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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in Aug 07. 2021

지금, 베트남은 백신 전쟁 중(1)

물리적 봉쇄조치에서 백신접종으로 방역 기조의 변화

베트남, 특히 베트남 최대 도시 호치민에서 16호 봉쇄 조치가 8월 14일까지 다시 2주 연장이 되었다. 도로에는 허가를 받은 차량이나 오토바이 외에는 다니지 못하고 저녁 6시 이후에는 통행금지이니 집 밖에 나가는 것도 허락되지 않는다. Bar나 주점은 이미 5월 부터 문을 닫았고 카페, 음식점을 포함한 모든 상업시설은 7월 초 16호 조치가 시행되면서 문을 닫았으니 조용한(?) 베트남을 한 달 째 경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보건국에서 발표하는 코로나 통계 (위에서부터 확진자, 완치자, 사망자)

7월 중순부터의 베트남 코로나 신규확진자 수는 7월 24일 9,225명으로 정점으로 보인 이후 8월 들어오면서 7,000 ~ 8,000명 대를 유지하고 있다. 전국적인 강력한 봉쇄 조치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하락 이외에 눈에 띄는 개선 모습이 나오지 않고 있으니 베트남 방역당국은 곤혹스러울 것이 분명하다. 코로나 전수조사로 촉발된 코로나 환자는 호치민의 경우 도시 로컬 거주지 전체에서 환자가 나오고 있고 확진자 및 밀접접촉자를 격리하던 시설도 거의 포화수준에 도달했다. 환자를 입원시켜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없고 심지어 환자가 발생했다 신고를 해도 수용할 시설이 없어 며칠씩 집에서 대기하는 상황까지 발생했으니 검사 -> 격리/봉쇄로 이어졌던 초기 방역은 예상보다 많은 환자가 계속 발생하면서 방역 기조 유지가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최근 무증상 환자나, 바이러스 량이 적은 환자들은 처음부터 자가격리로 돌리는 조치를 시행하고 환자 발생 아파트의 동 전체 격리를 해당층 일부 격리로 전환한 것은 그런 방역의 한계를 잘 대변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사망자의 급속한 증가다. 감염환자의 숫자가 조금씩 감소하고 있다고 자평하면서도 사망자 수는 최근 하루 수백명씩 발생하는 대조된 양상을 보인다. 결국 무증상으로 완치되는 경우도 많지만 열악한 시설이나 치료의 부재로 중증환자로 전이되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는 얘기다. 20~30대가 주축인 베트남의 인구구조 특성상 무증상 환자가 대부분이지만, 베트남의 생활 습관에서 비롯된 고혈압, 당뇨를 보유한 고령층 환자의 증가는 다시 코로나 중증환자와 사망자 숫자의 증가로 이어진다는 분석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결국 선택은 백신뿐


5월 이후의 상황이 계속 악화되면서 베트남 소비경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위축된 것이 사실이다. 일부 마트와 식재료 온라인 배달업체를 제외한 모든 소비재 산업이 완전히 멈춰섰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베트남의 방역단계로 봤을 때 한 지역의 코로나 환자가 100명대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이상 영업 재개를 허가하는 결정은 나오기 힘들기 때문에, 이런 장기 봉쇄조치가 늦으면 올해 말까지도 이어질 수도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기도 하다. 결국, 최고 수준의 조치 시행 한 달이면 나아질거라는 예상이 빗나가면서 방역당국은 무조건적인 봉쇄에서 한 발짝 물러나 소비 경제를 살리기 위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이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백신과의 전쟁, 즉, 전국민에 대하여 빠르게 백신접종을 완료하여 점진적으로 봉쇄를 해소하겠다는 플랜으로, 코로나 방역 중심이 '봉쇄'에서 '백신'으로 변화된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베트남이 처음부터 백신에 호의적인 자세를 취한 것은 아니었다. 전세계가 코로나로 몸살을 앓고 있던 시기에도 베트남 만큼은 국제선 운영금지, 국경폐쇄 등의 강력한 조치를 시행하였고 각 도시들도 조금의 위험요인만 발생되어도 영업정지, 격리 등의 단발성 봉쇄정책이 효과를 보며 일상 생활에 큰 어려움이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베트남 보건당국은 의료적인 약물치료 보다는 물리적 치료를 더 선호했고 현지에서 사는 한인들조차 베트남이 '코로나 피신처'라고 이야기 했을 정도로 안전한 국가로 평가받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세계가 연결되어 있는 상황에서 물리적 조치가 얼마나 근시안적 조치인가는 베트남이 잘 설명해주는 것 같기도 하다.


