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산후우울증 일지 몰랐다. 지금에야 아내랑 웃으며 이야기하지만 그때 당시에는 잘 몰랐다. 혹자는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아이를 가진 여성이라면 누구나 의례통과해야 할 길이라고. 큰일 날 소리다.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될 육아에서가장 중요하게 챙겨야 될 일이다. 절대로 아내를 가만 두지 않길 바란다.
사실 지금 둘째가 6개월이 넘어가는 시점에 아내는 첫째 때보다 감정의 기복이 심하지 않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잘 지내고 있다고 한다(그런데 이 마저도 아내의 착각인 듯하다. 아내는 지금도 처절하게 자신의 감정조절을 하고 있으며 이따금 뜬금없는 눈물에 미안해질 때가 많다.그래서 이렇게 바꿔야 할 것 같다. 첫째 대비 조금 나은 것 같다고).
첫째를 키울 때 모유수유를 3개월 정도 했었다. 그 당시 아내는 모유가 아이들에게 좋다고 하니 길게 해 보려는 셈 치고 노력해보았지만 여의치 않은 사정으로 젖몸살을 심하게 앓았다. 살을 애일듯한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한다(남자라서 알 수 없는 고통이지만 정말로 살을 찢을듯한 고통에 자신의 가슴을 도려내고 싶을 정도라 한다).
모든 것이 새로 시작하는 단계다 보니 젖몸살뿐만 아니라기대와는 다른 자신의 모습에 계속 실망만 늘어갔다. 아이는 기대와 다르게 등센서가 민감하여 늘 안아서 재워야 했고밤새 깨는 횟수도 줄어드는 게 아니라 더 늘어나 100일 잠깐의 기적은 차치하고 늘 처음으로 돌아오는 자신을 마주해야 했다.
장모님과 아내의 크고 작은 갈등,너무 많이 빠지는 머리카락을 보며 아이 낳기 전 모습과 다른 이후 자신의 모습의 변화등,이 모든 것들이 아내를 지치고 힘들게 했으리라.
툭하면 눈물바다가 되기 일쑤였고 조그만 일에도 굉장히 신경질적이고 예민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내가 조금이라도 퇴근이 늦어지면 불이 나게 화를 내기도 했고 잠을 자다가 아이가 깨면 가끔 이해 못 할 정도로 화를 내기도 했다.
그래서 더 미안해요.
지금은 아내도 그때 자기가 너무 예민했던 걸후회한다며 산후우울증이 그렇게 올지 몰랐다고 이야기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좀 더 내가 옆에서 힘이 되어주지 못했던 걸까 너무 후회가 된다.
365일 24시간 아이와 한 몸이 되어 돌봐야 하는 숨통이 트일 여유조차 없었던 아내는 처절하게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모든 것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아빠로서 누구보다 열심히 육아에 동참했다고 자부하지만 그런 감정을 느꼈을아내를 생각할 때 더 미안한 마음뿐이고 현실적인 육아 환경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래도 그 힘든 시간 잘 견디고 버텨준 아내에게 너무 고맙고 지금은 훌쩍 커버린 첫째의 재롱을 볼 때 그 뒤에 가려진 아내의 헌신에 고개 숙여 존경을 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