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Justin Aug 09. 2021

여행, 길 잃기와 길 찾기의 연습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 인생, 카트린 파시히의 <여행의 기술>

지금보다 훨씬 몸이 날렵했을 때, 학창시절 무엇보다 새로움에 눈이 떠지기 시작했을 때, 등산이라는 것을 처음 시작했다. 물론 자의는 아니었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고등학교 2학년 때 대청봉을 오르기 시작한 것이 나의 등산의 시작이다. 그 이후 대청봉을 열세 번 올랐고 지리산 종주 세 번을 했으며, 즉흥적인 선택으로 전국의 유명한 산들을 골라서 다니기도 했다. 


그 당시 항상 들었던 질문, '힘들게 산을 왜 올라?' 라는 말에 한결같은 나의 작은 명언이 있었으니, 바로 '집에 가려고!'였다. 우스운 얘기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산을 마냥 오를수만은 없기에 올라가면 내려가야 하고, 여행은 되돌아 갈 수 있어야 여행이라는 점을 이해했다면, 학창시절 나의 대답은 지금 생각해 봐도 명언중의 명언이다. 그리고 떠나는 만큼 돌아오는 발걸음도 행복했다.


그리고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여행의 기술>을 읽었다. 이 책은 말 그대로 길 잃어버리는 기술을 알려주는 책이다. 길을 잃어 버리는 것이 공포와 절망이 아니라 즐기기 위한 과정으로서 말이다. 지도를 펴놓고 다른 사람들이 가는 길을 따라 가는 무료함보다는 새로운 길을 만들고 주위의 환경을 내 것으로 만들며 가는 것이 즐겁고 행복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그것이 등산이든 여행이든 또는 인생이든 반드시 되돌아 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길을 잃어버리고 되돌아 가지 못한다면 그것은 기술이 아니 실수나 좌절과 다름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친절히도 길을 잃는 것 뿐만 아니라 길 찾는 기술도 많은 분량을 할애하여 안내하고 많은 사람들의 경험담과 사람의 심리적 분석까지 이용해 여행을 즐기는 기술에 대해 설명한다. 하지만 이 책의 진짜 멋은 여행의 기술에서 착안해 우리의 생활에 접목할 수 있다는 점이고 그것은 인생의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가져야 할 평정심과 새로움에 대한 즐기는 자세, 그리고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한 과정으로서 설명될 수 있다는 점이라 하겠다. 


여행을 인생의 작은 축소판이라고 한다면, 여행의 조건이 되돌아 가는 것이듯, 인생의 굴곡은 다시 회복되는 성질의 것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의 어려움이 여행에서의 길잃기로 표현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오랫만에 옛날 여행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든 책. 그리고 그것은 단순히 여행을 지나쳐 내 인생 전부에 접목할 만한 짜릿한 이야기들로 넘쳐난다. 여행의 기술이라기 보다 인생의 기술이라고 해도 좋을 듯 하다.


이전 09화 제주를 사랑하는 예술가의 사랑법
brunch book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여행을 읽다? 쓰다. 느끼다!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