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cma satlava in Cesky Kromlov, 2023
체코에서 가장 유명한 여행지는 수도인 프라하입니다.
프라하만큼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작은 도시가 있는데요, 바로 체스키 크룸로프입니다. 보통 프라하에서 당일치기로 방문하는 일정으로 많이 찾는 곳인데, 저희는 1박 2일의 일정으로 방문했습니다.
프라하만큼이나 아름다운 체스키 크룸로프의 야경을 즐기기 위해서였는데요, 결론적으로 정말 잘 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체스키 크룸로프는 큰 도시가 아니라서 낮에는 당일치기 여행객들만으로도 북적이는 곳이지만, 이 여행객들이 다 빠져나간 저녁에는 정말 한적하고, 프라하만큼이나 아름다운 야경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됩니다.
체스키 크룸로프는 사실 도시라기보다는 마을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맞을지도 모릅니다. 인구는 약 1만 2천 명 정도. 이 작은 마을이 관광지로 유명해진 이유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될만큼 중세 도시의 옛 모습이 잘 보존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체스키 크룸로프의 또 다른 별명은 '동화 마을' 이기도 한데요, 블타바 강이 마을 전체를 둘러싸고 지나가면서 주황 빛 지붕을 가진 집들과 어우러지는 모습이 아름다워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마을 같다고 붙여진 별명입니다. 다만 이렇게 이루어진 마을 밖으로, 그러니까 강 건너편으로는 제법 현대화된 마을도 자리잡고 있어, 그 쪽에 숙소를 잡을 수도 있습니다.
'체스키 크룸로프 맛집' 으로 검색해 보면, 다양한 식당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특히 일명 '동굴 식당' 으로 불리는 크르치마 'Krcma Satlava'가 많이 나오는데요, 저희도 하루뿐인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이 식당을 찾았습니다. 개인적으로 관광객에게 유명한 식당은 가급적 찾지 않으려고 하는데요, 다양한 선택지가 있는 곳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미리 숙소에 레스토랑을 추천해 달라고 부탁했는데, 숙소에서도 이 레스토랑을 추천해 주었습니다. (체스키 크룸로프에서 먹었던 가장 맛있는 음식은 사실 이 숙소의 주인 부부가 즉석에서 만들어 준 아침 식사였습니다.)
밖에서 보면 평범한 식당이지만, 식당 내부는 이렇게 동굴처럼 만들었습니다.
사실 체스키 크룸로프가 특별히 동굴과 연관이 있을 만한 곳은 아니고, 약간 어둑한 것이 전기 조명이 없었던 중세시대 느낌이 나도록 인테리어를 한 모양입니다. 사진으로 보면 약간 답답해 보일 수도 있는데, 생각보다 그렇게 답답하다 싶은 정도는 아닙니다. 만약 안쪽이 영 답답하다면, 이렇게 바깥 테라스에 앉아 식사를 할 수도 있습니다.
따로 예약을 하지 않았는데요, 다행히 가장 작은 테이블 하나가 남아 있어 그 자리로 앉았습니다. 촛불을 밝혀 둔 것이 인상적입니다.
바다가 없는 체코는 해산물보다는 각종 육류나 임산물 등을 많이 볼 수 있는데요, 이 날 저희가 주문한 것은 왼쪽 사진에도 살짝 나와 있는 갈릭 스프. 마치 우리나라 빠네 파스타처럼 이렇게 빵 안에 마늘 스프를 담아 내 왔습니다. 하나만 주문해도 둘이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양인데요, 마늘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이 느끼기에도 상당히 마늘향과 맛이 강합니다. 이 날 오전에 비가 좀 와서 쌀쌀했는데, 속을 따뜻하게 데우기에 좋은 음식이었던 것 같아요. 평소에 마늘 맛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신다면 다른 음식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이 날의 메인 메뉴. 그릴드 미트 믹스. 1인분입니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를 한 접시에 담아 내 왔는데요, 감자와 샐러드가 함께 나왔습니다. 감자는 딱 우리나라 아웃백 스테이크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은 비주얼인데, 퍽퍽하지 않고 포슬포슬한 것이 소스와 같이 먹기 좋았습니다.
