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의 어스름일 줄 알았는데 윗동네 허리춤을 타고 도는 찻길 주변이 훤하다.
50일 넘게 부지런히 움직인 우주를 따라잡지 못한 아웃사이더의 정월대보름.
발광에 지쳐 사라질 준비로 나뭇가지에 걸린 그 달의 흔적.
하얀 도화지 위 컴퍼스 돌렸을 때 봤던 구체의 야무짐이 없다.
그래서 포스트 루나 0115.
오후 6시. 어제를 잊고 멀겋게 된 하늘에 심란하다.
양달을 전세 낸 목련은 올해도 전성기를 꿈꾸고 있다.
응달에 내린 눈 밭에 선 두 발이 차다.
의도치 않게 어그러지는 발가락은 어떤 땅을 밟고 쉬고 싶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