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별 볼일 없는 그 특별함에 대한, 이기주의 <한 때 소중했던 것들>
책을 읽고 난 후 포스팅을 쓴다는 것은 때로는 나만의 의식이었고, 책임이었고, 그리고 오롯이 혼자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었다. 항상 스마트폰의 메모장에는 사서 꼭 읽고 싶은 책들의 제목과 저자, 출판사가 나열되어 있었고, 인터넷을 살피며 책과 관련한 정보와 읽을 만한 글들을 둘러보는 것이 나만의 자의식을 깨닫게 만드는 절차 중의 하나였다.
그런 의식 때문에 글을 몇 년 째 써오면서 글 친구들도 많이 생겼고 나의 글을 읽은 후 나를 알게 된 분들이 먼 이국 땅까지 날라와 만나기를 청한 행운도 맛보게 해 주었다. 모두 책읽기와 글쓰기에서 부터 비롯된 것들이었고 나에게 있어서는 이 책의 제목처럼 '한 때 소중했던 것들'이었다.
이기주 작가의 책은 알게 모르게 많이 접했다. 기자 출신이라 그런지 글력은 상당 수준임은 틀림없지만, 무엇보다 나를 감동시키는 것은 그 만이 가지고 있는 '관찰력'과 '표현력'이다. 사물과 인간, 자연과 주위의 모든 것들을 조용히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는 '관조력'이라고 할까? 그런 힘들이 작가의 글들에게는 옅보인다. 그래서 내 마음이 흔들릴 때, 복잡할 때, 풀어야 할 숙제가 생길 때 오히려 가만히 생각하게 만드는 저자의 책은 내 마음을 다잡아 주곤 했다.
'행복과 기쁨은 인생의 절반만 가르친다'는 말에서 인생 희노애락의 숙명과 엄숙함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사랑은 상대방을 알아보는데서 출발한다'는 말에서 사랑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며 가족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게 해 주었고, '삶은 기분으로 산다'는 말의 의미를 생각하며 나의 감정에 의해 좌우되고 있지는 않은지 주변을 더욱 살피게 되었다. 특히, '인생은 모두가 함께하는 시간여행'라는 말에서 인간관계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는 것은 이기주 작가가 나에게 선물한 작지만 아주 소중한 것들이다.
우리 모두에게는 한 때 소중했던 것들이 있다. 그러나 현재가 주는 현실적인 문제들은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는 생각의 통로를 막기 일쑤다. 무조건 앞으로 나아가기만을 원하고 미래의 꿈을 그리는 것만이 지상과제가 된 지금, 과거를 회상하고 소중했던 것들을 추억한다는 것은 때로는 현실도피적인 비현실적인 행태로 오인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전 나에 대한 소개글을 '행복은 과연 오는 것일까? 아니면 찾는 것일까?'로 정한 적이 있었다. 행복을 찾기 위한 노력에 비례해서 오는 행복이 작거나 처음부터 오지 않을수도 있겠다는 약간의 실망감의 표현이라 고백한다. 어쩌면 우리가 느끼는 행복이란 행복과 숨바꼭질을 하다 우연히 얻어 걸리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한국을 떠나 지금의 생활을 3년째 이어가고 있는 나에게 있어서 한 때 소중했던 것들은 과거 완료형이 아닌 지금의 나를 극복하기 위한 '안식의 메타포'이다. 분명 그렇다. 단순히 아~ 옛날이여... 라기 보다는 소중했던 것들을 기억해 내면서 지금의 소중한 것들을 다시 찾게 만드는 과정이라 해도 좋다. 그렇게 본다면 내가 고민하고 있는 화두인 행복의 기원설에서, 행복은 오는 것도, 찾는 것도 아닌 조금씩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런지...
이기주 작가의 책은 그런 나의 잊혀진 소중한 기억들을 다시 수면위로 끄집어 내어 주었고, 지나간 추억을 발판삼아 현재의 행복 만들기를 위한 단단한 디딤돌 하나를 놓아주었다.
읽고, 생각하고, 쓰고, 듣고, 바라보고 느끼고... 내 몸 안의 모든 감각들을 다시 깨워야 때가 다시 도래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