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시인의 감성 나들이, 나태주 시집 <마음이 살짝 기운다>
시집을 포스팅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편이다. 아마도 시집을 읽고 마지막으로 글을 쓴 것이 몇 년 전으로 기억한다. 정말 오랫만이다. 시집은 몇 년전에도 그랬듯이 나에게는 읽기 어렵고 이해하기 힘들고, 마음의 무언가 불안정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기에, 함축된 언어로 표현한 것을 이해하기 보다는 길게 늘려쓰며 마음을 표현하는 것에 익숙한 건은 어쩔 수 없는 일 인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책읽기는 나에게 있어 미음의 짐과 비슷했지만 한편으로는 놀이와도 같았다. 시간을 보내려는 의도도 있었겠지만, 읽어야 할, 그래야 직성이 풀리는 것 같은 느낌을 항상 받았기 때문에, 숙제와 같지만, 동시에 누군가의 마음을 살필 수 있다는 호기심으로써, 마음 속에서 힘겨루기를 했던 것 같다. 그중에서도 시집을 읽는다는 것은 책읽기의 정수(精髓). 가장 어려운 일이기에 나와 마음이 통하는 글들을 발견해 낸다는 것은 나의 수준에서 고난과 다를 바 없었고, 그래서 스스로 멀리했던 측면도 있었던 것 같다.
나태주 시인은 '풀꽃 시인'으로 이미 알고 있던 작가.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 짧은 글에서 주위를 돌아보게 만들고 가장 지근거리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게 만들며, 더 나아가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전달한다. 그렇기때문에 오랫만에 시집을 잡아야겠다는 마음을 먹는 순간, 나태주 시인의 시들이 머리 속에 떠올랐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마음이 살짝 기운다>. 이 시집은 나태주 시인이 미발표한 시들 100여편이 녹아 있는 시집이다. '풀꽃 시인' 특유의 섬세한 감정이 묻어나는 건 당연한 것이고, 시인이 항상 보여주는 그리움, 추억, 체념도 언어의 아름다움 속에서 살며시 풍겨난다. 세상 모든 것들을 그대로 보지 않고 읽는 독자로 하여금 생각에 잠기게 하고 의미를 부여하게 만들며 모든 것은 소중하다는 시인의 세상관을 어김없이 보여준다.
부모님이, 아내가, 사랑했던 사람이, 자연의 만물이, 알지못하는 누군가가, 또는 옛날의 나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시 속에 펼쳐진다. 지금의 내가 옛날의 그들을 생각하면서 추억을 되새기고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되새긴다. 시인의 시에서 이야기하는 '풀꽃'과 같은 형태의 아련함이다. '나의 시에게', '슬픔', '먼 길', '맨발' 등의 시들을 읽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먹먹해 짐을 느끼는 이유다.
한 때 나를 살렸던 누군가의 시들처럼
나의 시여, 지금
다른 사람에게 가서
그 사람도
살려주길 바란다.
나태주의 시, '나의 시에게'....
시인이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말이 아니었을까?
풍경이 너무 맘에 들어도
풍경이 되려고 하지는 말아라
풍경이 되는 순간
그리움을 잃고 사랑을 잃고
그대 자신마저도 잃을 것이다
다만 멀리서 지금처럼
그리워하기만 하라
나태주의 시 '여행자에게'...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갑자기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
80을 바라보는 노시인의 감성을 그대로 전달받기에 정말 좋은 시집이다. 즐거움 보다는 차분한 혼자만의 감성. 나보다는 주위를 생각하게 만드는 완전한 이타심. 미래의 희망을 직접 노래하기 보다는 과거 존재가치 속에서 발견하는 사람의 의미. 무작정적인 방황보다는 생각의 여백을 채워주는 시.
삶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새기고자 한다면 따뜻한 차 한 잔과 같이 시간을 보내면 좋을 듯 하다. 얼마 전 나태주 시인의 책이 새로 출간되었다고 한다. 읽어야 할 책 목록에 설레이는 마음으로 시집 하나를 오늘 추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