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접종 속도와 백신물량 확보의 딜레마
베트남에서의 코로나 방역 기조가 봉쇄와 격리의 물리적 조치에서 백신 접종으로 선회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백신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수준이다. 의심이 많고 부작용에 대해 우려를 심하게 표현하면서, 하나를 믿기까지 또는 새로운 일에 적응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베트남인들의 초기 백신접종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부분 줄어들었고, 지금은 오히려 어떤 백신을 맞을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아진 듯 하다. 거기에는 장기간 봉쇄에도 나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은 현 상황에서, 평상시로 돌아가고자 하는 한 줄기 희망도 담겨있으리라 생각한다.
베트남 방역당국이 백신에 집중하면서, 가장 먼저 선보인 정책은 가장 심각한 지역이자 경제 거점인 호치민시에 대하여 8월말까지 18세 이상 성인의 70%에 대한 1차 접종 완료 선언이었다. 백신 접종 플랜이 나오기 전까지 베트남 전체 성인(약 7500만)의 약 6%, 호치민 거주 성인(약 700만)의 16% 정도만 백신 접종을 하고 있었으니, 산술적으로만 계산해도 31일간 약 12만명씩 접종을 하게 되면 호치민시의 목표는 달성할 수 있게 된다. 8월 9일 현재 호치민시는 약 244만명에 대해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고 발표했으니 목표 이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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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베트남은 호치민시만 백신 접종을 하는 것은 아니다. 호치민시의 경우 의과대학과 종합병원, 개인병원이 몰려있어 의료 인프라와 의료진이 어느 정도 확보된 도시지만, 나머지 중소 도시나 지방의 성(한국의 도단위)은 그런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현재는 호치민시가 가장 심각해 모든 의료지원이 집중되어 있지만, 한정된 의료기술과 인력으로서 베트남 전체를 커버하기는 현저히 부족하다. 베트남 의과대학생과 과거 의료기관에 몸담았던 사람들까지 자원봉사를 장려하고 있는 모습은 베트남의 급한 상황을 잘 대변해 준다고 할 수 있다.
백신에 대한 문제는 인력 및 인프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더욱 큰 문제는 백신 접종 속도를 백신 물량이 과연 끝까지 따라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현재 베트남의 백신 공급은 중앙정부에서 각 성마다 인구수에 비례하여 백신을 할당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인구 대비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성들은 백신이 배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수령하지 않는 경우도 많고, 접종하지 못한 채 유통기한을 앞두고 있는 백신도 상당하다. 그러다 보니 접종이 활발한 호치민시의 경우 배정된 물량은 소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잔여 물량이 없어 다른 성의 미사용분을 조달하여 하루하루 버티는 형국이 수차례 반복되고 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정부가 올해 말까지 1억 3000만 도스, 전국민의 100%를 초과 수준으로 확보한 상태라고 발표했으나, 과연 정해진 기간에 들어올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일본과 미국으로 부터 무상공급받은 백신을 주로 사용했고, 가장 구하기 쉬운 중국산 백신을 우선적으로 도입했으나, 중국인 집중지역과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접종을 꺼리는 중국산 백신을 제외하면 백신 물량이 이제는 거의 소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는 백신펀드에 의해 구입한 백신이 제대로 들어올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수 있다. 특히 한국에서도 공급 문제를 발생시킨 모더나 백신의 경우 베트남 역시 그러한 우려에서 예외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방역당국은 백신 수급을 자신하고 있다. 베트남은 미국 위탁생산 백신이 3상 시험에 들어간 상태이고, 미국 부통령 방문, 스위스, 독일 등 서방 국가들과의 경제협력을 매개로 한 전방위적인 외교라인 가동으로 백신 공급에 대한 문제 해결이 원활해 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거기에 베트남 자체 연구 개발 백신도 긴급승인을 검토 중이라는 것도 긍정적 시그널로 평가한다. 다만 일시적인 백신 수급이 원활하기 않을 경우, 베트남인들조차 꺼리는 중국산 백신을 어쩔 수 없이 꺼내들 수 있다는 관측도 가능하다.
베트남의 백신 전쟁으로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의 접종이 훨씬 더 원활해 졌다. 대상자가 거주민으로 되어 있는 이상 자국민과 외국인을 가리지 않고 동일 조건으로 접종하게 되었고, 한국인 밀집 지역의 경우 한국인 전용 백신센터도 운영되고 있다. 한국 영사관과 한인회 역시 호치민 시의 각 군을 순회하면서 방호 물품과 한국산 먹거리를 기부하고 한국인에 대한 신속한 접종 지원을 약속 받는 등 그동안 봉쇄와 격리로 얼룩졌던 협력관계를 조금씩 회복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런 모습이다.
한국에서는 상상못할 강력한 봉쇄와 격리, 통행금지를 한 달 이상 경험하고 있으면서도 지속적으로 신규환자가 나오는 힘든 상황에서, 백신 전쟁과 확실한 봉쇄의 투트랙 방역은 이전 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고 거주민 모두에게 인정받는 정책임은 분명하다. (이를 근거로 푸꾸옥 등 일부 지역에서는 태국의 푸켓처럼 백신여권을 도입하여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는 '트래블 버블'도 준비하고 있다)
지금 호치민시의 모든 주민은 백신 전쟁이 성공하여 조금 더 자유롭고, 조금씩이라도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기를 기대하며, 오토바이 한 대 다니지 않는 죽은 길거리의 호치민 밤을 보내고 있다.
(야간 이동금지령 이후 호치민의 밤거리 : https://youtu.be/Q-3WEGQvBv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