크로우캐년의 식기가 다른 곳에 비해 가격이 있는 것도 바로 이 소재 때문이다. 하지만 깨지지 않는다는 걸 생각하면 훨씬 경제적인 편이 아닐까?


마지막으로 크로우캐년은 환경에 좋지 않은 소재를 사용하지 않으려 한다. 컵 하면 제일 보편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건 아무래도 플라스틱이다. 이제는 잘 알다시피 플라스틱이 환경에 끼치는 피해는 어마어마하다. 플라스틱만 피하더라도 충분히 환경친화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크로우캐년은 이 클래식한 3가지 규칙에 충실하다. 잘 깨지지 않고 내구성 좋은데 환경에도 피해가 가지 않는 식기. 이 얼마나 클래식하고 완벽한 명제일까!




크로우캐년이 이토록 클래식에 집중했기 때문에 평범해 보일 수 있는 디자인마저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물감이 휘날린 듯한 마블, 색만 입힌 클래식, 반짝거리는 가루가 들어간 듯한 스틴슨. 세 가지 옵션 모두 마니아층이 견고하지만 어느덧 크로우캐년의 상징이 마블로 귀결된 것도 마블이 가진 속성 때문이 아닐까 싶다.


미술 기법으로서의 마블은 딱 맞춰진 틀과 계획에서 창조되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우연적인 아름다움에 그 의미가 있다. 복잡한 고민이나 생각할 필요 없이 우리 일상과 함께하는 식기라면 우연적인 아름다움으로 탄생한 마블도 전혀 밋밋하지 않은 아름다움으로 느껴질 거다.


클래식은 영원하다는 말이 있다. 디자인도, 이념도 클래식한 크로우캐년이 1977년부터 오늘까지 오랜 시간 동안 쇠퇴하지 않고 꾸준히 사랑받는 것 또한, 유행의 물살을 타지 않고 클래식으로써 남아있기에 영원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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