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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최고의 명물 요리, 따자시에

Cheng Long Hang in Shanghai, 2025

by Kirby

항저우와 수향마을을 거쳐, 여행의 마지막 여정인 상하이에 도착했습니다.

음식 이야기부터 시작해 볼까 하는데요, 상하이 하면 어떤 음식이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아마 많은 분들이 상하이가 원조인 '샤오롱빠오'를 떠올리실 것 같습니다. 대만의 딘타이펑이 워낙 유명해서 대만 음식으로 오해받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샤오롱빠오의 원조는 상하이 지역입니다. 이 샤오롱빠오의 창시자로부터 전수받았다고 전해지는 '남상만터우'가 예원 근처에서 아직까지 영업을 하고 있기도 하구요.


또, 상하이 여행을 찾아보다 보면 '셩젠바오'도 접할 수 있습니다. 샤오롱빠오와 사촌같은 느낌인데, 독특한 점은 만두 아랫 부분을 지져서 바삭한 식감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샤오롱빠오는 우리나라에서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지만, 이 셩젠바오는 아직 우리나라에서 쉽게 접하기는 어려운 음식입니다.



그리고, 오늘의 주제인 '따자시에', 일명 상하이 게 요리도 빼놓을 수 없는 상하이의 명물 요리입니다. 중국 사람들은 이 따자시에 철이 되면 비싼 가격이라도 이 게 요리를 꼭 먹는다고 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는 요리인데요, 참게 요리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이 참게는 양쯔강 하류와 서해가 만나는 지점에 많이 서식한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상하이 지역의 명물 요리가 되었습니다.


IMG_9260.JPEG 성륭행해왕부 전경. 와이탄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 상하이 게 요리는 상하이의 어느 정도 규모있는 식당에서는 상대적으로 쉽게 만나볼 수 있을 만큼 중국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하는데요, 그 중에서도 이 게 요리로 유명한 식당을 두 곳 정도 꼽아볼 수 있습니다. 제가 방문한 '성륭행해왕부' 와 '왕보화주가' 라는 곳입니다. '성륭행해왕부'는 이 게 요리로 미슐랭 1스타를 받을 만큼 그 맛을 인정받고 있는 대표적인 식당이구요, 왕보화주가는 1744년 개업한 가장 오래된 따자시에 레스토랑입니다.



IMG_9262.JPEG 굉장히 이른 저녁 시간에 방문해서 사람이 전혀 없었습니다.

이 '성륭행해왕부'는 홍콩에 본점이 있다고 하는데요, 자체 양식장에서 품질이 보장된 상하이 게를 공급받는 것이 맛의 비결이라고 합니다. 내부는 정말 중국 드라마에서 나올 것 같은 객잔의 분위기. 이른 저녁 시간에는 별도 예약없이 방문해서도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에서 나오지 않은 반대편에는 작은 무대가 구성되어 있어서 피크 시간이 되면 전통 음악을 연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식당은 2층까지 넓직하게 구성되어 있고, 저희는 1층 가장자리 방 쪽으로 안내받았습니다.


메뉴는 여러 가지 단품도 있고 코스도 있는데, 후기를 보면 단품보다는 코스를 권하는 경우가 많아 중간 가격대의 코스로 선택했습니다. 게 한 마리는 중간 가격대의 코스부터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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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에 앉으면 먼저 과일과 다과가 제공됩니다. 보통 우리는 과일을 식후에 주는데, 중국 식당들은 이렇게 아예 처음부터 과일을 준비해 놓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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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증맞은 젓가락 받침과, 식전에 마실 수 있는 간단한 수프가 준비되었습니다. 수프는 가볍게 마실 수 있는 형태였는데, 양파와 토마토를 진하게 끓여낸 달달하면서 감칠맛 도는 맛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호불호 없이 좋아하지 않을까 싶은 맛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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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에 포함된 게를 가지고 와서 보여주는데요, 크기가 생각보다 크지는 않습니다. 제철이 아니라서 그런지 게 가격이 상당히 비싼 편이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잡히는 참게보다는 훨씬 큰 축이라고 해요. 코스의 하이라이트는 이 게를 쪄낸 것이고, 중간중간에는 게의 부분을 활용한 요리들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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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식 코스의 애피타이저라 할 수 있는 3품 냉채. 중식의 냉채는 새콤한 맛을 잘 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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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게 살을 활용한 샥스핀 수프. 게의 향과 고소한 감칠맛이 일품입니다. 개인적으로 어획할 때 다소 잔인한 경우가 많아 샥스핀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요, 이왕 나온 김에 먹어보기로 했습니다.

