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과 나의 상관계수는 몇이나 될까?

남을 낮추어 내가 높아질 수 없고, 남을 높여 내가 낮아지지 않는다.

by 이소한

초등학교 4학년 때 쓰던 일기장이 아직도 몇 권 남아 있다. 읽어보면 대부분의 내용은 같이 노는 친구 무리 사이에서의 뒷담화로 인한 고민에 대한 것이다. 앞에서는 친근하던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 전했다는 나에 대한 험담을 듣게 되었을 때의 배신감이란.


그렇게 철없던 때에 시작된 뒷담화로 인한 배신, 분열, 갈등의 고민은 어찌 된 일인지 나이를 먹는다 하여 사라지기는커녕, 되려 늘어나는 듯했다.


처음에는 그런 뒷담화의 주인공이 된다는 사실에 많이 분노했다.

내가 하는 말, 행동이 그릇되었다거나 도덕적인 기준에서 전혀 맞지 않는다 하면 쉬이 인정할 수 있지만, 그런 게 아니라 나의 생각, 옷차림, 관심분야와 같이 지극히 주관적인 분야에 대해 토를 달고 파고드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었고 괜히 주눅 들게 만들려는 것 같아 자존심도 많이 상했다.


심심풀이로 사주를 본 적이 있는데 내게 '원진살'이라 하여 남의 원망을 잘 듣는 살이 끼어있다는 소릴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내가 누군가의 마음을 얻으려면 남들의 배 이상을 해야 하며 내가 선의로 다가간다 하더라도 받는 사람은 서릿발이 끼어 있는 찬 바람으로 느껴 오해를 사기 쉽다는 게 그 내용이었다. 믿거나 말거나.


진짜 그 원진살 때문인 건지, 학교나 직장에서 괜한 질투와 시기의 대상이 되기도 하여 불화가 커져서 큰 다툼이 된 경우에서부터 내가 모르는 사이에 오르내렸을 뒷담화들까지. 조용히 살고 싶었지만 바람과는 달리 수많은 사람들의 구설수에 아마 올랐으리라.


직장생활 중, 뒷담화의 주범이 되는 무리들에 대해 똑같이 뒷담화를 했다가 호되게 당한 적이 있었다.

일부 무리가 주도적으로 전 직원을 뒷담화하고 여왕벌 행세를 하지만, 그들의 입방아에 오르는 게 불편한 주변인들은 그들의 잘못을 지적하기는커녕 오히려 비위를 맞추어주는 행태를 보고 불편한 기색을 비추자 곧바로 화살은 내게로 방향을 틀었다.

들어온 지 갓 몇 년된 내가 자신의 말에 편승하지 않아 얼마나 불편했을까.


왜 하필 나였을까?

나는 바른말을 한 죄 밖에 없고, 그 사람들이 못된 게 분명한데.

다른 사람들 역시 그 사람들에 눈에 띄기 싫어서 묵인할 뿐, 잘못은 분명 그들에게 있는 건데.


여러 생각으로 우울증 비슷한 증상도 겪고,

대인기피증처럼 엘리베이터에 누가 타기만 해도 심장이 두근거리는 증상을 겪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그들의 뒷담화가 싫다고 뒷담화한 나에게도 그 원인이 있었다.

결국 그렇게 힘의 논리로 밀어붙여지는 강 대 강의 싸움의 끝은 갈등일 뿐이라는 것을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상대의 약점을 파악해서 그 부분을 겨냥하는 것은 매우 비겁하다.

그런 사람과의 관계는 신뢰를 단단히 쌓을 수 없기에 오래가지 못한다.

그러나 몇몇 비겁한 사람들은 자신이 아는 상대의 약점을 집요하리만큼 파고들어 제3자에게 자신이 분석한 그 약점을 신랄하게 펼치기도 한다.


그렇게까지 해서 그들이 얻는 것은 무엇일까?

유튜브로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님의 강연을 자주 보곤 하는데 <뒷담화 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다룬 편을 매우 흥미롭게 본 적이 있다.


"그렇게 뒷담화 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본인이 행복하지 않고 늘 불안하다는 특징이 있으며, 타인의 단점을 찾아 상대적 우월감을 느끼며 못난 안녕감을 느끼려 한다."

출처: 유튜브- 틈만 나면 남 욕하는 사람, 대체 왜 그럴까? 뒷담화 대처, '이렇게'만 하세요! [타인의 심리 읽어드립니다.], 김경일 교수


이렇듯 그들의 '못난 안녕감'을 충족시키기 위한 타깃이 되는 누군가는 그들의 뒷담화의 주인공으로 소비되는 것이다.

그렇게 남을 깎아내린다 하여 상대적으로 우월해지는 것처럼 느낄 수 있겠지만, 그것은 주관적이고 상대적이며 본인이 정의 내리는 것일 뿐.

객관적이고 합당한 다수의 시선에서도 내가 우월해지려면 상대의 약점을 찾을 것이 아니라, 나의 능력을 키우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하는 건 보편타당한 진리이다.


그래서 나는 뒷담화를 하는 사람들이건, 뒷담화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건 꼭 이것만큼은 알았으면 좋겠다.

나와 타인의 상관계수는 '0'이라는 것을.

내가 남을 낮춘다 해서 나의 위치나 능력이 오르는 게 아니라는 것을.

나의 위치나 능력을 높이거나 낮추는 일은 오로지 자력으로만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그렇기에 내가 뒷담화를 하는 사람이라면, 남을 내리깐다 하여 정말 그 사람이 내려가는 것 같은 착각에서 벗어나, 자신의 이름을 위한 보다 의미 있고 보람찬 이야기로 주제를 바꿀 수 있었으면 한다.

내가 뒷담화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나를 누가 터무니없이 욕한다는 사실에 억울은 하겠지만 나 자신의 고유한 위치나 능력에 그 사람의 말이 해가 되지 않기에 본인의 평정심을 잃지 않고 휘둘리지 않았으면 한다.


더불어 반대로 남을 높이는 말을 한다하여 내가 내려가는 것도 역시 아니기에.

다른 이의 좋은 점을 찾아 당사자 혹은 제3자에게 짚어주는 연습은 꾸준히 해 나갔으면 한다.

유유상종. 결국은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이게 되는 것. 이것은 과학이다.

남을 높이고 알아봐주는 말을 쓰면 쓸수록 나 역시도 그런 말을 많이 듣게 되는 것 아닐까?

결국 긍정의 힘, 선한 영향력은 쓰면 쓸수록 다시 내게 크게 돌아오는 것.


언제나 어렵지만 기본을 충실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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