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가수로부터 알게 된 또 하나의 인생곡 9와 숫자들의 <평점심>
개인적으로 노래 경연 프로그램을 즐겨하지 않는다. 얼핏 생각나는 대로라면 '수퍼스타k'시리즈, 'k-pop star'시리즈, '프로듀스101', '보이스코리아', '위대한 탄생' 등이 있었고, 요즘에는 트로트 음악에 밴드까지 다양한 경연 프로그램이 넘쳐난다. 아마 기억해 내지 못한 프로그램까지 합하면 미디어 속의 가요는 아이돌과 경연 프로그램이 전부라 해도 과언은 아닐 듯 하다.
경연 프로그램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순위에 든 참가자가 가수로 대뷔하는 좋은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그 이면에서 보게되는 탈락자의 모습이 너무 안쓰럽게 느껴지거나, 너무 갑자기 들불처럼 번진 경연 프로그램에 호기심이나 감동도 반감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경쟁이라는 것이 현대사회에서는 필수적이고 그 속에서 살아 갈 수 밖에 없지만, 다른 사람이 경쟁하는 모습을 보고 즐기는 것에 여전히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긍정적으로만 받아들이지 못하는 협소한 마음 때문이기도 하다.
얼마 전 끝난 '싱어게인'이라는 프로그램을 아주 가끔 보았다. 볼 때 마다 "어? 저 가수 노래 잘하네"라며 감탄하던 가수들이 한 두 명씩 추려지더니 어느 새 탑 6로 줄었고, 어느 새 마지막 파이널 라운드에 도달한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 속에 매겨진 순위들. (그냥 감이랄까? 솔직히 1, 2, 3위를 모두 맞혔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1위는 음악성과 독창성, 2위는 음악성과 독창성, 3위는 음악성과 성장성을 중요하게 볼 것이라고 예상했고, 공교롭게도 심사위원단이나 시청자 심사단 역시 같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탑 3 세 분은 정말 노래 잘한다라는 생각에 한 번도 변함이 없었고, 최근 트로트가 넘쳐나는 시기에 홀로 다른 컨셉으로 진행을 하니 나에게 새롭게 다가온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서론이 길었다. '싱어게인'의 탑 3명이 김이나 작사가(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심사위원, 말도 잘하지만 배려할 줄 알고 무엇보다 정곡을 찌를 줄 아는 분이다)가 진행하는 '별밤'에 초대되었다. 보이는 라디오 형태로 유투브에서 공개방송 형태로 녹화한 영상을 40분이 넘는 방송을 이례적으로 끊임없이 본 것이다.
그 영상에서 최근에 내가 들었던 곡 중의 최고의 곡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3위 입상자 이무진이 부른, 원작 '9와 숫자들'의 <평정심>. 말 그대로 '평정심'이다. 복잡한 사회에서 바쁜 생활을 하며 나도 모르게 가지게 되는 슬픔, 분노, 허탈함 등이 떠나질 않지만 평점심이 내일이 더 나아질 거라는 삶에 대한 희망과 감정의 상처에 위로를 선물한다는 내용의 가사이다. 그 노래를 듣는 순간, 마음에 와닿는 무언가 묵직한 것이 있고 나 뿐만이 아니라 이 사회를 사는 모든 사람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노래라는 것을 직감했다.
방문을 여니 침대 위에 슬픔이 누워있어
그 곁에 나도 자리를 펴네
오늘 하루 어땠냐는 너의 물음에
대답할 새 없이 꿈으로
아침엔 기쁨을 보았어
뭐가 그리 바쁜지 인사도 없이 스치고
분노와 허탈함은 내가 너무 좋다며
돌아오는 길 내내 떠날 줄을 몰라
평정심,
찾아헤맨 그이는 오늘도 못 봤어
뒤섞인 감정의 정처를 나는 알지 못해
비틀 비틀 비틀 비틀 비틀거리네
울먹 울먹 울먹이는 달그림자 속에서
역시 내게 너만 한 친구는 없었구나
또다시 난 슬픔의 품을 그렸어
내일은 더 나을 거란 너의 위로에
대답할 새 없이 꿈으로
평정심,
찾아 헤맨 그이는 오늘도 못 봤어
뒤섞인 감정의 정처를 나는 알지 못해
비틀 비틀 비틀 비틀 비틀거리네
울먹 울먹 울먹이는 달그림자 속에서
역시 내게 너만 한 친구는 없었구나
또다시 난 슬픔의 품을 그렸어
오래 전 조용필의 <걷고 싶다>라는 노래에 대해 글을 쓰며, 가사 중심의 노래에서 리듬 중심의 노래로 변화된 시대에서 '우리의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으로서의 노래'의 기능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이 있다. 물론 충실한 개인적인, 그리고 고루한 생각을 가진 50대의 의견일 뿐이지만, 오늘 <평정심>을 들으면서 노래가 갖는 힘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또 다른 답을 주는 것 같아 잔잔한 가슴속 벅찬 파동으로 흥분되는 기분이다.
경연 프로그램에서 뜻하지 않은 감정을 맛깔나게 표현하는 곡을 선곡하고, 만들고, 표현할 줄 아는 가수를 만나면서, 그가 부른 노래 한 곡이 얼마나 사람을 위로할 수 있는가에 대한 희망도 같이 보게 되었다. 덕분에 '9와 숫자들'이라는 원곡 가수도 알게 되었고, 언더그라운드에서 좋은 노래를 만드는 가수나 밴드들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관심을 가지게 되는 기회를 가졌다.
어쿠스틱 기타에 꽂혀 매고 등교를 했던 대학시절. 노래패에 들어가 민중가요와 대중가요의 선을 넘나들며 연주하고 노래 불렀던 그 시절. 대학 졸업 이후 손 놓은 기타가 오늘만은 그립고 아쉽다. 다시 기타를 잡아 손끝의 통증과 수십 번 떨어지는 굳는 살을 견디고 견디며 연주와 노래를 할 수 있는 날을 그려본다.
가수 이무진과 원곡자의 <평정심>을 링크하며 즐겁게 포스팅을 마친다.
https://www.youtube.com/watch?v=xKuuTYBRKA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