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눈의 깊은 방
일요일 저녁이었다.
딸아이는 약속이 있다고 나갔고
집에는 세 식구만 남아 저녁을 먹게 되었다.
메뉴는 오징어 볶음이었고, 나는 세 사람에 맞춰 양을 볶았다.
식탁을 차리고 있는데 생각보다 빨리 딸이 돌아왔다.
“저녁 먹었니?”
“안 먹었어.”
“지금 먹을래?”
“응~”
나는 내 몫으로 남겨뒀던 오징어 볶음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딸아이 앞에 밀어두었다.
‘난 이따가 가자미나 한 토막 구워 먹어야겠다’
엄마는 그런 존재였다.
음식을 힘들게 만들지만,
내 몫은 있으면 먹고 없으면 마는 사람.
과일을 예쁘게 깎아 내놓고
본인은 씨 부분을 먹는 사람.
늘 순서가 맨 뒤인 사람.
내 몫을 접어두어도 식구들은 모른다.
미안해할까 봐,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서일지도 모른다.
살짝 억울할 만도 한데
이상하게도,
그런 일들이 하나도 억울하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발적으로 나를 양보하는 일이
어찌 억울할 수 있을까.
자식 입에 먹을 것 하나 들어가는 걸 보면
내 배가 부르다는 옛말이 하나도 틀림이 없음을 느낀다.
나도 퍼스트였던 때가 있었다.
엄마와 할머니의 사랑 속에서
늘 먼저 챙김을 받던 아이였다.
그 기억 덕분에
나 역시 사랑을 내어주는 사람이 되었다.
엄마의 희생을 먹고 자란 나는
이제 엄마가 되어
아무렇지 않게 식구들에게 내 몫을 내어준다.
못 먹었는데,
이상하게 배는 부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