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3개월, 잠정적 무직

퇴사와 결혼

by 메모리아

5월에 결혼을 했고, 9월에는 퇴사했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가 생기기 전이 가장 돈을 모으기 좋은 시기라 말한다.

하지만 나는 그 시기를 온전히 누리지 못하게 되었다.


연애 시절부터 남편과 생활 패턴은 늘 엇갈렸고, 그 어긋남은 결혼 후에도 이어졌다.

회사에서 쌓이는 피로까지 겹치자 몸은 점점 지쳐갔다.

건강이 무너지는 걸 느끼면서도 “조금만 더, 조금만 더”라며 버텼다.

하지만 결국 멈춰 서야 한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퇴사를 결심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마음속에서 수십 번을 흔들렸고, 통보한 날 밤에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

원해서 내린 결정임에도 불구하고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

새로운 시작 앞에서 설렘이 반이라면, 두려움도 반이었다.


남은 시간 속에서 나는 하고 싶던 것들을 하나씩 떠올렸다.

미뤄왔던 글쓰기, 따고 싶던 자격증, 준비해야 할 일들.

분명 기회는 손에 쥐었는데,

정작 마음 한구석에서는 “조금은 쉬어도 되지 않을까”라는 속삭임이 들려왔다.

또 “이 시간을 흘려보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번갈아 내 안을 흔들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두려움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품고 함께 걸어가는 것이라는 걸.

마치 계절이 바뀔 때마다 나무들이 새 옷을 입듯, 나 역시 두려움 위에 용기를 덧입어야 한다는 걸.

나는 지금, 용기를 입는 중이다.


아직은 낯설지만, 언젠가 이 옷이 내게 꼭 맞는 계절이 오리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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