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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DBD Apr 18. 2023

수줍음과 당참이 공존하는 브랜드. Miu miu

Brand dict.

사람들이 명품을 사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한다. 똑같이 몸을 보호하기 위한 옷인데도 불구하고 어떤 옷은 수 백, 수천만 원이고 어떤 옷은 몇 천 원, 몇 만원인 것이.

한정적이고 귀한 것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 낡음은 똑같음에도, 물건을 사는 마음은 어디서 생겨난 마음인지 나름의 답을 내려야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거듭된 고민의 끝에 도순태의 ‘팽나무 사랑’이라는 시의 한 구절 ‘처음은 순간의 편린만 남는다’에서 한 글자를 바꾼 ‘처음은 순간의 편린이 남는다‘가 내가 택한 답이다.


편린한 조각의 비늘이라는 뜻으로, ‘사물의 극히 작은 한 부분을 이르는 말’이다. 시에서는 영원한 것은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이 문장으로 표현했다. 영원하지 못하기에 편린만 남는다면 역설적이게도 편린은 영원함을 증명하는 한 조각의 비늘이기도 하다. 그 편린이 바로 물건을 사게 하는 마음일 것이라 생각했다.


@miumiu


사람들은 영원함을 갈망하며 시간 속의 낡아감을, 변하지 않는 로고와 스토리를 가진 브랜드에 담고자 브랜드를 소비한다. 수많은 아이템들이 각자의 편린이 되는 것이다. 명품 가방은 누군가의 손을 거쳐 그 누군가가 전하는 순간과 시간이 되고, 값비싼 시계는 사업의 성공, 혹은 받는 이에게 전하는 감사의 마음이 된다. 모든 개인의 인생의 역사 <history>를 브랜드를 이용함으로 물건에 영원함을 담아 봉인해 본다. 나의 어떤 마음과 순간이 담긴 첫 편린(영원함)은 ‘미우미우’ <miumiu>다.


@Harper’s BAZAAR <‘미우치아 프라다’ Miuccia Prada>


미우미우는 이탈리아의 명품 패션 브랜드로 프라다 그룹 소속이다. 1992년 소개된 미우미우는 ‘미우치아 프라다’의 손에서 탄생했다.


@failurebeforesuccess <프라다 설립자 '마리오 프라다'(Mario Prada)>


미우치아는 프라다 설립자 마리오 프라다(Mario Prada)의 딸 ‘루이사 프라다(Luisa Prada)’의 딸로 2차 세계대전 이후 파산 직전에 놓인 회사를 살리고자 가업에 동참했다. 그 시기 밀라노에서 열린 국제 피혁 박람회에서 프라다의 가방을 복제한 청년에게 설득당해 동업을 하게 되었는데 그 청년이 바로 현재 미우치아의 반려자 ‘파트리치오 베르텔리(Patrizio Bertelli)’다. 미우치아와 파트리치오는 10년의 만남 뒤 결혼에 이렀다.


@Fandip <미우치아 프라다와 파트리치오>


둘은 프라다를 승승장구 시켰고, 파트리치오는 미우치아의 잠재력을 독려했다. 미우치아는 1993년 프라다의 여성복 라인을 출시하면서 브랜드 '미우미우'를 탄생시켰다.


@prada group <‘miumiu’ 파리 스토어>


미우미우는 미우치아, 그녀가 되고 싶었던 분신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미우미우’가 입고 싶은 디자인을 젊은 감각으로 만들어 내 선보인 브랜드이다. 브랜드 론칭과 동시에 밀라노의 스피가 거리에 첫 매장을 오픈한 미우미우는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등 유럽 등지와 일본 도쿄, 홍콩 등 전 세계에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프라다에서 시작된 미우미우는 프라다의 세컨 라인이었으나 이미지를 탈피, 다양한 활동과 멋진 결과를 통해 지금은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다.



@RE-EDITION MAGAZINE miumiu 2021 F/W 컬렉션


미우미우의 활동 중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단연 패션쇼이다.


@expedia <코르티나 담페초 Cortina d'Ampezzo>


코로나로 인해 피지컬 쇼를 선보일 수 없었던 2021 F/W 시기에 미우미우는 알프스의 설원을 택했다. 해발 2743m에 위치한 알프스의 스키 휴양지, <코르티나 담페초 Cortina d'Ampezzo>의 설원에서 벤자민 크라쿤 감독이 촬영한 미우미우의 컬렉션이 공개된 뒤 우리가 맞이한 모든 겨울에는 바라클라바가 있었다. 방한 용품으로 그치던 바라클라바를 패션 아이템으로 만든 것이다.


@eyesmag miumiu 2022 S/S 컬렉션


뒤이은 2022 S/S 컬렉션에서는 로우 라이즈를 트렌드로 이끌었다. 미니스커트와, 셔츠, 팬츠를 통해 촌스럽다 여겨지던 과거의 패션을 다시 불러일으켜 2022년 봄 시즌 최고의 쇼라고 불리며 모든 유행의 시작에는 미우미우가 있었음을 증명했다.


미우치아 프라다의 또 다른 자아로 시작된 미우미우는 이제 젊은 세대를 이끌며 큰 영향을 끼치는 브랜드가 되었다. 프라다의 디자이너를 시작으로, 그녀의 동반자의 격려로 시작된, 코로나의 시대에 산을 올라가 런웨이를 선보이는 미우미우의 이 역사들을 나에게 더하면 이 편린은 아주 작은 한 조각이 아니게 된다. 짧은 추억 하나가 매 순간 과거를 추억하게 하는 것처럼 말이다.


앞선 스토리처럼 명품 브랜드를 들여다보면 브랜드의 자존감을 배울 수 있다. 미우미우에는 틀에 박힌 사고방식과 관념을 브랜드만의 정체성으로 고고하게 뒤집어 버리는 태도가 있다. 사람을 초대할 수 없다면 알프스에 올라 방한용품이 패션 아이템이 될 수 있음을 선보이고, 란제리와 야외의 공존을 증명한다. 과거의 촌스러움은 촌스러움이 아닌 세련됨을 런웨이로 증명해낸다. 소녀스러운 맑은 당참을 가지고 말이다.


이 모습을 보고 있으면 무엇이든 내가 원하는 것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이런 스토리 속에서 값은 작아진다. 비싼 것, 값싼 것이라고 정의할 수 없는 브랜드의 철학이 옷에 녹아들기 때문이다.


@WWD


런웨이의 마지막에 항상 고개를 빼꼼 내밀며 인사를 하는 트레이드마크가 미우치아에게 있다. 그 모습은 당차면서 수줍다. 나는 미우미우를 입을 때마다 그녀처럼, 미우미우처럼, 수줍어지고 산에서 란제리를 입었던 모델처럼 당차진다. 그리고 나는 미우미우의 옷을 입고 무엇이든 내가 원하는 것은 할 수 있음을 상기한다. 이것이 내가 브랜드를 이용하는 법이다.


나의 미우미우에는 그때 그 시기의 내가, 이 글을 쓰던 내가, 영원히 옷 속에 담길 것이다. 그리고 그 얇은 옷 조각 하나가 그 시기의 당차고 수줍던 나를 먼 훗날의 나에게 데리고 올 것이다.


그리고 또 어쩌면 먼 훗날의 나는 얇은 옷 조각 하나 덕분에, 더욱 당차고 수줍어질지 모른다.

처음은 순간의 편린이 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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