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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in Jul 14. 2021

베트남에 불어닥친 공포와 불안이
야기하는 것들

베트남 코로나 4차 유행속에서 한스로슬링의 <팩트풀니스>를 떠올리다

순식간에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한국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거리두기 최고단계인 4단계를 시행하는 것처럼 베트남 호치민시도 최고 수위의 거리두기인 '총리 지시령 15호'가 시행중이다. 지난 달까지 하노이 중심의 북부 도시들에 행해졌던 강력한 봉쇄와 격리 조치가 지금은 남부지역 중심도시인 호치민으로 옮겨와 시행 중이다. 매일 1000명이 넘는 신규환자가 발생하는 호치민은 지금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고자 하는 전쟁이 한창이다


베트남의 거리두기 단계를 살펴보자. 베트남의 실질적 수권자인 총리의 지시령으로 총 3단계의 거리두기 조치가 시행된다. 19호, 15호, 그리고 마지막 단계인 16호다. 물론 각 단계마다 일반적인 행동요령과 규제사항이 있지만, 지역별 상황에 따라 분야별로 혼합하여 사용하기도 한다. 그것은 지방성 및 대도시의 인민위원회가 결정을 하지만 하노이 중앙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지금 호치민은 최고 단계인 15호가 적용중이고, 일부 사업장에 한해 +α 조치가 병행 시행 중이다. 


16호의 가장 큰 특징은 식생활과 관련되지 않은 비필수 사업에 대한 일시 영업정지 및 대중교통의 전면 운행 중지이다. 베트남에서 활성화 된 오토바이 택시(그랩)마저 운영 불가능 하다. 개인 오토바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이동 가능하나 곳곳에 배치된 검문소에 이동 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회사 필수인력에 대한 증명서 또는 환자이동과 같은 필수불가결의 사항이 아니면 벌금이 부과되니, 개인 이동은 하지 말라는 경고와 다름없다. 거기에 마트나 편의점, 식자재 판매점과 같은 곳은 영업이 가능하지만 배달 중심으로만 운영이 된다, 식당은 배달영업이 7월 초까지 가능하다가 16호 시행과 동시에 전면 영업중지 명령이 함께 내려졌다. 따라서 거리에는 배달과 운송차량만 오고갈 뿐 집 앞에 보이는 8차선의 도로는 한적하게 된지 오래다.


최고 단계인 16호는 7월 9일부터 시행이 되었지만 호치민의 위기감은 4월말 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5월 노동절 연휴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이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불안은 항상 비껴가지 않듯, 4월까지 한 자리 숫자에 머물러 방역 모범지역임을 자부했던 호치민시는 5월 중순부터 환자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세 자리 수를 넘기더니 최근 7일 동안은 10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매일 나오고 있다. 호치민시가 1000만을 넘는 시 거주민을 대상으로 코로나 전수조사에 들어간 결과다.


신규 확진자의 증가도 불안하지만 더욱 공포스러운 것은 어디에서도 감염되었는지 알 수 없는 사람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베트남의 방역시스템과 역학조사 능력이 진술과 탐문으로만 이루어진다고 보았을 때, 환자들의 최초 발병 근원을 완벽하게 찾아내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 한 명만 나오면 그 지역일대 또는 아파트 동 전체는 보름간의 격리 조치가 내려짐은 물론이고 회사 조차도 봉쇄 명령이 내려진다. 


거기에 정부 입김이 작용하는 베트남 언론에서조차 호치민 신규환자의 23%가 랜덤 조사에서 나온 것을 근거로 이미 호치민 전역에 코로나가 퍼졌을 수도 있다는 기사가 생산되고 있고, 백신 접종이 1차라도 완료된 사람이 7월 현재 약 380만명으로 인구의 4%가 안되는 점은 호치민 도시 전체의 봉쇄에 대한 소문이 끊임없이 나돌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베트남 당국도 이런 소문을 의식해서인지 FAKE NEWS에 대한 경고와 백신 도입 물량을 공식발표까지 하는 헤프닝이 발생했다.