소비자 경제를 살리고 사망자를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써 현재 유일한 선택지는 백신이다. 하지만 준비에 늦은 베트남은 각국의 기부 백신을 먼저 받아 필수업종부터 접종을 시작했고, 국가적 사업으로 진행된 '백신펀드'는 강제라는 잡음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찌됐던 현재에는 백신을 단계적으로 구입하는데 무리없을 정도의 자금이 모인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이 경제생산기지 역할로서, 지정학적, 국제정치학적 위치의 중요성으로 각국에서 보내온 기부백신 의존에서 벗어나 한 달 사이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중국 시노벡과의 백신 구입에 성공했고 지금은 백신 확보보다 백신을 어떻게 빠르게 접종할 것인가가 문제가 되는 있는 상황이다.


자존심 조금 버린 베트남


백신에 대한 거부가 많았던 베트남인과 한인들조차 이제 백신을 맞지 않으면 일상으로 돌아가기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적극적인 자세로 변화되었다. 오히려 이제는 어떤 백신을 맞을까를 걱정하고 백신 후유증에 대해 활발하게 의견을 나누고 타이레놀과 같은 해열제를 공유하기까지 한다. 백신은 신청자의 연령과 기저질환 여부, 중앙방역당국에서 할당된 백신 종류와 할당량에 따라 결정된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중국산 백신에 거부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중국산 백신은 중국인 또는 북부 중국 국경지대 중심으로 접종할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 모더나,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의 계약 이행이 지연될 경우 어쩔 수 없이 시노벡을 접종할 수밖에 없을 수도 있다. 


현재 확보한 백신의 유통기한이 거의 8월말로 예정되어 있어, 호치민 보건당국은 전 시민의 70% 이상인 700만명에 대해 8월 말까지 접종완료 하는 것을 목표로 하여 의료진과 접종인력을 대폭 확충하고 있다. 호치민시에만 1200여개 백신접종소가 설치 운영되고 있으며 호치민 거주민이라면 내,외국인을 가리지 않고 신청사이트를 통해 신청이 가능하다. 접종 순위는 65세 이상이 우선이며, 연령대별, 신청날짜 순으로 접종 순서를 매일 통지한다. 호치민시는 한국의 서울이상 큰 도시인 만큼 백신접종은 군별로 진행하고 있으며 (군=서울의 구에 해당) 매일 군별 접종 완료율을 공개하여 경쟁적으로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호치민 대단지 아파트 거주민들이 백신 접종을 기다리고 있다

역사적으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의료적인 행위를 정부주도로 해본적이 없는 베트남. 코로나의 위력 앞에 베트남 특유의 자존심도 버리면서 그렇게 싫어하던 중국의 백신을 사오고, 자랑하던 봉쇄 중심의 방역조치 기조를 내려놓으며 베트남 국민들에게 무료 접종이라는 카드까지 꺼내들었으니 베트남 당국이 느끼는 심각성을 짐작할 만하다. 수출이 멈추고, 내수가 무너지면 공산당이 독재하는 국가라 하더라도 국민들의 불만은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 베트남의 경제성장 엔진이 식어가고 있다는 시그널은 수출량 감소, 공장가동률 감소, 실업률 증가 등 여러 부문에서 나오고 있다)


베트남은 이제 세계의 움직임에 눈을 돌리며, '방역'과 '백신' 두 종류의 무기를 손에 쥐고 코로나와 싸우기 시작했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으면 하지 않으려는 습관이 강한 베트남 사람들을 이해시키면서 목표한 대로 결과를 달성할 수 있을까? 그리고 다시 시끄럽고 활기찬, 사기꾼도 많지만 기회도 많은 성장하는 국가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그것은 지금 시작된 백신 전쟁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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