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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DBD Apr 18. 2023

지구를 주주로 삼는 브랜드 : 파타고니아

Brand dict.

영화 '돈 룩 업'을 보면 혜성이 지구를 향해 다가와 파괴할 거라는 소식을 꾸준히 전함에도, 쏟아지는 다른 이야기들로 인해 완전히 묻히는 상황이 생긴다. 사뭇 진지한 주제와 달리 코미디 영화로 제작되어 마음 편히 웃으며 본 이 영화를 어느 사람들은 쉽게 웃어넘기지 못했다.



파타고니아의 CEO 이본 쉬나드 역시 웃지 못한 사람 중 한 명이었을 거다. 어릴 때부터 지겹도록 듣던 지구온난화, 대기오염, 환경 파괴 문제들은 과학과 기술의 발전에도 전혀 달라진 것 없이 오히려 파괴되는 속도가 가속되고 있다. 파타고니아의 회장인 이본 쉬나드는 여러 브랜드 중에서도 환경에 관심이 많기로 유명한 경영자다. 그와 같은 환경운동가들은 돈 룩 업을 보면서 울었다고 했다. 그 사람들에게는 코미디가 아니라 다큐멘터리와 같은 영화였을 거다.


어떤 것들이 환경을 많이 파괴할까? 라고 묻는다면 대표적으로 떠올리는 건 플라스틱, 비닐 등 썩지 않고 오래 남는 물질들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심각한 문제는 바로 옷이라는 것. 모든 유행이 빠르게 움직이며 패션계에서는 패스트 패션이라는 용어도 새롭게 등장했다. 2020년에는 롱패딩, 2021년에는 숏패딩, 2022년에는 바람막이와 같은 얇은 패딩이 유행을 선도하고 있다. 대중문화뿐만 아니라 옷도 이제는 빠른 흐름을 타고 대세가 바뀌어가고 있다.


그런데 옷이 만들어지는 데에 얼마나 많은 자연이 파괴되는지 혹시 알고 있을까? 오죽하면 환경운동가 사이에서는 그 해의 유행하는 컬러를 알고 싶다면 강물을 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옷을 제작하며 염료를 사용하고, 나무를 베고. 여러 환경이 파괴된다.


옷뿐만이 아니다. 의류 브랜드 중에서도 하이엔드 브랜드라면 거치는 패션쇼에서는 아주 다양한 방법으로 환경을 훼손한다. 대표적으로 샤넬 패션쇼의 경우 실제 빙하를 잘라서 썼고, 나무를 베어서 패션쇼장에 장식했으며, 모래와 인공 파도를 만들어 해변가를 연출하고 모두 버리는 등의 행동으로 비난을 받기도 했다.


파타고니아 역시 의류 브랜드로써 이러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하지만 다른 브랜드와 파타고니아가 달랐던 점은 책임을 인지하고 이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브랜드를 과감히 바꿔나갔다는 점이다.




파타고니아는 브랜드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로고를 더 이상 새기지 않기로 했다. 실제로 로고를 부착하면 옷의 수명이 몇 년 이상 단축된다고 한다. 옷을 아예 만들지 않을 수 없다면, 재생 가능한 의류로 탈바꿈하기 위해 내린 과감한 결단이었다. 옷을 만들 때 사용하는 소재 역시 변경했다. 환경에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도록 고심한 끝에 나온 결과였다.


브랜드로써 쉽게 내리기 어려운 결단을 빠르게 내렸고 그런 후에도 타격 없이 성장세를 계속 보이는 전망 좋은 브랜드였지만, 2022년 9월 15일 이본 쉬나드 회장은 이것도 부족하다며 자산 가치 4.2조에 달하는 회사를 통째로 기부했다. 그 이유는 심플하다. 오로지 환경을 위해서.




이제 파타고니아의

유일한 주주는 지구입니다.


우리가 향후 50년 동안 사업을 성장시키겠다는 생각보다

지구를 되살리겠다는 희망을 훨씬 크게 갖고 있다면,

우리가 가진 모든 자원을 사용하여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합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 이본 쉬나드


회사를 공개 기업 (going public) 으로 전환하며 발표한 입장문에서 이본 쉬나드 회장은 파타고니아의 유일한 주주는 이제 지구뿐이라고 단언했다. 자본시장에서 돈과 주주를 바탕으로 굴러가는 일반 브랜드에선 절대 내릴 수 없는 결정을 파타고니아는 환경을 위해 50년 간 운영한 회사를 공개 기업으로 전환한 것은 의류 브랜드 업계는 물론이고, 일반 사람들에게까지 큰 충격과 의미를 주었다.


사실 여기까지 이야기를 알게 되었을 때는 파타고니아에 충격이 가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어쨌든 자본주의 시장의 논리와는 맞지 않는 경영 방식을 택한 것인 만큼 기업 가치가 하락하거나 혹은 부진한 매출 등으로 이어지면 어떡하나 싶은 노파심에서였다. 하지만 돈 룩 업에서 사람들이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던 것과 달리, 국적을 떠나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파타고니아의 행보에 오히려 더 많은 관심을 보내고 자연스레 브랜드 소비로 이어지고 있다. 파타고니아의 방식이 옳았던 것임을 증명한 거나 다름 없는 것이다.


파타고니아만큼 커다란 브랜드가 가져야 하는 의무를 우리는 사회적 책임이라고 한다. 파타고니아는 그런 사회적 책임을 누군가 씌우기도 전에 스스로 움직이는 똑똑한 브랜드였다. 계산된 영리함이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현명함이 브랜드의 향후 50년을 새롭게 결정지었다. 그 50년은 지나온 50년보다도 더 눈부신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다.


사람들이 브랜드를 사랑하게 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디자인이 좋아서, 내구성이 뛰어나서, 스타일이 잘 맞아서. 하지만 결국 오랜 시간 함께하게 되는 것은 브랜드의 가치가 올바른 방향을 향해 나아갈 때라고 생각한다. 파타고니아의 신념을 사랑하게 된 나는, 앞으로의 50년을 더 나아갈 파타고니아의 미래까지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다시 돈 룩 업을 감상해보자. 영화 속 답답하게 느껴졌던 사람들이 혹시 내 모습은 아니었을까?




저는 단 한 번도 사업가가 되기를 바랐던 적이 없습니다.


제 자신과 친구들을 위해 등반 장비를 만드는 기술자로서 일을 시작했고, 그 후에 의류 사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광범위한 변화와 생태계 파괴, 그리고 우리의 비즈니스가 환경 문제의 일부임을 알게 된 후부터 기존 기업들의 관행을 바꾸어 내는데 파타고니아의 사업을 이용해 왔습니다.


옳은 일을 하면서도 사업을 운영하는데 충분한 돈을 벌 수 있다면 우리는 고객들과 다른 기업들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자본주의 시스템에도 변화를 만들 수 있으리라 믿었습니다.


환경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지만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를 온전히 유지하면서 지구 환경 위기를 막기 위한 싸움에 더 많은 돈을 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 회사에 쓸 수 있는 마땅한 방안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만의 방법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파타고니아를 통해 만드는 재무적인 이익을 모든 자원의 원천인 지구 환경을 보호하는데 사용하려 합니다.


'이본 쉬나드' - 공개 기업 전환 발표문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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