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겨울을 견디는 3가지 방법

보라눈의 깊은 방

by 보라눈

나는 겨울을 싫어한다.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추위를 너무 잘 타는

체질 이어서이다.

내게 추위는 ‘고통’에 가깝다.


게다가 어떤 옷을 어떻게 예쁘게 입든,

마지막엔 결국 롱패딩으로 덮어야 하는 계절.

미감 제로의 재미없는 계절이다.


또 나는 미끄러운 걸 싫어하는 정도를 넘어 무서워한다.

얼음이 얼기 시작하면 곳곳이 위험한 곳이 된다.

스케이트나 스키는 생각만 해도 몸이 굳는 나에겐

겨울은 정말 위험한 계절이다.


거기다 결정타는 난방비 폭탄!

냉방비는 난방비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다.


우리 집은 복층이다.

서재로도, 운동방으로도 잘 쓰고 있어서

이 집에 사는 걸 후회하진 않는다.

하지만 난방비는 두 배로 들고,

오래된 집이라 단열이 시원찮다.

아무리 보일러를 돌려도 쉽게 따뜻해지지 않는다.

그럴 땐 속이 쓰리다.


이번 겨울엔 전기담요를 두 장이나 샀다.

덕분에 따뜻해졌다.

대신 전기요금은 전달의 세 배를 넘어가는

기염을 토했다.


내게 겨울은 그래서 그냥 계절이 아니라,

버티는 계절이다.


그런 내가 겨울을 버티는 전략이 있다.

오늘은 “겨울을 견디는 3가지 방법”을

적어보고자 한다.



1. 무장하기


겨울엔 멋이고 뭐고 없다.

내가 살아남는 게 최종 목표이기 때문이다.


특히 새벽에 운동하러 나갈 땐 무조건 무장이다.


히트텍은 기본.

후드 플리스에 목까지 올라오는 플리스 한 장을 더 껴입고 롱패딩.

목도리로 바람이 들어올 틈을 완전히 막아주면

상의는 끝.


하의는 기모레깅스에 기모바지면 끝.

얼음이 언 날은 장갑도 필수다.


이렇게 입으면 몸이 무겁고 뚱뚱해져서

뒤뚱거리긴 한다.

하지만 웬만한 추위는 견딜 수 있다.



2. 길거리 음식 즐기기


겨울은 싫어하지만,

한겨울 포장마차의 따뜻한 온기는 너무 좋다.


손에 든 어묵국물 컵에서 퍼지는 김.

그 이미지는 참 포근하고, 따뜻하고, 낭만적이다.


사실 겨울처럼 맛있는 길거리 음식이

많은 계절도 없다.


친구들과 빨간 떡볶이를 이쑤시개로 콕 찔러

냠냠 먹고,

따끈한 어묵국물 한 모금 마시면

추위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던 시절.


붕어빵과 호떡은 또 어떤가.


팥을 안 좋아하는 편인데도

붕어빵은 팥붕을 선호하는 나.

그 묽고 적당히 단 팥이 좋다.


사실은 중심의 팥보다

겉바속촉인 붕어빵의 피 부분을 더 사랑하긴 하지만 말이다.


뜨거운 붕어빵을 들고 먹으며 걸어가던 순간만은 참 따뜻했다.


호떡도 정말 좋아하는 간식이다.

예전 내가 살던 동네엔 왕호떡을 파는 아주머니가 계셨는데,

호떡이 얼마나 컸던지 앞뒤만 익히는 게 아니라 옆면까지 익혀야 했다.

아주머니는 호떡을 세워서 옆면을 돌려가며 판에 지지셨다.


급한 마음에 덥석 물었다가 입천장을 덴 기억,

누구나 한 번쯤은 있지 않을까?


돈 없던 어린 시절,

호빵 기계 안에서 탐스럽게 쪄지는 호빵을 보며

참을 수 없어 친구랑 겨우 하나 사서 나눠 먹던 기억도 떠오른다.


겨울은 참 추운 계절인데,

추억만큼은 너무 따뜻하다.



3. 겨울연가 보기


이건 나만의 필살기다.


큰 아이가 다섯 살쯤 되었을 때, 나는 집에서 TV를 없앴다.

그 후로 10년쯤 지나 다시 TV를 사긴 했지만,

이미 TV를 안 보는 습관이 몸에 배어 지금도 거의 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화제 되는 드라마도 본 적이 없었다.

겨울연가도 물론이다.


그런데 한참 히트하고 5~6년쯤 뒤,

케이블 방송에서 우연히 보다가 빨려 들어가

뒤늦게 정주행을 하게 됐다.


내가 싫어하는 겨울이,

그 드라마 안에서는 어찌나 아름답게 나오는지.


그때 처음 느꼈던 것 같다.


아… 겨울도 아름다울 수 있구나.


그래서 그 이후로 2년에 한 번 정도는

겨울 즈음에 이 드라마를 반복해 정주행 한다.

그러면 겨울을 이길 힘이 생긴다.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되었다고 상상해 보면

겨울이 너무 아름다운 것이다.



그렇다. 내게 겨울은 생존의 계절이다.


겨울이 다가오는 11월부터 조금 우울해지기 시작하지만,

12월은 그래도 크리스마스가 있다는 희망에 캐럴을 들으며 버티고

동지를 맞이하며 희열을 느낀다.

동지가 지나야 해가 점점 길어지니까.


1월은 그냥 모든 걸 체념한 듯 살면

어쨌든 2월이 온다.

2월은 입춘이 있어서인지, 그래도 마음만은 봄이다.


이렇게 견디는 거다.


살아냈다는, 견뎌냈다는 작은 승리감이

다가오는 봄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주겠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해가 점점 길어짐이 느껴지고 있으니까.


올겨울도,

잘 살아남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