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한국사람이 가장 많이 찾는 중국 도시가 아닐까 싶은 상하이.
상하이의 예원이나 와이탄, 동방명주를 본 다음으로 고려하게 되는 관광지가 바로 수향마을입니다.
수향마을이란, 물길을 따라 구성된 전통적인 중국 강남의 마을을 말한다고 보면 될 것 같은데요, 생각해 보면 이탈리아의 베니스와도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다만 베니스와 같이 거대한 도시는 아니고 마을 정도의 규모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상하이와 항저우 사이에 많은 수향마을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방문하기로 한 우전은 항저우에서 버스로 갈 수 있습니다만, 중국 버스의 악명(?)에 겁을 먹은지라 기차를 타고 가기로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썩 좋지는 않았는데요, 기차는 우리나라 KTX 이상으로 쾌적했으나, 기차역에서 우전 수향마을 입구까지 차로 거의 40분을 달려야 했기 때문에, 비용은 비용대로 들고 시간도 꽤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느지막한 시간에 찾은 우전의 입구입니다. 보통 우리나라 관광객들은 상하이에서 당일치기로 방문하기 때문에, 이 시간대에는 관광객도 없고 한국사람도 보기 어렵습니다. 우전은 밤 10시경이 되면 문을 닫는데, 마을 자체가 거대한 리조트처럼 구성되어 있어 마을 내부에서 숙박하는 사람들은 10시가 넘어도 나가지 않고 내부를 구경할 수 있습니다. 다만 대부분의 가게는 10시쯤 되면 문을 닫습니다.
우전 수향마을의 내부 숙박은 두 가지로 구분되는데요, 민박 느낌의 민숙이 있고, 리조트 형태가 있습니다. 리조트라고 해도 현대식 건물이 아니라 과거 마을의 건물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대규모로 숙박시설을 조성해 놓은 셈인데요, 저희는 '워터사이드 리조트' 에 묵었습니다. (현지인들에게는 과거 민가를 그대로 사용하는 민숙이 더 인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윗 사진은 워터사이드 리조트의 내부입니다. 왠지 중국 무협 드라마에서 본 것 같은 느낌이죠.
밤늦게 도착해서 간단히 식사를 했는데요, 내부에 많은 식당들이 있기는 합니다만 9시쯤 되면 거의 문을 닫습니다. 얼른 식사를 하고 마을 구경을 위해 길을 나서 봅니다.
한밤의 수향마을은 아주 조용하고 사람이 없는데요, 기본적으로 숙박객을 제외하면 외부인 출입이 통제되는 형태이기 때문에 밤중이어도 돌아다니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습니다. 이 경치는 말로 설명하기보다는 사진이 더 도움이 될 것 같네요. 글을 쓰기 위해 다시 꺼내 보니 당시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이 우전은 완전히 새로 조성된 관광지가 아니라, 원래부터 있던 수향마을을 관광지 형태로 개조한 곳입니다. 가장 완전하게 개조되어 출입 통제까지 이루어지는 이 곳이 서책이고, 이외에 개발이 진행 중이어서 좀 더 예전 생활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 동책입니다. 서책의 구조는 마을 한 가운데를 대운하로 연결되는 수로가 지나가고 있고, 여기를 중심으로 이렇게 가옥들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가옥들은 대부분 민숙 또는 식당, 기념품 가게 등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그리고 이 가게들 바깥쪽으로는 정원 같은 형태의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고, 여다시 더 나가면 카트가 다닐 수 있는 아스팔트 도로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숙박객의 경우 입구에서 체크인을 하면, 이 카트들이 숙소 근처까지 데려다 줍니다. 전체적으로 계획이 잘 된 관광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따라서, 관광지로 완전히 탈바꿈한 서책은 조용하고 고즈넉한 수향마을의 분위기를 느끼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요. 출입이 통제되는 야간에는 오히려 이 정취를 오롯이 독점할 수 있었습니다. 마치 예전 체코 여행 때 체스키 크룸로프가 생각나는 느낌이었습니다. 역시 프라하에서 당일치기로 많이 찾는 소도시 체스키 크룸로프도 낮에는 관광객들로 인해 북적이지만, 밤에는 너무나 한적하게 아름다운 야경을 구경할 수 있었거든요. 두 곳 모두 정말 아름다운 야경을 한적하고 조용히 즐길 수 있고, 역사적인 모습들이 보존 또는 재현되어 있다는 점이 닮아 있었습니다.
사실, 서호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낸 다음이기도 하고 우전에 도착하기까지 여러 난관이 있었기 때문에 얼른 숙소에서 쉬고 싶은 마음이 강했습니다. 그냥 상하이로 갈걸 괜히 가기로 했나 싶은 마음도 가득했구요. 하지만 이 멋진 풍경으로 가득한 수향의 야경을 보니 피로는 정말 씻은 듯이 사라졌습니다.
말 그대로, 어디에 렌즈를 대고 찍어도 작품이 되는 공간이 이 우전 수향마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홍보 문구로 '안 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와본 사람은 없다' 는, 다소 진부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었는데요. 이 아름다운 야경은 아직도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꼭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이 멋진 야경이 마음에 드셨다면, 그리고 상하이 여행을 계획 중이시라면 우전의 수향마을에서 1박을 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저는 다음 상하이 여행에서도 꼭 수향마을을 다시 방문하고 싶습니다.
사실, 강남의 수향마을은 청나라 황제인 건륭제도 정말로 마음에 들어 자신의 정원인 이화원에 인공적으로 '쑤저우가'를 조성할 정도였으니까요. 세월을 넘어, 국경을 넘어 수향마을의 매력은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