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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rby May 25. 2024

고등어를 빵에 싸 먹으면 어떤 맛일까.

Super Mario Emin Usta in Istanbul, 2023


첫 번째 글에 파리와 프랑스에 대한 이야기를 잔뜩 쓰기는 했습니다만, 이 글은 유럽 여행 중 먹었던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이며, 제 유럽 여행들을 역순으로 따라가 보려고 합니다.


그러자면 가장 마지막에 다녀온 유럽 여행부터 꺼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쓰니 유럽 여행을 엄청 자주 간 것 같지만, 사실 세 번 갔습니다.) 세 번째 유럽 여행은 총 세 국가를 여행하는 일정이었습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와 체코의 두 도시, 프라하와 체스키 크룸로프를 거쳐 이스탄불을 경유하는 9박 10일의 일정이었죠. 


사실 이스탄불은 원래 가려고 했던 여행지는 아니었습니다. 원 목적지는 비엔나와 프라였습니다. 그런데, 비행기 티켓값을 아끼려고 머리를 쓰다 보니 이스탄불을 경유하는 터키항공을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어차피 경유하게 된 마당이라면 이스탄불도 잠깐이나마 구경하는 것이 이득이겠다 싶어 환승시간을 최대한 길게, 23시간으로 잡았습니다. 덕분에 반나절 이상 즐겁게 이스탄불 구경을 할 수 있었는데요, 특히 야간에 본 아야 소피아와 블루 모스크는 정말 입이 딱 벌어지는 멋진 광경이었습니다.




터키 음식 또한 프랑스, 중국과 함께 그 맛의 다양함과 전통있는 음식으로 유명한 곳인 만큼, 식사를 빼 놓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일정상 여유있게 전통적인 터키 식사를 즐기기는 어려웠는데요, 터키에 거주하는 지인의 안내를 받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유명하다는 고등어 케밥을 먹기로 했습니다.


일명 '슈퍼마리오 케밥' 으로 유명한 Super Mario Emin Usta 라는 식당입니다.

지인의 안내에 따르면, 엄청나게 뛰어난 음식 맛으로 유명해졌다 뭐 그렇다기보다는 주인인 Emin 아저씨가 슈퍼마리오 복장을 하고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해서 유명해졌다고 합니다. 물론 그 마케팅을 뒷받침할 만큼 맛도 좋은 편이라고 안내를 받았습니다. 


'케밥' 이라는 말 자체는 터키어로 구이를 뜻합니다. 보통 쇠고기, 양고기 등을 커다란 꼬챙이에 꽂아 구우면서 구워진 부분을 잘라낸 다음 빵에 싸먹는 것을 흔히 상상하게 됩니다. 이 케밥은 터키가 아니어도 유럽 여기저기서 만나볼 수 있는데요, 터키인들이 유럽 각지로 퍼져나가면서 이 케밥 가게를 운영했다고 합니다. 유럽인들도 고기가 주식이다보니, 빵에 구운 고기를 끼워 간단하게 식사를 해결하는 케밥이 인기를 끌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 정착한 화교들이 중국집을 열어 전국 각지로 퍼져나간 것과 비슷하지 않나 싶습니다.


프라하 여행 중 야식으로 사 먹었던 케밥. 보통 케밥 가게는 늦게까지 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케밥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게 되었지만, 고등어 케밥을 접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은데요, 터키에서도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음식이라기 보다는 특히 이스탄불에서 유명한 음식이라고 합니다. 프라하의 케밥집에서도 고등어 케밥은 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생선 특성상 관리가 쉽지 않다는 것이 영향을 줄 것 같습니다.


저희가 방문한 날은 날씨가 굉장히 좋았습니다.

고등어 케밥은 이렇게 가게 앞 그릴에서 구워 내 오는데요, 먹어본 지금에야 어떤 맛인지 기억이 나지만, 처음에는 사실 망설여지는 메뉴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생선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거든요. 


'고등어를 구워서, 그걸 또 빵에 싸 먹는다고?'


