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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Joon Oct 08. 2021

고독은 나의 힘

서동욱 작가

서동욱 작가




위태로운 청춘을 조명하는

스포트라이트



서동욱, b.1974



청춘의 고독을 조명하는

작가 '서동욱' 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소로 얼굴을 꾸미고. 빛나는 것으로 겉을 치장합니다. 하지만 내면에 "진짜 내 모습"을 밖으로 내 보이는 일에는 야박한 것이 현실입니다. 작가의 그림은 지극히 외형에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죠. 그러나 그림에서 표출시키고자 하는 것은 '겉'이 아니라 ' 속'입니다.



〈아침–거실, JE, Morning–Living Room–JE〉, 97x145.5cm, Oil on Canvas, 2015




타인의 모습에서 찾은 나


요즘, 사춘기 아니라 삼춘기라고 해야 할지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자기 개발서마저도 '나는 누구인가'라는 논제부터 던집니다. 내 꿈은 무엇인지부터 시작해서 앞으로의 진로를 정하는 일은 비단 열아홉 살 인생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앞날에 대한 막막함으로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는 막연함은 나이와는 상관없이 늘 따라붙는 난제 같아요.


이러한 고민은 작가 역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프랑스 유학 당시 혼자 미술 공부를 하면서 외로움을 느꼈고, 불안한 미래를 막막해 했던 평범한 청년이었죠. 그러다 작가는 자신의 불안을 해소시킬 분출구를 찾게 됩니다.



H.S., Oil on canvas, 91x116.8cm, 2015


담배를 피우는 HP, Oil on Canvas, 80.3×100cm, 2019, \7,000,000



플래시 불빛 아래

무방비로 노출된 얼굴,

젊은 청춘의 부서질 듯한 불안.


2005년 졸업 후 <시테> 입주 작가가 된 그는 첫 번째 개인전을 앞두고 다양한 시도를 합니다. 그러다 플래시 불빛에 타버린 냉소적인 얼굴을 마주하게 되는데요. 플래시를 터트려서 찍힌 사진 속 창백한 얼굴은 작가의 감성주의를 분출시키는 영감이 됩니다. 무방비 노출 상태에서 부서질 듯 불안에 떨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서동욱 작가 :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에 노출된 야생동물처럼 날것 그대로의 느낌이 좋았어요.



서동욱, 오후-거실-H.S., Afternoon-Living room, Oil on canvas, 145.5x112.1cm, 2015




시테란?

Cite internationale des arts



"Cite"는 <파리 국제 예술공동체>라는 이름으로, 작가가 입주하여 작업할 수 있도록 작업실을 제공하는 곳입니다. 1996~2060년 <삼성문화 재단>이 장기 임대해 운영하는 15평 규모의 아틀리에(작업실)입니다. 미술을 중심으로 음악, 무용, 건축, 문학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모여 함께 생활하며 작품 활동을 하는 예술 공간입니다.





시테의 위치는 위에 표기한 곳입니다. 파리 퐁피두 센터에 인접한 마레 지역. 동네가 정말 예쁘네요. 이런 곳에서는 작품이 안 나올 수 없겠습니다.




고독을 감추며 사는 것이 인간의 본질


집단 속에 있을 때는 그 환경에 맞는 색깔로 자신을 꾸밉니다. 마치 보호색을 입는 것처럼 자신을 적절하게 감추죠. 하지만 집으로 돌아와 혼자가 되고 나면 비로소 진정한 나를 찾게 됩니다. 혼잣말도 마음대로 하면서요. 작가는 혼자 있을 때에 가감 없이 드러나는 자신의 모습에서 인간의 본질을 찾습니다.



서동욱 작가 :

"인가는 혼자 있을 때 쉽게 자기 연민에 빠지는 나약한 존재죠."



전화를 받지 않는 JE, Oil on Canvas, 91×116.8cm, 2019, 10,000,000
〈MJ〉, 캔버스에 유화, 97 x 145.5 cm, 2015
〈JE〉, 캔버스에 유화, 97x145.5cm, 2015




얇은 외식(外飾)의 장막


"얇은 외식(外飾)의 장막", 그 한 꺼풀만 벗기면 가려져 있던 내면이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작가의 플래시 라이트는 얼굴 속에 가려져 있던 심상을 비로소 나타나게 합니다. 플래시의 강렬한 찰나, 그 순간을 포착하고 캔버스에 담는 게 서동욱 작가 작품의 핵심입니다. 가려져있던 내면이 드러난 시간은 순간입니다. 서동욱 작가의 그림은 셔터를 누르는 행위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작가의 셔터에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빛은 외식의 장막을 관통해 숨어 있던 고독을 시각화합니다. 저 표정을 보면 어떠신가요? 혹시 자신과 닮아 있지는 않은가요? 작품 속 무기력과 쓸쓸함은 나를 돌아보게 합니다.