유럽에서 감자를 먹으면 사실 실패하는 일이 거의 없는데, 유럽에서는 워낙 감자를 많이 먹다 보니 어떤 요리냐에 따라 쓰는 품종이 다르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냥 제 입맛에 더 잘 맞는 건지 모르겠어요.
고기는 총 300g, 고기 말고 감자와 샐러드, 감자전도 같이 나왔으니 양이 제법 됩니다. 체코는 1인분이 우리 생각보다 많은 편이라 음식을 주문할 때 너무 많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들었는데 정말 그렇더군요. 부위는 각각 소의 우둔살, 돼지 안심, 닭 가슴살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구워 먹는 부위는 아니죠.
이 고기들은 모두 가게 한복판에 있는 이 화덕에서 구워 나옵니다. 그래서 생각보다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인데, 또 슥 가서 보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갑니다.
고기는 이 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대단히 특별한 맛이다 라고 하기에는 조금 어렵습니다. 맛이 없다기보다는, 고기를 불에 구워 먹는 것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조리 방법이니까요. 심지어 우리나라에서도 캠핑 가면 이렇게 불에 고기를 구워 먹죠.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먹을 수 있을 만큼 사람들이 좋아하는 맛이라는 의미도 됩니다. 캠핑 때 구워먹는 고기가 집에서 구워먹는 고기보다 더 맛있다고 느껴진다면, 그 이유는 분위기 때문이겠죠. 이 곳이 체스키 크룸로프의 맛집으로 우리나라까지 알려지게 된 이유 또한 이 분위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혹시 양이 부족할까 봐 추가 주문했던 홈메이드 포테이토 팬케이크. 전형적인 우리나라 감자전 같은 맛인데, 약간 빵 느낌도 납니다.
사실 바다가 없는 내륙국이라고 해서 현대에도 생선을 구하지 못할 리 만무하기 때문에, 이 식당에서 당연히 생선 요리도 주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것은 사실 체코의 명물로 유명한 꼴레뇨나, 우리에게 익숙한 립이었는데요, 양이 많을 것 같기도 하고 꼴레뇨는 이와 비슷한 슈텔제를 오스트리아에서 이미 먹었기 때문에 주문하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슈텔제가 입에 아주 맞는 편이 아니었습니다.)
믹스 플레이트도 특별한 음식은 아니지만, 따뜻하게 여행지에서 먹기에는 나쁘지 않은 음식이었던 것 같습니다. 관광객에게 유명한 식당답게 동양인들이 제법 보였는데, 구운 고기나 생선은 상대적으로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 음식이라 더욱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체스키 크룸로프에서는 사실 음식보다는 멋진 야경과 소박한 마을의 분위기가 더욱 기억에 남습니다. 음식은 특별하지는 않았지만, 여행지에서 든든하게 먹기에는 여러모로 나쁘지 않은 식사였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체스키 크룸로프의 맛집으로 더욱 유명한 곳은 구글 맵이 강력히 추천하는 '마이 사이공' 이란 곳인데요, 스시와 쌀국수, 도시락(벤또)를 파는 곳입니다. 시가지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어 관광객들의 접근성도 정말 좋은 곳. 의외로 맛있기는 했는데, 여행기에 남기기에는 약간 애매한 듯 하여 이 동굴 식당 이야기 말미에 간단히 붙여 봅니다.
체코 사람들이 양이 많다더니 정말 양이 많았던 마이 사이공의 쌀국수. 분짜도 우리나라에서 먹는 것과 맛이 거의 똑같습니다. 베트남 분이 운영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롤은 정말, 정말 E마트 초밥 맛. 그래서 한식이 그리우신 분들이라면 정말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울 맛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쌀국수는 정말 우리나라에서 먹는 것 보다 괜찮았고, 분짜는 딱 비슷한 맛. 간단한 점심 식사를 위해서는 여기 마이 사이공을, 맥주 한잔 곁들인 든든한 저녁을 위해서는 Krcma 식당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 도시에서 먹었던 가장 맛있는 음식, 숙소의 소박한 아침식사에 대해 적어 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