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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rby Jun 01. 2024

이스탄불에서의 풍족한 아침식사 & 간식 투어

Istanbul, 2023

나의 유럽 미식 여행기 두번째. 터키 이스탄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스탄불에서는 23시간 스탑오버로 하루 정도 있었기 때문에, 많은 음식을 먹어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현지 지인의 도움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아주 알차게 돌아다닐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잠깐이나마 엿보았던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해 볼까 합니다.


음식 이야기를 하기 전에 여담으로, '여행자들은 이스탄불에서는 절대 택시를 타지 말라' 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이스탄불 택시가 워낙 사기(?)가 많다는 이유에서인데요. 예를 들면 미터기를 켜지 않고 간다던가, 심지어 미터기에도 조작을 해 놓아 외국인들에게 터무니없는 가격을 받는다던가... 현지 지인도 택시는 가급적이면 타지 말라고 권유했는데요. 현지인 뒷통수 치는 택시도 많은 것이 이스탄불인데,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외국인은 더욱 쉽게 당할 수 있다는 이유였죠. 뒷통수의 예를 들면, 그렇게 길지 않은 갈라타 다리만 건너 주고 400리라를 요구한다던가 하는 일이 있다고 합니다. 이유도 황당한데, 갈라타 다리를 건너면서 자기가 열심히 (알아들었든 못 알아들었든) 설명을 해 줬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저희가 예약한 호텔은 아야 소피아 바로 앞에 있는 술탄아흐멧 광장에 위치해 있었는데요. 많은 짐을 가지고 버스를 타고 가기 마땅치 않다 싶어서 그냥 택시를 타 보기로 했습니다. 

퍼져버린 택시...

결국 탑승한 택시는, 충격적이게도 공항에서 이스탄불 시내로 들어가는 고속도로에서 차가 퍼져 버렸습니다.

택시기사는 열심히 연락을 돌렸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보험회사나 카센터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동료 택시기사들이 나타나 한번씩 본네트를 열어보고, 뭐라고 의논하고, 아무리 봐도 그냥 물인 것 같은데 냉각수인 양 붓고(!) 아무튼 한참을 씨름하더니 간신히 차를 고쳤습니다. 그 시간 동안 뒷자리에서 망연자실한 생각 반, 위험한 것 아닌가 싶은 걱정 반으로 그저 기다려야만 했죠.

해가 지기 전에 출발했는데.. 해가 지고 나서 도착한 호텔 입구

아무튼 이런 우여곡절 끝에 택시를 타고 호텔에 도착했는데요, 가장 우려했던 택시비는 600리라를 요구했습니다. 일단 워낙 지친 터라 지불했는데, 약 50분 정도 타고 왔는데 3만원이 안되는 금액이어서 뒷통수 맞은 가격이라고 해도 그냥 지불해야겠다 싶었습니다.


나중에 지인에게 확인해 보니, 다행히도 그 정도 금액이면 합리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호텔에 의뢰해서 콜택시를 불렀을 때는 650리라가 정가라고 하더라구요. 50리라가 콜비인지, 공항에서 오던 택시가 중간에 퍼져서 50리라를 덜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악명 높은 이스탄불 택시 치고는 합리적으로 이용한 것 같아 즐거웠던 기억이 납니다.





이 호텔 최고의 장점은 술탄아흐멧 광장 거의 바로 앞에 위치해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옥상에서 보면 경치가 정말 좋은데요. 이런 멋진 전경을 바라보면서 아침 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


아침 식사 장소로 안내받은 이 옥상에 올라오니 경치는 좋았지만, 아무런 음식도 준비되어 있지 않았는데요, 당연히 조식 뷔페를 생각했던 터라 맞게 올라왔나 싶었습니다.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음식을 차려 줄 것이라고 해서 마음에 드는 테이블로 앉았습니다.


'아침 뷔페 아니고 차려준다고 하면 정말 잘 나올 것이다. 터기 사람들 아침 정말 잘 차려 먹는다.'


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먹다 보니, 그 말이 무슨 뜻인지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었는데요.


먼저 준비된 것은 치즈와 야채, 햄입니다. 치즈는 네 종류나 준비되었고, 햄은 세 종류.

특히 가운데 마치 삶은 닭고기마냥 찢어 놓은 치즈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부들부들하니 아침으로 먹기 좋았습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따뜻한 계란 요리도 인당 하나씩 같이 나왔습니다. 보통 조식 뷔페 가면 스크램블, 오믈렛 등 몇 가지 계란 요리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여기서도 안에 넣을 재료를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치즈를 올려 달라고 요청했어요. 이 접시들은 모두 인당 하나씩 제공되었습니다.

탄수화물도 있어야 하니 두 종류의 빵이 같이 나왔구요, 견과류와 초코 케이크, 꿀과 버터도 같이 나왔습니다.

두 사람이 이걸 다 먹기에는 상당히 많은 양인데요. 사진에 나오지 않았지만, 그 외에도 터키답게 세 가지 종류의 올리브와 커피까지 준비해 주어 정말 한 상 차려준다는 표현이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

후식으로 세 가지 종류의 과일까지 준비해 주었습니다.


경치도 좋고, 음식도 맛있어서 정말 좋은 아침 식사였습니다.





