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일

by 진아름

화요일 낮 2시 30분.

도서관 3층.

스무 사람이 마주 앉아 작업할 수 있는 긴 테이블에 열 세 사람이 앉아있다.


지금 살고 있는 동네로 이사 온 후 도서관에 다니기 시작한 지100일 정도 되어간다.

그렇다고 매일매일 출근 도장을 찍었다는 말은 아니다.


어떤 날은 너무 추웠고

어떤 날은 햇살이 눈부시게 좋았고

어떤 날은 넷플릭스시리즈를 몰아보느라

어떤 날은 감기 때문에

어떤 날은 약속이 있어서

어떤 날은 그냥 기분이 그렇고 그래서.


댈 수 있는 핑계를 다 대어가며 느슨한 도서관라이프를 이어가고 있다.




응?

대각선 자리에 앉은 청년이 오늘따라 딴짓을 많이 하네.

(그건 이 아줌마도 마찬가지ㅋ)

한참 동안 핸드폰을 보더니 허리를 세우고 주변을 한 바퀴 빙 둘러본다.

반대편 대각선 끄트머리에 앉은 누군가에게 잠시 시선이 멈추더니 슬그머니 토익책을 집어든다.



응?

이게 누구야!

내 사랑 바이크언니잖아.


반대편 대각선의 그녀는 스페인어를 배우고 싶었다며 50대 중반이 지난 나이에

사이버대학교 스페인어학과에 진학했다.

중간고사 시험 준비를 하는지

초집중 모드로 열심히 공부하는 중이다.


반짝반짝 초롱초롱

시. 선. 강. 탈.


그녀는 예뻤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모인 공간에서

최선을 다하는 타인의 모습은

나 자신에게도 최선을 다짐하게 한다.

그러려고 우리가 여기에 있는 거겠지.


우리는 지금 모각작 중입니다.

(*모각작: 모여서 각자 작업의 줄임 말)





오늘의 생각 43)


4월 8일.

100일 파티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누구랑 하냐고요?

에이-

40대 중반이면 식당에서 삼겹살도 혼자 구워 먹을 수 있자나요?


음. 호옥시, 중년의 아줌마가 둘째 딸 백일잔치 이후 처음으로 기념하는 백일파티를 축하해 주시고 싶은 분이 계시다면요-?

도서관으로 오세요.

조용히 당신의 꿈을 응원해 드릴께.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