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필립스의 <인간의 흑역사>를 읽으며 인류문제의 근원에 대해 생각하다
정확히 말하면 <인간의 흑역사>는 적어도 인간의 실패담만을 나열한 책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인간의 신성한 영역에 대하여 비뚤어진 시각으로 바라봄으로써 인간이 어떻게 실수를 많이하고 오판을 많이하고, 인간을 포함한 자연 모든 것들을 괴롭혀 왔는지에 대한 고발서에 가깝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사피엔스'의 생존 방식, 가장 복잡한 컴퓨터인 인간의 뇌, 모든 문명 발전의 시작이었던 농업혁명, 그리고 역사의 한 페이지를 주름잡았던 위인과 역사적 사건들. 그리고 현재 모든 인류를 구원 가능할 한 줄기 희망인 과학이 어떻게 발전되어 왔고, 그것이 현재의 모든 생물들에게 어떻게 피해를 입혔는지 알려준다.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시각으로 말이다.
물론 작가의 시선을 그대로 따를 필요는 없다. 인간의 실패는 항상 존재하는 것이고, 실패는 곧 성공을 가능케한 밑거름이 되기에, 작가의 비뚤어진 시각이 그렇게 곱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는 농업혁명을 자연파괴의 기원이 아닌, 생산력 증대로 인한 문명 발생의 기원으로 생각할 수도 있고, 과학의 발전을 개인의 뻘짓이 아닌, 생활의 편리성과 합리성을 가져다 준 인간 지성의 결과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것은 오로지 관점의 문제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 책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다름 아닌, 인간의 '욕심'이다. '과유불급'이라고 했던가? '모든 것이 과하면 부족한 것만 못하'듯이,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된 이성마비 촌극은 '욕심'을 발판 삼아 인간의 '삽질 역사'로 면면히 이어 내려오고 있다.
환경파괴, 생태계 교란, 두 번의 세계대전과 곳곳에서 벌어진 국지전들, 재국 열강들의 식민주의의 몰인간화, 각 시대 리더들의 판단착오와 어리석은 결정들, 그리고 만능 과학과 신기술의 이면 등,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된 문제들은 어김없이 전 인류를 위협하고 또는 지구의 모든 생태계를 파괴하는 빅이슈를 생산해 내고 있다. 인간의 흑역사는 실패의 흑역사가 아닌, 인간 '욕심의 흑역사'로 표현할 수도 있겠다.
그렇게 본다면, 현재 우리가 마주한 모든 문제들의 근원은 결국 인간이 '삽질'한 문제에서 돌고 돌아 다시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는 말에 반대할 근거는 궁색하다. 인류를 공격했던 수많은 전염병들은 환경파괴, 생태계 교란 등 자연의 질서 파괴에서부터 시작했다고 말하는 것에 반대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 '삽질'을 다시 인간이 구축한 과학으로서 극복하려는 것이 조금은 아이러니 하지만, 과학이 저지른 일들이 부메랑이 되어 먼 후대에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
코로나로 고통받는 지금, 우리는 지금 인류 공동의 적을 이기기 위한 노력 못지 않게, 정말 진지하게 우리가 역사에서 저지른 '삽질'이 무엇이었는지를 진지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것이 <인간의 흑역사>를 최소화 하는 일이고 나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히는 '삽질'을 제거할 수 있는 일이다.
<인간의 흑역사> 책이 주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실패에 대한 알려지지 않은 에피소드를 많이 담고 있다는 것이다. 그 에피소드를 작가의 시선에 동조하기 보다, 하나의 사건으로만 바라보고, 진지하게 그 원인과 영향력을 지금의 상황과 비교하여 생각해 본다면 훨씬 더 재미있는 책읽기가 될 것으로 본다. 모든 책을 작가의 관점으로만 읽을 필요는 없으니까! 톰 필립스가 좀... 비뚤어지게 보는 기자/작가이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