샥스핀은 아주 연한 해초의 느낌을 주었습니다. 만약 이 수프에 면을 넣었다면 밀가루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텁텁함이 남았을텐데, 그 자체로 아무런 맛도 없이 식감만을 주는 샥스핀은 잘 뽑은, 그러면서도 불지도 않고 다른 맛 없이 오롯이 이 수프의 게 맛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반쯤 먹고 나서 같이 곁들인 식초와 고수를 넣어 먹었는데,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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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요리는 게를 먹는다면 빠질 수 없는 요리. 게장을 밥에 비벼 먹는 순서입니다. 사실 이 따자시에는 크기가 큰 게는 아니지만, 게장이 실하게 들어 있어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고 하는데요, 정말 강황의 색 같은 진한 노랗고 붉은 게장에 밥을 비비면 그 맛이 대단합니다. 엄청나게 고소하고 크리미한 치즈와 같은 식감인데요, 민물 게라 그런지 비린내 등이 전혀 없이 고소하고 크리미한 질감이 입 안에 끈적할 정도로 농후하게 남는 맛이었습니다. 입 안에 상당히 오래 그 맛이 남을 정도로 진한 게 맛인데, 이 맛이 없어지는 것이 아쉬울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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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아까 나왔던 게 두 마리가 찜으로 다시 나왔습니다. 이 코스의 하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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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게는 남이 발라주는 게라고 했던가요. 이 곳에서는 직원이 게를 다시 발라 줍니다. 한켠에서 직접 볼 수 있게 발라주는데, 이 게 한마리가 워낙 비싸 게 살을 빼돌리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어 그렇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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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살을 발라내는 동안 다른 요리가 나왔는데요, 게 다리살과 같이 볶아낸 아스파라거스입니다. 아스파라거스가 겉면을 벗겨냈음에도 두툼합니다. 중국의 채소 볶음은 대부분 실패가 없는데, 이번에도 성공적이었습니다. 게 다릿살도 제법 들어 있어 같이 먹기에 좋은 요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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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스파라거스 볶음을 먹고 있자면 드디어 모두 발라낸 게가 나옵니다. 게 살은 작은 접시에 따로 담아 주었고, 다리는 그대로 먹을 수 있게 살짝 발라 냈습니다. 그리고 이 따자시에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몸통 안에 장을 담아 주었구요. 게 살은 식초에 찍어 먹는데, 가게마다 이 식초 소스를 만드는 방법이 조금씩 다르다고 합니다.


게장이야 말할 필요도 없이 워낙 맛이 좋은데요, 다른 게와 다른 점은 아무래도 민물 게라 그런지 특유의 바다향이 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더 게 특유의 향과 맛에 집중할 수 있었어요. 말 그대로 게눈 감추듯 먹게 되는데 (게 한 마리 자체는 꽃게와 비슷한 수준이라 양이 많지 않습니다), 또 같이 곁들여 낸 중국 식초 특유의 약간 달달하면서도 은근히 느껴지는 향과 감칠맛이 게 살과 잘 어우러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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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자극적인 요리가 마지막 요리로 나왔습니다. 이건 사실 굳이 게를 쓸 필요가 없을 것 같은 (그리고 많이 들어가지 않았지 싶은) 마라 소스 새우입니다. 새우는 튀김옷을 입혀 튀겨낸 것이 아니라 약간 볶거나 지지듯이 가볍게 요리하여 탱글한 식감이 잘 살아 있습니다. 항저우에서도 그렇고 이 민물새우를 활용한 요리를 자주 만날 수 있었는데요, 지난번에는 용정차에 볶아낸 요리였는데 이번에는 게살 마파 소스에 버무려 먹도록 나왔습니다. 중식 마파 소스는 생각보다 덜 맵고, 더 얼얼합니다. 밥 한그릇 비벼 먹기 딱 좋은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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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야채볶음. 시금치를 볶아 나왔는데요, 얼마나 센 불에 빠르게 볶았는지 그 형태와 색이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중국 본토에서 야채볶음은 실패해 본 일이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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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코스로 하나씩 주는 게 샤오롱빠오. 상하이의 두 명물이 만났는데요, 정말 게 향과 맛의 진함이 만두 안에 가득 들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법 많은 샤오롱빠오를 먹어봤는데, 이 샤오롱빠오가 최고의 맛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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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식으로 나온 망고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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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이른 저녁에 식사를 시작했기 때문에 나올 때쯤 되니 오히려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전통 공연도 하고 있었구요. 나오면서 보니 이 곳을 방문한 유명인들의 사진도 쭉 걸어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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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어디서나 갑각류 요리는 상당히 고급 요리 중 하나입니다. 유럽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서는 랑구스틴이나 랍스터 요리가 빠지지 않고, 중국의 고급 식당에서도 활 바닷가재는 항상 최고의 가격을 자랑하는 재료 중 하나죠. 그만큼 섬세하고 또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는 재료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곳의 게 요리는 중국에서 먹었던 요리들 중 가장 뛰어난 요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물론, 저는 전문 평론가가 아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그렇다는 의미입니다.


따자시에는 중국 사람들이 널리 즐겨 찾는 요리이기도 합니다. 제철에는 유명한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들뿐 아니라 호텔 뷔페 등 다양한 식당에서 따자시에를 메인으로 내놓는다고 해요. 그만큼 널리 알려진 요리로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미슐랭 별과 명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그런 어려운 일을 가능하게 할 만큼 맛있게 느껴지는 음식이었습니다. 다음에 다시 상하이를 방문한다면, 이 곳은 꼭 일정에 포함시킬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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