Covid-19 sources spread all over HCMC, says health department - VnExpress International

(최근 호치민의 코로나 신규환자 발생 경로를 분석한 VNEXPRESS 기사)


물론 베트남에서 한인 사회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함은 물론이고, 처음에는 사업상 단기 방문했던 사람들이 빠져나가더니 지금은 식당 등 자영업가 장기화된 영업정지로 귀국하거나, 공장을 운영 중인 제조업자들도 사업장을 폐쇄하고 귀국하는 상황도 발생된다. 제조업은 지금까지 어떠한 코로나 상황에서도 가동을 멈추지 않아 베트남이 코로나 사태에도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었던 요인이 되었지만, 이번 유행은 공장 노동자들의 대규모 집단감염, 노동자들의 무단 출근거부 사태, 공장 가동을 위한 전제조건으로서 노동자 숙식 제공 및 코로나 유상 검사 상시화 등을 공장에 부과함으로써 공장 운영에 대한 비용 증가로 공장 페쇄 사태의 원인이 되었다. 제조업 수출로 국각 경제를 이끌어가고 있었던 베트남 입장에서 공장 마저 가동을 중단하게 되면, 향후에 닥칠 실업문제와 경제위기는 쉽게 예상할 수 있으니 코로나로 인한 공포와 우려는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 까지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료 참조 - 하노이 4~5월까지 있었던 하노이 4차 유행 시 발표했던 자료로 현재도 베트남에 남겨진 숙제는 유사하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의 모든 국가들이 비슷하게 4차 유행의 길목에 서 있다. 한국도 4차 거리두기가 시행되고있고 유럽은 다시 1만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으며, '알파', '베타', '감마', '델타' 변이에 이어 최근에는 남미를 중심으로 '람다' 변이까지 등장에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있으며, 전 세계 코로나 연착륙의 유일한 희망으로 인식되는 백신조차 무력화 될 것이라는 언론의 검증되지 않은 추측성 기사로 사람들의 마음에 불안과 공포를 더욱 더 공고히 만든다. 어느 것이 사실인지는 중요하지 않은 채, 짐작이 추측을 넘어 사실로 위장한 자시확신으로 어김없는 진실형 기사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측면은 베트남도 마찬가지이다. 도시 전체 봉쇄가 임박했다는 이야기, 조만간 하루 환자가 5000명을 넘을 거라는 이야기, 심지어 의사라고 사칭한 사람의 반복되는 백신 무용론 찌라시와 코로나 환자 부검과 음모론, 그리고 장삿꾼들이 퍼트렸을 만한 건강제품과 관련한 근거 없는 이야기가 출처도 없이 SNS 상에 주기적으로 오르내린다. '카더라' 통신의 일반적인 형태로 출처도 밝힐 수 없고, 들은 이야기에 개인의 생각을 덧붙여 이야기가 확대 재생산 된다. 일부 한국인 사이에서는 자신이 아는 의사가 말한 내용으로 전세계 의료진과 방역 전문가가 이야기하는 일반화된 사실조차 믿지 않고 상대방을 설득하고나 무시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사이비 종교의 전파 방식과 다름 아니다. 


개인적으로 보면, 소문의 진위를 가려내는 사견을 밝히는 것도 적당하지 않고, 소문을 밝힐 만한 위치에 있지도 않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여러가지 내용의 글을 읽어보고 이해하는 수준이라, 다른 사람들에게 나의 주장을 펼친다는 것은 나 스스로가 거짓을 사실임을 믿고 하는 자가당착적 행위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심적으로 지지하는 의견을, 지금 사태에서는 맹목적으로 강요하는 것도 불합리하고, 상대방의 행위에 무조건 반대하는 것도 반이성적일 수 있다. 다만 소문의 근거가 있고, 주장에 대안이 있으며, 논의되는 이야기들이 미래를 지향하는 행동양식이면 좋은데, 대부분이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아쉽다. 우리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어떠한 철학적 이해관계를 떠나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지금 베트남 상황, 전 세계적 상황, 그리고 자기 확신으로 가득차 불확실을 확실로 믿고 싶어하는 일부 교민들의 모습들을 보면서, 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니스>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공포에 사로잡혀 있으면 사실이 들어올 틈이 없다!"


지금 우리 상황에 적용해 보면, '불안'과 '공포'가 야기한 '불신'과 '증오'에 사로잡혀 있으면 사실이 들어올 틈은 영영 없을 것이다. 조금 더 냉정하고 거시적으로 보는 '안목'과 '여유', 그리고 미래에 대한 '긍정적 확신'이 중요하지 않을까? 코로나는 언젠가 지나간다. 다만 그 상처가 깊지 않기 위해 노력할 뿐이라는 것을....


무엇이 진실인가를 알리는 것보다 자신의 이익에 부합되어 질병을 이용한다면 그것은 누구를 막론하고 큰 죄를 짓는 것과 같다. 한스 로슬링이 쓴 <팩트풀니스>를 보면서 우리가 바로 지금 이런 상황에 직면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너무 상식적인 내용이 '어쩌다 스페셜'이 된 듯 해서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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