다음 순서는 유명한 터키 아이스크림, 돈두르마.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볼 수 있죠.


과연 긴 막대기를 가지고 장난을 칠까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런 것은 없었습니다. 그냥 우리나라 베스킨라빈스처럼 주었습니다. 터키에서도 관광객들이 많이 가는 술탄아흐멧 모스크 앞에 있는 가판대에서는 그런 장난을 볼 수 있었는데요, 여기서는 볼 수 없었습니다. 날도 덥고 해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마지막 순서는 터키의 명물 디저트. 바클라바입니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가게라고 지인이 추천해서 방문한 카라쿄이 글루오울류. 알고 보니 우리나라에서도 해외 직구 수요가 있을 만큼 유명한 가게였습니다. 다양한 로쿰도 판매하고 있었는데요, 오늘 방문의 목적은 바클라바였기 때문에 패스.


이 가게는 5대째 지점 없이 대대로 운영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아들들이 차린 가게도 있지만, 다른 이름으로 운영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방송에서도 다루었다고 해요. 


두 가지 종류의 바클라바를 주문했습니다. 윗 쪽에 보이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바클라바, 아랫 쪽 것은 차가운 소스를 뿌린 바클라바입니다. 지인이 특히 이 차가운 바클라바가 정말 맛있다고 추천해 주었습니다. 바클라바와 곁들여 먹는 것은 따뜻한 차이. 터키식 홍차입니다. 잔이 독특하게 생겼는데, 터키의 국화인 튤립을 형상화했다는 이야기도 있구요. 차를 따뜻하게 마시기 위해 고안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터키에서는 이 홍차를 마시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어, 전 세계에서 1인당 홍차 소비가 가장 많은 것은 영국이 아니라 터키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바클라바는 예로부터 오스만 왕족 등 고위층들이 주로 즐기던 디저트인데, 주 재료는 녹색의 피스타치오입니다. 피스타치오의 원산지가 바로 터키여서 예전부터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고, 현대에는 다른 나라보다 더 저렴하게 구할 수 있어 듬뿍 넣어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로 피스타치오를 넣어 만들려면 가격을 감당하기 쉽지 않다고 합니다. 바클라바는 예전부터 전해져 왔지만, 현대적인 제법으로 만든 가장 오래된 기록을 남긴 사람이 바로 이 글루오울류 가문 사람이라고 합니다. 바클라바 재료를 모두 가문의 본거지인 가지안테프에서 가져와서 만들어 명성을 얻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바클라바는 안쪽에 이렇게 피스타치오가 잔뜩 들어 있습니다. 바로 만들어 가져온 것이라 페스트리의 바삭바삭하면서도 폭신한 식감이 그대로 살아 있어 훨씬 맛있게 먹을 있었습니다. 맛은 상당히 편이지만, 견과류의 고소한 느낌도 있고, 바삭한 식감도 있어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사실 이 맛이 정말 인상적이어서 집에 돌아와 직구를 한번 한 적이 있습니다. 오른쪽이 이 카라쿄이 글루오울류에서 택배로 보내준 바클라바입니다. 피스타치오 맛과 단 맛은 가게에서 먹던 그대로의 맛이고, 아무래도 비행기 타고 오다 보니 (유통기한이 아주 길지는 않습니다) 가게에서 먹는 것 보다는 눅눅할 수밖에 없어 특유의 부드러운 바삭함은 좀 덜했거든요. 


여담으로, 바클라바는 상당히 달달한 맛이라 단 것을 싫어하시는 분들은 약간 부담스러우실 수 있는데, 터키는 한식에 비해 음식에는 설탕이나 단 맛을 내는 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대신 디저트에다가 단 맛을 몰아넣는 느낌이라고 합니다. 이 때, 앞서 소개한 차이를 마셔 주면 단 맛이 중화되고 잘 어울립니다.


하지만 오늘의 베스트 메뉴는 바로 이 콜드 바클라바. 너무 맛있어서 한 접시 더 주문해서 먹을 정도였습니다. 일반 바클라바보다 더 달 것 같지만, 이 소스가 약간 우유 맛처럼 고소하면서, 초콜릿 알갱이들도 그렇게까지 달지 않아 바클라바의 단 맛이 오히려 약간 더 중화된다는 느낌을 줍니다. 단 맛이라도 시럽의 진한 단 맛이라기 보다는 우유가 섞인 좀 더 부드러운 단맛이라고 해야 할까요.


게다가 바클라바 구조 자체가 여러 겹의 페스트리 형태다 보니 소스를 잘 먹어서 여러모로 잘 어울리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바클라바는 여기 와야만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직구 가능 품목에도 없었는데요, 아마 이 소스를 끼얹으면 금방 눅눅해지기 때문에 보낼 수가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짧게나마 이스탄불에 머물면서 멋진 아침식사와 다양한 간식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많이 돌아다녀 본 것은 아니지만 유럽, 중국, 우리나라와도 다른 터키 음식의 매력을 아주 잠깐이나마 엿볼 수 있었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의외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케밥을 못 먹어봐서 아쉬운 마음이 남는데,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제대로 방문해서 여행해 보고 싶은 곳입니다.


이스탄불에서의 경유를 마치고, 이제 여행기는 프라하로 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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