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 dict.
사람들이 명품을 사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한다. 똑같이 몸을 보호하기 위한 옷인데도 불구하고 어떤 옷은 수 백, 수천만 원이고 어떤 옷은 몇 천 원, 몇 만원인 것이.
한정적이고 귀한 것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 낡음은 똑같음에도, 물건을 사는 마음은 어디서 생겨난 마음인지 나름의 답을 내려야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거듭된 고민의 끝에 도순태의 ‘팽나무 사랑’이라는 시의 한 구절 ‘처음은 순간의 편린만 남는다’에서 한 글자를 바꾼 ‘처음은 순간의 편린이 남는다‘가 내가 택한 답이다.
편린은 한 조각의 비늘이라는 뜻으로, ‘사물의 극히 작은 한 부분을 이르는 말’이다. 시에서는 영원한 것은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이 문장으로 표현했다. 영원하지 못하기에 편린만 남는다면 역설적이게도 편린은 영원함을 증명하는 한 조각의 비늘이기도 하다. 그 편린이 바로 물건을 사게 하는 마음일 것이라 생각했다.
사람들은 영원함을 갈망하며 시간 속의 낡아감을, 변하지 않는 로고와 스토리를 가진 브랜드에 담고자 브랜드를 소비한다. 수많은 아이템들이 각자의 편린이 되는 것이다. 명품 가방은 누군가의 손을 거쳐 그 누군가가 전하는 순간과 시간이 되고, 값비싼 시계는 사업의 성공, 혹은 받는 이에게 전하는 감사의 마음이 된다. 모든 개인의 인생의 역사 <history>를 브랜드를 이용함으로 물건에 영원함을 담아 봉인해 본다. 나의 어떤 마음과 순간이 담긴 첫 편린(영원함)은 ‘미우미우’ <miumiu>다.
미우미우는 이탈리아의 명품 패션 브랜드로 프라다 그룹 소속이다. 1992년 소개된 미우미우는 ‘미우치아 프라다’의 손에서 탄생했다.
미우치아는 프라다 설립자 마리오 프라다(Mario Prada)의 딸 ‘루이사 프라다(Luisa Prada)’의 딸로 2차 세계대전 이후 파산 직전에 놓인 회사를 살리고자 가업에 동참했다. 그 시기 밀라노에서 열린 국제 피혁 박람회에서 프라다의 가방을 복제한 청년에게 설득당해 동업을 하게 되었는데 그 청년이 바로 현재 미우치아의 반려자 ‘파트리치오 베르텔리(Patrizio Bertelli)’다. 미우치아와 파트리치오는 10년의 만남 뒤 결혼에 이렀다.
둘은 프라다를 승승장구 시켰고, 파트리치오는 미우치아의 잠재력을 독려했다. 미우치아는 1993년 프라다의 여성복 라인을 출시하면서 브랜드 '미우미우'를 탄생시켰다.
미우미우는 미우치아, 그녀가 되고 싶었던 분신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미우미우’가 입고 싶은 디자인을 젊은 감각으로 만들어 내 선보인 브랜드이다. 브랜드 론칭과 동시에 밀라노의 스피가 거리에 첫 매장을 오픈한 미우미우는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등 유럽 등지와 일본 도쿄, 홍콩 등 전 세계에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프라다에서 시작된 미우미우는 프라다의 세컨 라인이었으나 이미지를 탈피, 다양한 활동과 멋진 결과를 통해 지금은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다.
미우미우의 활동 중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단연 패션쇼이다.
코로나로 인해 피지컬 쇼를 선보일 수 없었던 2021 F/W 시기에 미우미우는 알프스의 설원을 택했다. 해발 2743m에 위치한 알프스의 스키 휴양지, <코르티나 담페초 Cortina d'Ampezzo>의 설원에서 벤자민 크라쿤 감독이 촬영한 미우미우의 컬렉션이 공개된 뒤 우리가 맞이한 모든 겨울에는 바라클라바가 있었다. 방한 용품으로 그치던 바라클라바를 패션 아이템으로 만든 것이다.
뒤이은 2022 S/S 컬렉션에서는 로우 라이즈를 트렌드로 이끌었다. 미니스커트와, 셔츠, 팬츠를 통해 촌스럽다 여겨지던 과거의 패션을 다시 불러일으켜 2022년 봄 시즌 최고의 쇼라고 불리며 모든 유행의 시작에는 미우미우가 있었음을 증명했다.
미우치아 프라다의 또 다른 자아로 시작된 미우미우는 이제 젊은 세대를 이끌며 큰 영향을 끼치는 브랜드가 되었다. 프라다의 디자이너를 시작으로, 그녀의 동반자의 격려로 시작된, 코로나의 시대에 산을 올라가 런웨이를 선보이는 미우미우의 이 역사들을 나에게 더하면 이 편린은 아주 작은 한 조각이 아니게 된다. 짧은 추억 하나가 매 순간 과거를 추억하게 하는 것처럼 말이다.
앞선 스토리처럼 명품 브랜드를 들여다보면 브랜드의 자존감을 배울 수 있다. 미우미우에는 틀에 박힌 사고방식과 관념을 브랜드만의 정체성으로 고고하게 뒤집어 버리는 태도가 있다. 사람을 초대할 수 없다면 알프스에 올라 방한용품이 패션 아이템이 될 수 있음을 선보이고, 란제리와 야외의 공존을 증명한다. 과거의 촌스러움은 촌스러움이 아닌 세련됨을 런웨이로 증명해낸다. 소녀스러운 맑은 당참을 가지고 말이다.
이 모습을 보고 있으면 무엇이든 내가 원하는 것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이런 스토리 속에서 값은 작아진다. 비싼 것, 값싼 것이라고 정의할 수 없는 브랜드의 철학이 옷에 녹아들기 때문이다.
런웨이의 마지막에 항상 고개를 빼꼼 내밀며 인사를 하는 트레이드마크가 미우치아에게 있다. 그 모습은 당차면서 수줍다. 나는 미우미우를 입을 때마다 그녀처럼, 미우미우처럼, 수줍어지고 산에서 란제리를 입었던 모델처럼 당차진다. 그리고 나는 미우미우의 옷을 입고 무엇이든 내가 원하는 것은 할 수 있음을 상기한다. 이것이 내가 브랜드를 이용하는 법이다.
나의 미우미우에는 그때 그 시기의 내가, 이 글을 쓰던 내가, 영원히 옷 속에 담길 것이다. 그리고 그 얇은 옷 조각 하나가 그 시기의 당차고 수줍던 나를 먼 훗날의 나에게 데리고 올 것이다.
그리고 또 어쩌면 먼 훗날의 나는 얇은 옷 조각 하나 덕분에, 더욱 당차고 수줍어질지 모른다.
처음은 순간의 편린이 남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