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전 수향마을에서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아직 외지의 관광객들이 도착하지 않아 마을은 한적하기 그지없습니다. 그야말로 평화로운 강남의 수향마을 분위기가 가득합니다.
우전 수향마을에서 꼭 해봐야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마을을 가로지르는 수로를 따라 나룻배를 타는 것입니다. 마을 입구와 끝 부분에서 각각 탈 수 있다고 하는데요, 사람이 많을 때는 길게 줄을 서서 타야 하지만 이른 아침이라 기다림 없이 타볼 수 있었습니다.
보트는 20-30분 정토 탑승합니다. 8명이 함께 타는 보트는 인당 60위안을 받고, 3인이 탈 수 있는 작은 보트 하나를 빌리는 것은 280위안, 우리 돈으로 약 6만원 정도로 꽤 비쌉니다. 잠깐 고민했는데, 언제 다시 올지 모르니 그냥 단독 보트를 빌리기로 했습니다.
배는 이렇게 전통적인 형태를 하고 있구요, 배 뒤에서 뱃사공 한 분이 노를 저어 앞으로 나아갑니다. 베니스의 곤돌라와 아주 비슷합니다.
배에 타면 이렇게 수로에서 보는 풍경이 펼쳐집니다. 아직 관광객들이 들어오기 전인 아침이라 아주 고요했습니다. 시끄럽지 않아 차분하게 풍경 감상을 할 수 있어 아주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사실, '중국의 강남 수향마을'이라고 하면 떠올릴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풍경이 이 아침의 고즈넉함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아마 8명이 함께 타는 배를 탔으면 이렇게 바로 앞자리에서 여유있게 구경하기 어려웠을 것 같아요. 둘이 탔기 때문에 각자 앞자리에 앉아 시야 제한 없이 원하는 만큼 충분히 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입구에서 출발한 배를 만나기도 합니다. 특히 입구 쪽에서 배를 타려는 사람들이 더 많기 때문에, 배는 끊이지 않고 계속 지나갑니다. 아마 실제 수향마을에서는 이 배로 각종 식량이나 물품 등을 실어 날랐겠죠. 집들은 이 수로에서 쉽게 물건을 받고, 또 사람이 탈 수 있도록 마치 주차장처럼 작은 부두를 갖추고 있습니다. 대부분 8명이 단체로 탄 배가 지나가는데, 뜻 모를 중국말이 두런두런 들려와 더욱 이국적인 느낌을 더해 줍니다.
입구의 부두에 도착하면 20여분의 수로 여행이 끝이 납니다. 여기서부터 다시 각종 상점을 구경하면서 걸어 올라가 봅니다. 설날을 앞둔 시기라, 빨간 종이에 '복' 자를 붓글씨로 써 주는 서비스가 있었는데요, 먹물이 흘러내려 들고가기가 영 불편해 보이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받아가는 모습을 보니 중국 사람들의 기복신앙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수향마을의 상점가는 소소하게 볼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양궁을 해 볼수 있는 곳도 있었는데요, 수향마을과 부합하는 주제는 아닐 수 있지만, 이런 식으로 이런저런 소소하게 즐길 것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기념품 판매점에서 판매하는 물건들의 품질도 좋아서 몇 가지 구매했습니다. 외국인보다는 현지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것 같았습니다. 중국 사람들은 땅이 워낙 넓어 중국도 다 가보기 힘들다고 한다고 하는데, 생각해 보면 북방 베이징의 풍경과 남쪽 수향마을의 풍경은 정말 다른 세상이라고 할 만큼 차이가 있었습니다. 북방의 관광객들이 이 수향마을에 온다면, 아마 우리가 해외에 나가서 느끼는 감정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수로 주변으로는 이렇게 산책하기 좋은 길도 많이 꾸며져 있어 시간을 보내기 좋았습니다. 마치 잘 정돈된 고위 관리의 정원을 거니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많아지면 아무래도 좀 더 시끌벅적한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생각보다 넓기 때문에 이런 한산한 공간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우전 수향마을은 그 풍경만으로도 방문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었습니다. 교통상의 어려운 점이 있어 대부분의 우리나라 관광객들은 투어로 당일치기 방문을 선호하지만, 저희처럼 한적하고 고요한 시간을 좋아하는 여행자라면 일박을 하면 훨씬 더 좋은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침의 우전은 말 그대로 한적하고 고요한, 평화로운 중국 강남의 모습 그 자체였습니다. 밤의 우전은 아무렇게나 찍어도 작품이 될 만큼 아름다운 야경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번 여행지는 모두 멋진 야경을 가지고 있는 곳들이었는데, 각각 과거와 현재, 미래의 야경이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우전의 야경은 마치 어딘가 다른 과거를 여행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습니다. 일상에서 벗어난다는 여행의 즐거움이 모든 시간과 공간에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밤하늘은 깊고, 고요했고, 눈은 더할 나위 없이 화려한 야경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모든 것을 잊고 이 풍경과 시간 속에 녹아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황제는 이 풍경을 사랑하여 자신의 집이라 할 수 있는 북경의 이화원에 그대로 조성했습니다만, 이 특유의 분위기는 그대로 가져가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지금에야 양 쪽 모두가 관광지가 되어 있어 과거의 분위기를 그대로 느끼기는 어렵지만요. 하지만 강남의 수향마을은 비록 관광지로 사용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정갈하게 관리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생활의 터전이었던 느낌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옛부터 이 곳에 존재했을 이 수로나 몇몇 건물에 당시의 느낌이 묻어납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한번 방문해 이 풍경 안에 존재하고 싶은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