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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비다보의 밤-3

가로등의 키스, 키스의 가로등

by 가을에 선 봄

경희는 천장만 뚫어져라 쳐다봤다.

'잡았어야 했는데 떠난 이유가 뭘까'

끓어오르는 뭔가를 눌렀다.

제롬이 배고픔에 야옹 대는 소리도 모른 체했다.


창 밖에선 거나하게 취한 네댓의 남성이 언수 혹은 은수를 떠벌였다.

혀가 꼬이지 않았어도 신원불상이었다.

신촌의 사시사철 풍경이었지만 그 해 9월, 경희로선 그런 소음을 봐줄 만한 이유도 여유도 없었다.


원룸의 조명을 다 꺼놓았어도 굴다리 빌라촌을 밝히는 가로등이 문제였다. 뒤척이고 뒤척여도 그뿐이었다.


경희의 마른 입술과 혀 끝으로 느껴지는 건 그 마지막 날 지훈이 남긴 온기였다.

"떨어지지 마, 이대로 있어" 지훈은 경희의 허리를 두 손으로 가뒀다. 골목 저편의 행인들이 가로등 불빛이 밝은 쪽으로 다가올수록 둘은 입술로써 밀착했다. 경희가 다리의 힘이 풀려 주저앉으려 했어도 지훈은 멈추지 않았다.


몸이 붙은 둘은 코와 입으로도 숨쉬기 어려운 지경을 깨달은 뒤에야 떨어졌다.


"전화를 꼭 하라고. 감기에 걸릴 거 같으면 거기 있는 약을 먹고, 알았지?"


경희는 상비약을 챙겨 넣은 파우치를 가리키며 당부했다. 헬로키티 캐릭터가 박힌 그 가방의 배는 불룩했다. 날이 밝으면 바르셀로나로 떠나는 지훈은 다시 한번 경희의 허리와 가슴을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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