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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in Jul 06. 2021

베트남, 코로나 대처의 중대고비에 직면하다

베트남 코로나 상황과 백신 접종기회

베트남에 넘어온 지 3년 가까이 되었다. 그러면서 베트남에서 여러가지 일을 하면서 보고, 듣고, 경험하고, 느낀 것을 차곡차곡 정리하곤 한다. 처음으로 살게된 해외 생활의 기록이 될 수도 있고, 언젠가 다시 고향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면 그 기록은 나의 성공담이 될 수도 있고, 혹은 실패담이 될 수도 있기에, 누군가에게 내가 밟아온 전철을 되풀이지 하지 않기 위해, 누군가에게는 내가 밟아 온 안전한 발자국만 밟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진정한 바램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런치에서만은 베트남 생활의 단면을 노출하지 않았다. 오로지 내면에 충실한, 나의 내면의 모습과 책읽기를 연결하면서 인생을 관조할 수 있는 여유를 찾기 위한 이유가 컸기 때문이다. 일에서 생활에서 인간관계에서 발생한 문제들, 그것도 해외생활에서 의 문제들은 좋은 이야기가 나오지 못하는 성질의 것을 지니고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20년 동안 누렸던 대기업 직함을 벗어던짐과 동시에 예견된 것이었지만, 허허벌판에서 누군가와 경제적인 목적으로 거래를 한다는 것은 좋은 일보다는 그렇지 않은 일이 더 많이 생기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베트남 소식지. 가장 빠르게 접할 수 있는 교민 소식지 중 하나이다

베트남 이야기의 첫 소재는 코로나 백신이다. 최근 호치민 시을 포함한 베트남 전역에서는 감염자 신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1년 전만해도 그렇게 자신있어 하던 방역 모험국이 팬데믹 발생 2년만에 방역대처의 중대고비에 직면했다고 해도 무방하다. 하루 신규환자 발생이 1000명 수준에, 4월말 부터 2개월간 환자 발생은 2년 간 발생한 환자 수의 3배가 넘는 수치다. 공단 중심의 집단감염은 제조업의 수출 발목마저 잡았으니, 가장 심각한 지역 중의 하나인 호치민시가 1000만에 가까운 거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전수 검사를 결정한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한 자리 숫자에 머물던 감염자 발생이 5월 이후 급속하게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오늘 호치민인문사회과학대 교수자 자격으로 백신을 접종했다. 호치민 시에서 접종하는 백신은 일본으로부터 무상지원 받은 Az 백신 120만 도스 물량이다. 방역당국은 얼마되지 않은 물량의 접종 우선순위로 관공서, 외국파견인, 의료진, 교사 등 대인 관계가 많은 직업을 선정했고, 최근 공단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에 대비하기 위해 수출 제조업 노동자들을 우선순위 안에 편입시킨 바 있다. 나는 외국인이지만 대학 교수자 자격으로 오늘백신을 접종하게 된 것이다. 


베트남의 백신 접종 시스템은 조금은 복잡하다. (솔직히 한국 등 다른 나라에서 백신을 어떻게 접종하는지 모르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병원 건물에 들어가기 위해 긴 줄을 서는 것은 물론이고, 방역 진단 설문서, 개인정보제공 동의서, 그리고 방역선고서 등 총 3장의 사전 신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그리고 bộ y tế (보건부) 앱을 통해 방역신고를 별도로 해서 인증 QR 코드를 받아야 한다. 사전 신고서 3장과 캡쳐한 보건부 앱 신고서를 보여주고 백신접종센터에 들어가면, 다시 혈압과 맥박, 체온을 재기 위해 긴 줄을 또 서야한다. 

혈압과 체온을 잰 이후에는 장소를 옮겨 의사와의 문진표 작성에 들어간다. 문진표는 거의 동일한 질문이지만 문진 의사의 서명이 들어가기 때문에 반드시 이 과정을 거쳐야 하고 의사 역시 예외를 두지 않고 자세히 물어본다. 아픈 곳이 있느냐, 기침은 나느냐, 열이 있느냐, 코로나 걸린적이 있느냐? 백신 부작용은 있느냐, 항생제를 복용하느냐 등등.. 그 이후에 백신 접종실로 이동한다. 접종은 비교적 간단히 끝난다. 접종 이후에는 30분에서 1시간 동안 백신 증세를 진단하는 시간을 가진 후에, 백신 접종 확인증을 수령하면 모든 절차가 마무리된다.

백신접종 확인서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베트남은 모든 행정업무에 서류가 많다. 같은 내용을 몇 번을 적어야 하고 굳이 한 번에 마칠 업무를 두 세번씩 나누어 담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심지어 병원 업무을 보다가 코로나에 감염되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오늘 백신 접종을 위해 병원도착부터 접종 완료 후 나올때까지 총 시간은 정확히 4시간 15분. 병원에서 집까지 왕복 시간까지 더하면 5시간이 소요된 것이다.


절차 상 조금은 아쉬운 백신 접종이지만, 베트남이 하루 빨리 코로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일상을 회복하면 좋겠다는 바램이다. 방역도 성공을 하고, 백신도 빨리 도입하길 바랄 뿐이다.(베트남은 민간 기부금 형태로 백신 자금을 준비하고 있고 최근 화이자로 부터 3000만 도스을 제공받는다는 긍정적 소식이 들렸다.) 베트남 당국에서 외국인이라고 백신 접종으로부터 차별은 없다고 선언한 이상, 많은 베트남 교민들이 안전하게 지냈으면 하는 바램이다. 과거의 휘황찬란한 관광지의 명성은 멀더라도, 모든 사람이 먹고 살만한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이 지금 베트남에 사는 모든 사람들의 희망이 아닐까?


외국인의 자격으로 베트남에서 제공하는 백신을 접종한 오늘. 베트남 살이의 또 다른 이정표를 새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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