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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in Oct 22. 2021

시원하지만 불쾌한, 자본주의 속 욕망의 그늘을 벗겨내다

자본주의 우리의 욕망에 대한 보고서, 강신주의 <상처받지 않을 권리>

<상처받지 않을 권리>, 제목은 어떤 의미일까? 


누구로 부터의 상처이고 <상처 받지 않을 권리>는 또 무엇일까? 책의 제목이 조금은 난해하다. 하지만 제목보다 내용이 명확해 읽기는 어렵지 않다. 연신 고개가 끄떡여질 뿐이다.


책을 거의 3개월에 걸쳐 읽은 것은 오랫만이다. 하지만 지루하지는 않다. 읽은 구절을 반복해서 읽고 또 읽었다. 책 속에는 우리와 너무나 비슷한 내 모습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이상'의 고뇌와 도시에 대한 환상과 현기증, 샹들리에로 대표되는 백화점을 들락거리는 우리의 모습이 보였으며,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과 가끔씩 뉴스에서 보여지는 도박과 주식의 그래프가 오버랩 되었다.


하지만 도시 속에 사는 사람들은 그 실체가 무엇인지도 모른다. 오로지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데 급급하는데에 치중할 뿐, 그것이 영혼과 맞교환 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그것을 깨닫는 순간, 지금의 현실은 어지러움이 난무하는 혼돈의 세계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시간이 가져다 주는 조급증이 자본주의의 진화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로빈슨 크루소가 우리가 아는 로빈스 크루소가 아닌 점을 아는 순간의 당황스러움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세상은 자본주의가 만들어 놓은 세트장인가?


그리고 그 이면 깊숙이 우리의 정화되지 않은 '욕망'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아는 순간, 혹시 현재 선택하고 있는 모든 환경이 나를 기만하기 위한 장치는 아닌지... 영끌 투자나 부동산 가격 상승에 드러나지 않는 웃음을 짓는 사람들을 보면서 '전 국민은 잠재적 투기꾼일 것'이라는 믿음이 점점 더 굳어지는 최근의 상황을 곱씹어 보며, 학창시절 마음 속에 담아 두었던 막스 이론을 다시 한 번 끄집어 내어 본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현재의 내 생활을 다 이야기하지 못한다. 바뀐 것 같은데 바뀐게 무엇인지 실체가 모호하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과거나 지금이나 근본적으로 변한것은 없다고. 삶의 사이즈와 소프트웨어가 진화되었을 뿐 자본주의라는 하드웨어는 그대로다. 오히려 자기 증식과 복제를 이뤄낸 괴물이 되었을 수도 있고 애플이나 삼성전자 스마트폰처럼 버전업 되었을지도 모른다. 자본주의의 진화가 이런 것인가?


종교, 압구정동, 백화점, 로빈슨크루소, 이상, 소외, 욕망, 시간, 가난, 도박, 매춘, 도시, 허영, 자살, 문화...이러한 수많은 단어의 공통점이 자본주의에 있다는 것은 그렇게 놀라운 것이 아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부처님 손바닥이 아닌 '자본주의의 손톱 아래'에서 놀아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공간을 뛰어넘어도 마찬가지이다. 자본주의는 모든 것을 '돈'으로 단일화 시키는 마법을 발휘한다. 그것은 마치 전체주의의 상징인 나치가 추구했던 유일 목표와도 비슷한 것 같다. 그것을 아는 사람이라면 보통 사람은 아니겠지만...


강신주 라는 작가 또는 철학자를 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동안 구석구석에서 많은 글들을 읽었지만, 이렇게 한 작가의 사상을 한꺼번에 알게 된 경우는 흔치 않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나에게 거울과도 같은 존재다. 당연 근래의 내가 읽은 최고의 책. 2009년에 발간되었다는 게 조금은 부끄럽지만.. 2021년 다시 한 번 작가의 철학을 다시 한 번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것이 행운이다.



2014년 그리고 2021년은 변하지 않았다. 무엇이?


요즘 주위의 내 생활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한다. 불안정한 고용을 목도하고 무한정 치솟는 전세값의 위협을 바라보고, 그러면서도 가끔씩 들르는 고급 음식점에서 느끼는 졸부적 자부심, 안도감 그리고 소속감, 골프장에서 오고 가는 내기 돈들을 생각하면 그렇다. 이런 문제들로 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은 알지만, 그것에 내 자신을 맡기며 은연중 '야생성'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확실히 문제다. 정확한 핵심은 혼자서 해야만 하는 선택의 문제이니까 어려운 거다.


최고의 책을 읽고 작가정신에 경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오랫만이다. 이 책은 아마 내 인생 내내 머리속을 맴돌 것 같다. 2014년 그리고 2021년 세상은 변했지만, 결국 문제는 내가 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모든 문제는 자기 자신에게 있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강신주의 책들이 한 동안 내 손에서 떠나지 않을 것 같다.


강신주 특강 : 자본주의로부터 상처받은 삶에 대한 인문학적 보고서

https://www.youtube.com/watch?v=cpOrhAo0dro&t=111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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