〈가죽창고의 WW〉, 캔버스에 유채, 162.2 x 130.3 cm, 2020


〈JE〉, 캔버스에 유화, 116.8 x 80.3 cm, 2016




고독은 나의 힘


저는 혼자만의 시간이 좋습니다. 혼자만의 시간이 절실합니다. 외부로부터의 자극을 무차별적으로 받아들이다 보면 생각이라는 것이 없어지고 속이 텅 비어 버리게 되는 것 같아요. 나를 들여다볼 시간이 필요합니다. 작가가 말하는 고독은 슬픔에 허덕이는 시간이 아닙니다. 나를 찾는 회복의 시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혼자가 되어서 가감 없는 나를 되찾는 회복의 시간.'



서동욱 작가 :

"혼자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다른 사람으로부터 제 존재를 확인받지 않아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고, 불안한 마음도 사라지는 것 같아요."



작가는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자신을 탐구하며 불안을 에너지로 바꾸어 나갑니다. 고독을 외면하기보다는 오히려 마주함으로써 긍정의 에너지로 활용합니다. 작가의 감성은 감상주의적 사고로부터 출발하고 있음은 분명하지만 그것은 결코 부정을 말하고자 함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작가가 긍정과 부정, 둘 중 어느 것을 근간으로 탐구하느냐에 따라 고독이란 키워드는 극단적으로 다르게 해석될 수 있을 겁니다. 그림을 관람하는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작가가 이러한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고독을 전파하기 위한 것은 아닐 겁니다.



〈옛날 영화, Old Movie〉, 130.3x97cm, Oil on Canvas, 2017
담배를 피우는 BH, Oil on Canvas, 145.5×112.1cm, 2019, \12,000,000




고독을 바라보는 시점의 전환


잿빛 도시에서 살아가는 잿빛 청춘, 구겨지고 바스러질 듯 메마른 느낌. 작가는 그림 속 모든 색깔에 회색을 많이 섞는다고 합니다. 쓸쓸한 고독을 강조하기 위해서요. 슬픔과 고독에 집중하는 작가의 감상주의적 표현 방식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절제됩니다. 무기력한 작품 속 인물들의 절제된 연기는 성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작품 속 인물을 타인을 바라보는 시점으로 바꿔볼까요? 나를 헤아리는 시점을 타인을 바라보는 시점으로 바꿔보면, 다른 사람의 고독을 헤아려보자는 의미로도 전환할 수도 있습니다. 작품 속 인물들은 연기를 하는 모델이기도 하지만 친구, 제자, 후배 등 작가의 지인들도 있습니다. 남들에게는 보여주지 않을 표정으로 서있는 모습을 보면, 상대 역시 나와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떠올리게 됩니다. 작품을 통해서 고독이라는 슬픔도 이해와 헤아림으로 승화될 수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되네요.



H.Y., Oil on canvas, 60.6 x 72.7cm, 2014


〈WW〉, 캔버스에 유화, 145.5 x 97 cm, 2013


회색 벽 앞에 JE, Oil on Canvas, 90.9×65.1cm, 2019, \5,000,000




고독, 최고의 사치


고독함, 외롭고 쓸쓸한 감정은 사람을 슬프게 합니다. 그런데 그 부정의 영역을 우리는 가끔 돈을 주고 보고나 읽습니다. 그 슬픔을 사람들은 어떤 매체가 되었던 작품으로 그 고독을 음미합니다. 고독할 필요가 없으매도 스스로 슬픔에 빠져보는 일은 감정으로서는 최고의 사치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인간의 어두운 이면을 타인의 입장에서 경험할 때면 안타까움을 느끼면서도 감동이라는 이름으로 아름다워 보이기도 합니다. 어둠 없이는 빛이 없고 대각선 없이는 직선이 없듯이 슬픔이 없이는 기쁨도 없습니다. 검정색을 모르면 어디에서도 흰색을 배울 수 없죠. 예술을 통해 슬픔을 마주하는 일은 마치 빛과 어둠, 행복과 불행 사이의 불가결 관계 같아요. 마치 외면하고 싶지만 외면할 수 없는, 애증에 관계 같은 무엇.



서동욱 작가 :

"사람이 가지고 있는 고독을 좋아합니다."



《분위기》 전시 전경, 원앤제이 갤러리, 2017.
《분위기》 전시 전경, 원앤제이 갤러리, 2017.
《분위기》 전시 전경, 원앤제이 갤러리, 2017.
《Art of Painting》 전시 전경, 원앤제이 갤러리, 2013
《Art of Painting》 전시 전경, 원앤제이 갤러리, 2013


고독을 품고 있는 나, 고독을 품고 있는 다른 사람.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비슷한 점이 있다는 걸 알게 해주는 고독이라는 주제는 부정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창백한 몰골은 시들어 가는 부정의 모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부정 그 뒤에 이어지는 긍정을 바라보게 됩니다. 서동욱 작가의 작품을 보면서 나에 대한 성찰과 동시에 타인에 대한 경계를 허물어보는 시간이기도 했던 것 같아요.




슬프기에 기쁨을 알고,

고독하기에 행복을 알고,

추하기에 아름다움을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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