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는 배설의 말을 들으며, 이기주의 <말의 품격>을 다시 보다
'말의 힘이 세상을 지배한다'는 말에 동의한다. 모든 일은 어쩌면 말에서 시작하고 말의 내용을 실천하고 말로서 평가하고 때로는 변명과 질투와 승리의 기쁨을 말로서 표현한다. 우리는 말 잘하는 사람을 동경하고 뛰어난 언변을 가진 사람들을 흠모하며, 멋진 연설을 경청하며 마음에 담아 두기까지 한다. 바야흐로 말 잘하는 사람이 주목받는 시대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전부일까? 말이 지배하는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말 때문에 우리가 겪는 고초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 뒷말에서부터 면전에서 벌어지는 말다툼, 그리고 비난과 욕설을 들을 수 있는 환경들은 물론이고 그것 때문에 상처받고 버림받고 좌절과 고통으로 마음의 짐을 떠안고 살고 있다. 어떤 사건 자체보다는 그 사건을 가지고 주위에서 왈가왈부하는 2차 가해가 더 심각하다고까지 하지 않던가? 그렇게 본다면, 말이 지배하는 세상이라기 보다는 '말이 좌우하는 세상'에 산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인지도 모른다. 사람들간 연결이 일상화된 지금, 말 다운 말, 말 스러운 말, 말의 품격이 중요한 이유다.
<말의 품격>. 예로부터 말과 품격을 연결시키는 글들은 많았다. 말을 보면 그 사람의 성품을 알 수 있다는 옛말은 물론이고 말 한 마디로 천 냥빚을 갚는다는 속담은 물론이고 역사적으로 말로서 큰 업적을 이룬 인물들이 많았다는 점은 말이 중요한 일을 좌우한다는 것에 동서고금을 가를 이유는 없을 듯 하다. 성품에서의 품(品)자의 구조가 입 세 개로 이루어진 점을 보더라고 품격을 논할 때 말을 빼먹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말의 품격?이라는 책을 접한 것은 최근에 들어 말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깨닫고 나서이다. 정치적으로 말 한마디에 운명에 바뀐 사람들이 있는 반면, 말 한 마디로 세상의 존경을 받는 사람들도 있다. 가까이는 말로 사람을 힘들게 하기도 하고, 말로 그 사람을 치료하기도 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익명성이 대중화 되면서 인터넷의 벽 뒤에 숨어 말을 해대고 글을 써대며 감정의 배설 형태의 말들을 많이 보아서 그랬는지 더욱 더 말에 집착했는지 모른다.
작가 이기주의 책을 처음 접했지만, 진정코 이 책은 두고두고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이청득심(들어야 마음을 얻는다), 과언무환(말이 적으면 근심이 없다), 언위심성(말은 마음의 소리이다), 대언담담(큰 말은 힘이 있다)로 구성된 주제들과 그 속에 담겨진 단어들은 우리의 세상살이에서 말과 관련해서는 빈팀없는 격언들로 가득하다.
어떻게 하면 말을 잘 할 수 있나 하는 짧은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말과 사람과 성품을 연결시키면서 말이 지니는 가치를 전달한다. 말을 하기보다는 듣는 것이 중요하고 많은 말보다는 중요한 말을 하는 것이 중요하며 사람의 마음을 헤치기 보다는 보듬어 주는 말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주기도 하고 말 속에 나를 들어낸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한자성어, 고사, 일화, 격언 등을 섞어가며 알려준다. 한 마디로, 품격이 있는 말이 가지는 품격의 모든 모습이다. 말에서 그 사람의 품격을 알 수 있듯이, 품격을 가진 사람의 말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작가가 정말 강조하는 것이 아닐까?
책 속에서 마음에 담아갈 만한 글귀들을 마음에 담아내며, 하루를 시작해 본다. 나는 과연 품격을 지니며 말을 하고 살고 있는지... 말 때문에 혹시나 다른 이들의 마음을 헤치지는 않았는지... 세상 속 관계가 나의 말로서 더욱 공고해지는지... 아니면 허술해 지는지...
마지막으로 저자의 몇 마디 혹은 역사에 아로새긴 말 들로 나의 마음을 다잡아 본다.
삶의 지혜는 종종 듣는데서 비롯되고 삶의 후회는 대개 말 하는데서 비롯된다.
마음의 문을 여는 손잡이는 바깥쪽이 아닌 안쪽에 있다. (게오르크 헤겔)
상대의 입장과 시선으로 사물과 현상을 바라보는 자세야말로 소통의 정수다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을 상실한 메마른 가슴에 악이 깃들 수 있다 (한나 아렌트)
모든 정치는 밥상에서 시작된다
웅변은 은, 침묵은 금 (서양 경구)
구시화지문, 설시참신도 : 입은 재앙을 부르는 문이요, 혀은 몸을 베는 칼 (당나라 재상 풍도의 舌詩에서)
둔감력은 무신경이 아니라 복원력이다 (실낙원의 작가 와타나베 준이치)
내면의 수양이 부족한 자는 말이 번잡하며 마음이 주관이 없는 자는 말이 거칠다 (성대중, 청성잡기 중에서)
말은 혼자할 수 있지만 소통은 혼자할 수 없다
내 입술을 뚫고 나오는 목소리가 말 그대로의 소리인지 소음인지 되짚어 보아야 한다
편견의 감옥이 높고 넓을 수록 상대의 생각을 교정하려고 한다
말 자체는 차갑더라도 말 하는 순간 가슴의 온도는 따뜻해야 한다
욕지미래, 선찰이면 : 미래를 알고 싶으면 먼저 지난 일을 돌아봐야 한다 (명심보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