가 가장 솔직한 제 심정이었습니다. 가시가 나오면 발라가며 먹어야 하나..


메뉴판에는 사실 굉장히 다양한 메뉴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만, 저희는 미리부터 생각해 두었던 고등어 케밥을 주문했습니다. 하나에 80리라, 현재 환율 기준으로는 약 4,000원도 하지 않는 저렴한 가격입니다. 저희가 방문한 시점에도 연일 환율이 널뛰기를 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더 떨어진 것 같습니다.


고등어 케밥은 제가 생각한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왔습니다.

사실, 제가 생각했던 고등어 케밥은 큼직한 바게트 빵을 갈라 그 안에 반 마리쯤 되는 고등어를 통으로 넣고, 소스를 뿌린 음식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실제로 나온 고등어 케밥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손에 묻지 않도록 기름종이를 한번 두르고, 다시 비닐로 감싸 먹기 편합니다.


빵은 우리가 생각하는 토르티야 같은, 얇은 빵입니다. '피데'라는 빵이라고 하는데, 터키 전통 빵으로 담백한 맛이 특징입니다. 사실 이러한 빵은 전 세계 어디서나 만나볼 수 있는 형태입니다. 앞서 언급한 토르티야도 있고, 전병도 있구요. 


그리고 이렇게 얇은 빵으로 무언가를 싸 먹는 음식은 전 세계 어디서나 만나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고기를 상추나 다른 생야채에 싸 먹는 쌈이 더 익숙하지만, 사실 우리나라에도 구절판 같은 음식이 있습니다. 바로 옆나라인 중국의 상징과도 같은 음식인 베이징 덕도 이런 얇은 밀가루 전병에 고기를 싸서 먹죠. 이 고등어 케밥도 마찬가지구요. 토르티야로 고기를 싸 먹는 남미의 타코도 있습니다. 또, 프랑스의 크레페도 고기를 싸 먹지는 않지만 무언가를 얇은 빵으로 싸 먹는 형태는 동일한 것 같습니다. 이런 음식들이 생겨나던 시절에는 서로 존재조차도 모르던 시절이었을텐데, 비슷한 음식들이 만들어진 것을 보면 재미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등어 케밥은 생각보다 더 맛이 좋았습니다. 먼저, 고등어는 필렛 형태로 가시를 다 발라 내었기 때문에 가시가 먹는 데 방해되지 않습니다. (이스탄불에는 길거리에서 고등어 케밥을 파는 경우도 많이 있는데, 영세한 곳은 이 가시를 제대로 발라 내지 않아 간혹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는 합니다.) 빵으로 감싼 다음 다시 기름종이를 둘러 준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 고등어 자체에 기름이 많이 올라 있어 퍽퍽하지 않고 맛있습니다. 게다가 안에 각종 야채와 소스를 넣어 조화로운 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인터넷이나 방송 등에서 이 고등어 케밥을 다룰 때 가장 많이 나오는 이야기가 비리지 않은지에 대한 것인데요, 전혀 비리지 않았습니다. 생각보다 더 담백하고, 아침 식사로 먹어도 괜찮을 만큼 부담스럽지 않은 맛입니다. 


다만, 고등어가 생물이기도 하고, 이 고등어 케밥이 다소 엉성해 보이는 가판대에서 대충 만들어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보니 맛의 편차가 어느정도 있기는 할 것 같습니다. 가급적이면 그래도 사람이 좀 많아 보이는 곳에서 먹는 게 여러모로 괜찮지 않을까 싶기는 합니다.






햄버거나 샌드위치가 있다보니 고기와 빵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이제 우리에게도 익숙하지만, 구운 고등어를 빵과 함께 먹는다는 것은 아무래도 좀 어색하지 않은가 싶은데요, 바로 그 어색함이 여행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어 주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의 확장이 시야와 사고를 좀 더 넓게, 인생의 폭을 깊이있게 만들어 준다고 믿습니다. 사실 이런 거창한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일단 맛있었습니다.



다음 글은 터키에서 먹은 아침식사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바클라바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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